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양극화①] 코스피·경상수지 ‘최고치’의 역설...낙수효과는 ‘실종’

실시간 키워드

2022.08.01 00:00 기준

[K-양극화①] 코스피·경상수지 ‘최고치’의 역설...낙수효과는 ‘실종’

투데이신문 2026-02-15 10:41:43 신고

코스피지수가 전대미문의 5000포인트를 넘어섰다. 부동산을 비롯해 금·은 등 주요 자산군도 동반 급등하며 ‘에브리씽 랠리’가 진행됐다. AI 산업을 향한 대규모 투자와 반도체 수출 회복, 성장률 전망 상향까지 거시 지표는 분명 호황을 가리킨다. 다만 숫자의 환호가 삶의 체감으로 고르게 번지고 있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자산가격이 동시에 뛰는 국면일수록 ‘먼저 가진 자’의 자산은 더 빠르게 불어나고, 뒤늦게 진입한 이들은 더 비싼 문턱 앞에서 기회를 잃기 쉽다. 호황의 열매가 일부에만 집중될 때 경제의 기초 체력은 약해진다. 소비 기반은 얇아지고, 교육·주거·노후의 불안은 커지며, 혁신을 떠받칠 인적 자본과 사회적 신뢰는 침식된다. 자산 양극화는 단순한 분배 이슈를 넘어 장기 성장의 ‘독’이 될 수 있다.

<투데이신문> 은 연중기획으로 에브리씽 랠리의 빛과 그림자를 기록하며, ‘랠리의 배경’보다 ‘랠리의 도착지’를 묻는다. 성장과 자산가격 상승이 지속 가능한 번영으로 이어지려면 무엇이 필요하며, 어떤 제도와 시장 설계가 중산층의 두께를 결정하는지 짚는다.

지난 12일 코스피는 사상 처음으로 5500선을 넘어섰다. ⓒ투데이신문
지난 12일 코스피는 사상 처음으로 5500선을 넘어섰다. ⓒ투데이신문

 【투데이신문 문영서·최예진 기자】 코스피지수와 경상수지가 최고치를 경신하는 가운데 일부 기업들에만 실적이 집중되며 ‘자본시장 양극화’ 역시 나날이 심해지고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일부 기업이 수익을 독식하는 구조에서는 수치상 성장은 이어질 수 있으나 실질적인 경기 회복이나 저성장 국면 탈출은 오히려 멀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1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 밸류업 지수’는 13일 마감 종가 기준 1년 동안 1559.82포인트(172.49%) 상승한 2464.11를 기록했다. 해당 지수는 수익성·주주환원·자본효율성이 우수한 상위 100개 기업을 선별해 국내 증시의 저평가 현상인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겠다는 취지로 도입됐다.

하지만 제도 도입의 취지와 달리 시장에서는 자끔 쏠림 현상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연기금과 상장지수펀드(ETF)의 투자 기준이 되는 지수 특성상, 편입 종목에는 막대한 자금이 유입되지만 소외된 기업들은 자금 조달에 난항을 겪으며 배당 확대 등 가혹한 ‘밸류업 압박’에 직면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밸류업 지수 상위 10개사는 지난 12일 기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현대차, 기아, KB금융,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신한지주, 현대모비스, 하나금융지주, HD현대일렉트릭로 모두 코스피 대형주가 차지했다. 

한국거래소가 이달 4일 발표한 ‘1월 기업가치 제고 현황’을 보면 전체 밸류업 공시 기업 176사 중 코스피 기업이 131개에 달한 반면 코스닥은 45개에 그쳤다. 시가총액 1조원 이상 대형사가 전체의 65.3%를 점유한 사이, 1000억원 미만 소형의 비중은 5.7%에 불과했다.

지수 상승 자체도 소수 종목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지난해 4200선을 돌파하며 70% 넘는 성장 랠리를 이어온 코스피는 시장 전반의 체질 개선보다는 상위 대형주의 독주가 만든 결과라는 평가다. 

iM증권 박상현 연구원은 “국내 코스피 상승에는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를 비롯한 반도체, 인공지능(AI)의 기여도가 크다”며 “최근에는 피지컬 AI로 인해 현대차의 영향도 더해졌다”고 분석했다. 

