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바람이 매서워지는 계절이 되면 자연스럽게 손이 가는 식재료가 있다. 흙 내음이 묻은 뿌리 채소다. 국물 요리나 나물로 자주 쓰이고, 몸을 따뜻하게 해준다는 인식도 강하다. 문제는 장을 보다 보면 쉽게 결정하지 못하는 순간이 생긴다는 점이다. 매대 위에 나란히 놓인 더덕과 도라지 때문이다.
껍질도 벗기지 않은 채 흙이 묻어 있고, 길쭉한 모양까지 닮아 있어 한눈에 구분하기 어렵다. 실제로 두 식재료는 산에서 자라는 환경도 비슷해 외형 차이가 크지 않다. 겉모습만 보고 고르면 원하는 쓰임과 어긋날 수 있다. 더덕과 도라지는 맛과 쓰임, 몸에서의 역할이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다.
장바구니에 담기 전, 몇 가지만 확인하면 라벨을 보지 않아도 충분히 판별할 수 있다. 마트에서도, 시장에서도 바로 써먹을 수 있는 실전 기준이다.
장바구니 앞에서 바로 써먹는 외형 판별 포인트
두 식재료를 나누는 가장 빠른 기준은 껍질의 결 방향과 전체 형태다. 여기에 잔뿌리와 향까지 더하면 헷갈릴 일이 거의 없다.
먼저 껍질 표면을 본다. 더덕은 가로 방향으로 깊은 주름이 반복된다. 나무 나이테처럼 결이 옆으로 겹겹이 쌓여 있어 손으로 만지면 거칠고 울퉁불퉁하다. 흙을 털어도 표면이 매끈해지지 않는다. 반면 도라지는 표면이 상대적으로 단정하다. 주름이 있더라도 가로보다는 세로 방향 결이 중심이다. 전체적으로 정리된 인상을 준다.
뿌리의 형태도 차이가 뚜렷하다. 더덕은 몸통 주변으로 잔뿌리가 사방으로 퍼져 있다. 한 뿌리에서 가지가 여러 갈래로 뻗어 있어 복잡해 보인다. 시장에서 보면 투박하고 다소 지저분해 보이는 쪽이 더덕일 확률이 높다. 도라지는 중심이 되는 굵은 뿌리 하나가 아래로 곧게 내려간다. 옆가지가 적고 구조가 단순하다.
향과 진액은 결정적인 힌트다. 껍질을 살짝 긁거나 칼로 자르면 더덕은 바로 향이 올라온다. 숲속 흙냄새와 비슷한 진한 향이 손에 남는다. 동시에 끈적한 하얀 진액이 많이 나온다. 도라지도 진액은 나오지만 더덕만큼 진하지 않다. 향 역시 쌉싸름한 냄새가 먼저 느껴진다.
비워주는 도라지, 채워주는 더덕… 쓰임이 갈린다
도라지는 몸속을 정리하는 쪽에 가깝다. 특히 목과 기관지 쪽이 답답할 때 많이 쓰인다. 미세먼지가 많거나, 말을 많이 한 뒤 목이 칼칼할 때 도라지 특유의 쌉싸름한 맛이 도움이 된다. 가래를 삭이고 밖으로 내보내는 데 쓰여 왔다. 100g 기준 열량도 약 35kcal로 낮다. 부담 없이 섭취하기 좋다. 다만 아린 맛이 강해 손질 과정이 중요하다.
더덕은 반대다. 몸에 힘을 보태는 역할을 한다. 기운이 떨어졌다고 느껴질 때, 식탁에 올리면 든든함이 남는다. 100g당 열량은 약 60kcal로 도라지보다 높다. 쓴맛 뒤에 은근한 단맛이 돌아 기호성도 좋다. 씹을수록 향이 살아나 보양 식재료로 자주 쓰인다.
같은 뿌리 채소라도 목적이 다르다. 목이 답답하면 도라지, 기운이 빠지면 더덕을 떠올리면 선택이 쉬워진다.
맛을 살리는 손질과 조리 요령
조리법에서도 차이가 분명하다. 더덕은 향을 살리는 것이 핵심이다. 껍질을 벗긴 뒤 방망이나 칼등으로 살짝 두드리면 섬유질이 풀리고 향도 또렷해진다. 이후 고추장 양념을 발라 굽거나 팬에 살짝 지져내면 밥반찬으로 손색없다. 열을 가해도 향이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도라지는 먼저 쓴맛을 줄여야 한다. 껍질을 벗긴 뒤 소금물에 주물러 두면 아린 맛이 빠진다. 이후 나물로 볶아도 좋고, 배와 함께 끓여 차로 마셔도 부담이 적다. 조리 전 이 과정이 빠지면 맛에서 호불호가 크게 갈린다.
보관법도 공통점이 있다. 흙이 묻은 상태로 신문지에 싸 냉장 보관하는 것이 기본이다. 수분이 많아 쉽게 무를 수 있기 때문에 밀폐보다는 숨을 쉬게 하는 편이 낫다. 껍질을 벗겼다면 공기 접촉을 최소화해 빠르게 섭취하는 것이 좋다. 장기간 두고 먹을 계획이라면 살짝 데친 뒤 냉동 보관하는 방식이 안정적이다.
겉모습만 보면 헷갈리기 쉽지만, 기준을 알고 나면 선택은 어렵지 않다. 오늘 장바구니에 무엇을 담을지, 몸 상태를 먼저 떠올리면 답은 자연스럽게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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