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묶였는데 대출금리는 ‘발작’…‘사나에노믹스’ 나비효과 덮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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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금리 묶였는데 대출금리는 ‘발작’…‘사나에노믹스’ 나비효과 덮쳤다

직썰 2026-02-16 08:00:00 신고

서울 광화문 인근 시중은행 영업점. [직썰 손성은 기자]
서울 광화문 인근 시중은행 영업점. [직썰 손성은 기자]

[직썰 / 손성은 기자]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를 기다리던 차주(借主)들의 기대가 ‘이자 공포’로 뒤바뀌고 있다. 한국과 미국의 통화정책 전환(피벗·Pivot) 시점이 안갯속에 갇힌 가운데, 일본의 공격적인 확장 재정이라는 돌발 변수가 한국 금융시장을 강타했기 때문이다. ‘기준금리 동결’이라는 방파제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채권 시장의 변동성이 국내 시중 금리를 끌어올리는 ‘금리 역주행’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국고채 덮친 ‘사나에노믹스’ 공포…채권시장 발작 시작됐나

13일 금융투자협회와 채권시장에 따르면 지난 1월 국고채 금리는 만기와 관계없이 일제히 우상향 곡선을 그렸다.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전월 대비 18.5bp(1bp=0.01%포인트) 급등한 3.138%로 마감했다. 장기물인 5년물과 10년물 역시 각각 19.6bp, 22.2bp 뛰며 상승 폭을 키웠다.

시장 전문가들은 이번 금리 발작의 원인을 복합적인 ‘대외 리스크’에서 찾는다. 미국의 견조한 경제 지표가 연방준비제도(Fed)의 조기 금리 인하 기대감을 꺾은 것이 1차적 원인이다. 국내적으로는 가계부채 뇌관과 원·달러 환율 불안정성 탓에 오는 26일 열릴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가 동결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여기에 일본발 악재가 기름을 부었다. 최근 중의원 선거 압승 이후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가 주도하는 이른바 ‘사나에노믹스(Sanaenomics)’가 본격화될 조짐을 보이면서다. 경기 부양을 위해 일본 정부가 국채 발행 물량을 대거 늘릴 경우, 글로벌 채권 공급 과잉으로 채권 가격은 하락하고 금리는 튀어 오르게 된다. 일본 국채 금리의 상승 압력이 글로벌 장기 금리의 동반 상승을 유발하는 ‘나비효과’가 국내 시장까지 전이된 셈이다.

◇은행채 금리 연쇄 상승…조달 비용 압박 ‘현실화’

국고채 금리의 급등은 시차 없이 은행채 금리로 옮겨붙었다. 은행채는 시중은행의 핵심 자금 조달 수단으로, 국고채 금리에 가산금리를 더해 발행 금리가 결정된다. 국고채 금리 상승은 곧 은행의 ‘원가 상승’을 의미한다.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주택담보대출(주담대) 혼합형(고정) 금리의 준거가 되는 은행채 5년물(AAA·무보증) 금리는 1월 2일 3.497%에서 1월 30일 3.715%로 한 달 새 21.8bp나 치솟았다. 이는 같은 기간 국고채 상승 폭을 웃도는 수치다. 상승세는 2월 들어서도 멈추지 않아 지난 12일 기준 3.717%를 기록, 연고점을 경신했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대내외 불확실성으로 채권 시장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은행채 발행 금리가 국고채보다 더 가파르게 반응하고 있다”며 “은행 입장에서는 비싼 이자를 주고 돈을 구해와야 하는 상황이라 대출 금리 인상이 불가피한 구조”라고 설명했다.

◇주담대 상단 7% 목전…“이자 폭탄 현실로”

은행의 조달 비용 상승분은 고스란히 금융 소비자에게 전가되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12일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주담대 고정금리는 연 4.23~6.83% 수준에 형성됐다.

이는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5회 연속 동결했던 지난달 15일과 비교해 금리 상단이 0.62%포인트나 뛴 수치다. 불과 한 달 사이 대출 금리 상단이 심리적 저지선인 7%를 위협할 정도로 급등한 셈이다.

시중은행 다른 관계자는 “이미 시장 금리가 기준금리 인하 기대를 되돌리며 오버슈팅(일시적 급등)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은행별로 가산금리를 조정해 충격을 완화하려 노력하고 있지만, 시장 금리(은행채)라는 베이스 자체가 높아져 대출 금리 상승 흐름을 인위적으로 막기는 역부족”이라고 토로했다.

문제는 앞으로다. ‘사나에노믹스’에 따른 국채 물량 폭탄이 현실화하고 미국의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할 경우, 국내 대출 금리는 당분간 고공행진을 이어갈 공산이 크다.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 족을 비롯한 서민들의 이자 고통은 당분간 가중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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