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 바람이 남아 있는 2월, 수산시장에서 유독 눈에 띄는 식재료가 있다. 선홍빛 껍데기가 단정하게 닫힌 홍가리비다.
겨울을 지나며 살이 단단히 오르고 단맛이 깊어진 시기라 지금이 가장 맛있다. 홍가리비는 찜이나 구이로 즐겨도 좋지만, 양념장을 더하면 전혀 다른 매력을 끌어낼 수 있다. 제철 홍가리비로 만드는 양념장 요리는 집에서도 충분히 근사하게 완성할 수 있다.
유튜브 '1분요리 뚝딱이형'
홍가리비는 껍데기 표면이 붉고 윤기가 도는 것을 고른다. 살짝 두드렸을 때 단단히 닫히는 것이 신선하다. 구입 후에는 소금물에 20~30분 정도 담가 해감을 한다. 가리비는 조개류 중 비교적 해감이 쉬운 편이지만, 혹시 남아 있을지 모를 이물질을 제거하는 과정이다. 이후 흐르는 물에 껍데기를 솔로 문질러 씻는다.
찜기에 물을 올리고 끓기 시작하면 가리비를 넣는다. 너무 오래 익히면 살이 질겨지므로 3~5분이면 충분하다. 입이 벌어지면 바로 불을 끈다. 한쪽 껍데기를 떼어내고, 살이 붙은 쪽만 남긴다. 이 상태가 양념장을 올리기 가장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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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핵심인 양념장을 만든다. 간장 3큰술, 고춧가루 1큰술, 다진 마늘 1큰술, 다진 파 1큰술, 설탕 1작은술, 참기름 약간, 깨소금을 기본으로 한다. 여기에 청양고추를 잘게 썰어 넣으면 매콤함이 살아난다. 레몬즙이나 식초를 몇 방울 더하면 바다 향을 한층 또렷하게 살릴 수 있다. 단, 산미가 강하면 조개의 단맛을 덮을 수 있으니 소량만 사용한다.
양념장을 만들 때 중요한 점은 농도다. 너무 묽으면 가리비 위에 올렸을 때 흘러내리고, 너무 되직하면 짠맛이 과해진다. 재료를 섞은 뒤 5분 정도 두어 고춧가루가 불도록 하면 자연스럽게 점성이 생긴다. 필요하면 간장을 소량 추가해 간을 맞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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찐 홍가리비 위에 양념장을 한 숟갈씩 얹는다. 이 상태로 바로 먹어도 좋지만, 한 번 더 가열하면 풍미가 깊어진다. 오븐이나 에어프라이어를 180도로 예열해 5분 정도 구워준다. 양념이 살짝 끓어오르며 조개살에 스며든다. 직화가 가능하다면 토치로 표면을 살짝 그을려도 좋다. 불향이 더해져 감칠맛이 배가된다.
조리 시 주의할 점도 있다. 첫째, 가리비를 과하게 익히지 말 것. 이미 한 번 쪄낸 상태이므로 재가열은 짧게 해야 한다. 둘째, 양념은 먹기 직전에 올리는 것이 좋다. 미리 올려두면 수분이 빠져 살이 질겨질 수 있다. 셋째, 소금을 따로 넣지 않아도 간장만으로 충분한 경우가 많다. 가리비 자체에 염분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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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가리비 양념장은 응용 범위도 넓다. 남은 양념은 밥에 비벼 먹거나, 구운 두부나 채소 위에 얹어도 잘 어울린다. 가리비를 다 먹은 뒤 껍데기에 밥과 김가루를 넣고 남은 양념을 비벼 먹는 것도 별미다.
2월의 홍가리비는 바다의 단맛을 품고 있다. 여기에 매콤하고 고소한 양념장이 더해지면 겨울 끝자락의 식탁이 한층 풍성해진다. 복잡한 기술이 필요한 요리는 아니다. 신선한 재료를 고르고, 적절한 시간과 불 조절만 지키면 된다. 제철 식재료의 힘은 그 자체로 충분하다. 홍가리비 양념장 한 접시는 계절을 맛보는 가장 간단하고도 확실한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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