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이후 금융시장에서 가장 뚜렷하게 나타난 변화 중 하나는 주식과 채권의 관계다. 과거에는 주식이 하락하면 채권이 상승하며 포트폴리오 손실을 완충하는 구조가 일반적이었지만, 최근에는 두 자산이 동시에 하락하는 사례가 늘면서 전통적 분산 투자 전략의 안정성이 약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19일(현지시간) 국제통화기금(IMF)의 분석에 따르면, 2020년 이후 주식과 채권 간 상관관계는 구조적 전환을 겪었다. 특히 시장 변동성이 급격히 상승하는 국면에서 채권이 더 이상 안정적인 헤지 역할을 하지 못하는 현상이 두드러졌다. 이는 공급 충격발 인플레이션과 급격한 금리 상승이 동시에 발생하면서 두 자산 가격을 함께 압박한 결과로 해석된다.
토비아스 아드리안 IMF 통화자본시장국 국장은 “채권이 주식 변동성을 완화하는 전통적 역할이 약화되면서 포트폴리오 리스크 관리의 전제가 바뀌고 있다”며 “시장 스트레스 국면에서 자산 가격의 동조화가 금융 안정성 측면에서 중요한 변수로 부상했다”고 밝혔다.
요하네스 크레이머 IMF 이코노미스트는 “60대40 포트폴리오나 위험평형 전략처럼 역사적 상관관계를 전제로 설계된 투자 모델이 최근 환경에서는 충격에 더 취약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셰헤리야 말릭 IMF 이코노미스트 역시 “헤지 기능 약화는 레버리지 전략의 디레버리징 압력을 키워 시장 하락을 증폭시키는 경로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데이터에서도 변화는 명확하다. 2000년부터 2019년까지는 변동성이 높아질수록 채권의 기대 수익률이 상승하며 분산 효과가 강화됐지만, 2020년 이후에는 변동성 확대 국면에서 채권의 위험 대비 초과 수익이 낮아지거나 음의 영역으로 이동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이는 채권의 ‘안전자산 프리미엄’이 약화됐음을 의미한다.
이 같은 변화의 배경에는 구조적 요인이 자리한다. 팬데믹 이후 재정 지출 확대와 국채 발행 증가로 채권 공급이 크게 늘었고, 동시에 중앙은행의 양적긴축으로 민간 투자자의 수요 부담이 커졌다. 여기에 인플레이션이 목표치를 상회하면서 투자자들이 장기채 보유에 더 높은 보상을 요구하게 된 점도 채권 가격 변동성을 키운 요인으로 지목된다.
정책적으로도 도전 과제가 분명하다. 채권이 다시 안정적 헤지 자산으로 기능하려면 물가 안정과 재정 신뢰 회복이 필수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IMF는 재정 규율 강화와 인플레이션 기대 안정이 채권 시장의 변동성을 낮추는 핵심 조건이라고 평가했다.
결국 이번 변화는 단순한 자산시장 현상이 아니라 거시경제 체제 변화의 결과에 가깝다. 주식과 채권의 동조화가 지속될 경우 시장 조정 시 손실이 복합적으로 확대될 수 있고, 이는 연기금·보험사·헤지펀드 등 장기 투자자의 위험 관리 방식에도 구조적 변화를 요구한다. 금융시장 참여자들이 과거 상관관계에 기반한 전략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점에서 자산배분 환경은 새로운 국면에 들어섰다는 평가다.
[뉴스로드] 최지훈 기자 jhchoi@newsroa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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