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 수직이착륙항공기(eVTOL)가 상용화에 가까워지면서, 관심은 기체에서 인프라로 옮겨가고 있다.
하늘을 나는 택시가 현실이 되려면 먼저 ‘어디서 뜨고, 어디에 내릴 것인가’를 결정해야 한다.
그 해답이 바로 AAM(첨단 항공 모빌리티) 전용 착륙장, 버티포트(Vertiport)다.
최근 호주 기업 스카이포츠(Skyportz)가 일본 시장 진출을 공식화하면서 미래형 버티포트의 구체적 모습도 점점 구체화되고 있다.
# ‘미래 디자인’이 아니라 ‘안전 설계’
스카이포츠가 내세운 핵심은 특허 기술 에어로버름(Aeroberm)이다. 단순한 SF 콘셉트가 아니라 실제 규제 기준을 충족하기 위한 구조다.
미연방항공청(FAA)은 최근 버티포트 설계 기준을 강화했다. eVTOL 이착륙 시 발생하는 강한 하향·외향 기류(다운워시·아웃워시)에 대한 안전 구역을 더 넓게 확보하라는 요구다.
에어로버름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류를 분산·제어하는 모듈형 구조로 설계됐다. 시험 결과 풍속을 대폭 줄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소음 저감 설계와 배터리 화재 대응 기능까지 포함됐다.
핵심은 단순히 “멋있어 보이는 플랫폼”이 아니라, 도심에서 실제 운영 가능한 구조라는 점이다.
# 일본 진출…자동화 버티포트로 진화
스카이포츠는 도쿄 기반 기업 에어모빌리티(AirMobility)와 협약을 체결하며 일본 시장 진출을 공식화했다. 이 회사가 개발한 자동화 시스템 AirVport와 결합해, 단순 이착륙장이 아니라 관제·운영·관리까지 통합된 스마트 버티포트로 구축될 가능성이 크다.
즉, 일본에서 선보일 버티포트는 헬기장 확장판이 아니다. 디지털 기반으로 운영되는 ‘도심형 공항’에 가깝다. 중국은 이미 이항(EHang) 전용 자동화 버티포트를 구축했다. 아시아 주요 국가들이 본격적인 인프라 경쟁에 들어간 셈이다.
# 그렇다면 한국은 어디까지 왔나
우리나라 역시 가만히 있지는 않다. 국토교통부는 K-UAM(한국형 도심항공교통) 로드맵을 통해 2025년 상용화 목표를 제시했다. 인천공항·김포공항·여의도 등 주요 거점을 중심으로 실증 사업이 진행 중이다.
현대차그룹의 슈퍼널(Supernal), 한화시스템, SKT, KT 등 대기업들도 UAM 생태계 구축에 참여하고 있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공항 내 버티포트 구축 계획을 공개했고, 서울시는 한강 및 도심 거점 연결 방안을 검토 중이다.
다만 아직은 실증 단계다. 구체적 구조, 기류 대응 설계, 소음 문제 해결 등은 시험과 인증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일본이 민간 기업 중심의 상용 인프라 모델을 구체화하고 있다면, 한국은 정부 주도 로드맵 기반의 단계적 접근에 가깝다.
# 버티포트 경쟁은 현실이다
eVTOL이 뜨기 위해 필요한 건 더 강력한 배터리나, 더 빠른 모터가 아니다. 안전하게 뜨고 내릴 수 있는 공간이다.
스카이포츠의 일본 진출은 그 신호탄이다. 버티포트는 더 이상 공상과학 이미지가 아니다. 그리고 우리나라 역시 머지않아 도심 옥상에 ‘하늘길 정류장’을 실제로 마주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이제 경쟁은 기체가 아니라, 도시 인프라 설계에서 시작되고 있다.
더드라이브 / 조윤주 기자 auto@thedriv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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