|
22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2월 셋째 주(16일 기준) 강남구 아파트 가격은 직전 주 대비 0.01% 올라 보합에 가까운 수준을 기록했다. 이러한 추세가 이어진다면 1~2주 후 가격이 하락으로 돌아설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러한 흐름은 현재 집값이 높은 이른바 ‘상급지’를 중심으로 벌어지고 있다. 경기 최상급지로 꼽히는 과천의 경우 2월 셋째 주 전주 대비 0.03% 떨어져 88주 만에 집값이 하락세로 돌아섰다. 서초구와 송파구 아파트값 상승률은 각각 0.05%, 0.06%로 상승폭을 줄이기도 했다.
이렇게 집값 상승폭이 둔화된 이유로는 양도세 중과를 피하기 위한 다주택자들의 급매 출회와 함께 6월 지방선거 이후 보유세 개편, 장기보유특별공제 축소 논의 등에 대한 1주택자들의 대응으로 보인다. 아실에 따르면 이날 기준 강남구 아파트 매물은 9004건으로 한 달 전인 지난달 22일(7576건) 대비 18.8% 증가했다. 급매물이 시장에 다수 등장하는 분위기다. 지난해 12월 42억 7000만원에 거래된 개포동 개포자이프레지던스 전용 84㎡는 최근 4억 7000만원이 떨어진 38억에 매물이 나와 있다.
앞서 강남구 아파트값은 2023년 11월 셋째 주부터 2024년 3월 둘째 주까지 17주간 하락기를 겪었다. 2023년 하반기 미국 기준금리 상승 영향으로 국내에서도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올라 주택 매수 심리가 위축됐고, 여기에 정부가 특례보금자리론을 중단하는 등 가계부채 관리 방안을 내놓자 중하위권 지역부터 매수세가 크게 위축돼 상급지까지 여파가 이어졌다.
하지만 이 기간을 거친 뒤 강남구 아파트값은 계속 상승했고, 집값 상승세가 가팔랐던 지난해에는 주간 상승률이 0.84%(6월 넷째 주)까지 확대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조만간 강남권을 비롯해 일부 지역의 집값 하락이 나올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 전문위원은 “시세보다 낮은 매물이 늘어나면 가격은 상승 탄력을 받기 어렵다”며 “통상 시세는 매물의 움직임보다 늦게 반영되는데 매물 증가 속도와 정책 메시지를 고려하면 3월 수도권 일부 지역에서 가격 하락 전환이 나타날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추세적인 가격 하락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거래량이 증가해야하지만 그렇지는 않은 상황이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과 직방에 따르면 이 대통령이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발언 직후 3주(1월 24일~2월 19일) 강남구 전체 거래는 41건으로 직전 3주(1월 5일~23일) 122건 대비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 강남 3구와 용산구 전체 거래 역시 직후 3주 203건으로 직전 3주(445건)의 반토막 수준이다.
시장에 매물이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거래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강남 등 서울 지역의 집값 안정은 일시적인 효과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심형석 우대빵연구소 소장은 “매물은 과거에 비해 많이 나오지만 대출 규제 등으로 거래가 붙지 않고 있다”며 “5월 9일부터 매물이 확 줄어들면 ‘똘똘한 한 채’ 수요는 여전히 유지될 것이고 상급지를 중심으로 가격이 오를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5월 9일 이전까지 거래량이 줄어든 채로 일부 낮은 가격에 거래될 수 있지만 일시적 효과에 그칠 것이라는 분석이다.
집값 안정을 위해 추후 보유세 인상 등도 검토되고 있지만 거래량 자체가 줄어든 상황에서 보유세 강화 등 추가적인 수요 억제 정책만 나온다면 ‘백약이 무효’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결국 남은 수단은 세제 개편인데 단순히 보유세를 높이는 것은 ‘조세의 전가(세금이 오른 만큼 전월세 비용을 올리는 현상)’ 효과로 그간 앞선 정부에서 수차례 실패했다”고 강조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부가 규제로 일관한다면 가격을 단순히 누르는 것에 불과할 것”이라며 “에브리싱 랠리(모든 자산 가격이 오르는 현상)로 모든 가격이 다 오르는 데 인위적으로 집값을 눌러놓을 수 있겠지만 언젠가는 가격이 튀어 오를 수 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Copyright ⓒ 이데일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