상명대 경영학부 서지용 교수는 “유가증권시장에서 반도체 등 소수 업종 쏠림은 시장 변동성을 극대화하는 주요 문제”라며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반도체 대형주가 코스피 시총의 40% 이상을 차지하며 상승 동력이 되지만, 이들 사이클 변화 시 전체 시장 하락 폭이 커진다”고 말했다.

서 교수는 이어 “상승 종목 비중이 30% 미만으로 양극화가 심화돼 투자자 리스크가 높아지고, 경제 성장률도 반도체 의존으로 불안정해진다”고 경고했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초 기준 시가총액 상위 2개 기업의 비중은 코스피 전체의 약 3분의 1에 육박했다. 같은 기간(6월~11월 초) 코스피 누적 상승률(약 66%)에서 이들 2개 종목을 제외할 경우 상승률은 40.6%로 급감한다. 전체 상승폭의 약 38.5%를 단 두 기업이 견인한 셈이다. 반면 시가총액 상위 10%를 제외한 하위 종목군의 상승률은 25%에 그쳐, 이번 상승장이 광범위한 업종으로 확산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이 같은 지수·자금 쏠림은 기업 간 자금조달 비용 격차로 직결되고 있다. 신용등급 AA급 이상 대기업은 변동성 국면에서도 회사채 발행이 비교적 원활하고, 은행 대출금리 역시 낮은 수준을 유지하는 반면, 중소기업과 BBB급 이하 기업은 시장 불안이 커질 때마다 자금 조달 창구가 급격히 좁아지는 구조다. 패시브·ETF 자금이 시가총액 비례로 편입되는 특성상, 지수가 오를수록 상위 대형주로의 자금 쏠림은 더욱 강화된다.

수출 호조의 이득은 대기업 중심으로 독점되며 경제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있다. 중소기업과 노동자층으로의 분배는 여전히 미흡한 실정이다.

중앙대 경제학과 이정희 교수는 “양극화 문제는 경제 성장 과정에서 꾸준히 나타났다”며 “호조세를 보이고 있는 수출도 반도체 등 일부 업종에 한정된 성과다 보니 업종 간의 차이가 더 벌어졌다”고 말했다. 

그 결과는 연체율 지표에서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4분기 대기업 대출 연체율은 0.04%에서 0.03%로 안정세를 보였다. 반면 중소기업 연체율은 우리은행(0.52%), 하나은행(0.47%), 신한은행(0.42%), 국민은행(0.39%) 순으로 국민은행을 제외하고 4분기 기준 9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한국은행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대출 연체율은 취약차주를 중심으로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취약차주의 급증은 금융 리스크를 넘어 실물 경제의 성장 동력을 저해하는 요인이다. 대기업의 실적 개선에도 불구하고 소비 주체의 실질 소득이 부채 상환에 묶여 있다면, 내수 소비를 통한 경제 선순환은 작동하기 어렵다.

실제로 최근 국내외 주요 기관들이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소폭 상향 조정한 배경에는 반등 기미를 보이는 내수 지표의 영향이 컸다. 이는 내수 경기의 회복이 전체 경제 성장세를 뒷받침하는 핵심 동력임을 시사한다. 

따라서 수출 호조에 따른 낙수효과에만 기대기보다는 부채 부담 완화와 실질 소득 개선을 통해 내수 회복 필요성이 제시된다. 

이 교수는 “국민 다수가 소득 성장의 혜택을 누리지 못하고 있다”며 “정부가 여러 가지 지원 정책을 펼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어려움이 지속되는 상황”이라고 짚었다. 

Copyright ⓒ 투데이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실시간 키워드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0000.00.00 00:00 기준

이 시각 주요뉴스

알림 문구가 한줄로 들어가는 영역입니다

신고하기

작성 아이디가 들어갑니다

내용 내용이 최대 두 줄로 노출됩니다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이 이야기를
공유하세요

이 콘텐츠를 공유하세요.

콘텐츠 공유하고 수익 받는 방법이 궁금하다면👋>
주소가 복사되었습니다.
유튜브로 이동하여 공유해 주세요.
유튜브 활용 방법 알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