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풋볼=박윤서 기자(포항)] “나이가 들면 은퇴하는 건 당연한 순리다”. 기성용은 생각을 바꾸며 부담감을 내려놨다.
포항 스틸러스는 12일 오후 7시 포항스틸야드에서 열린 2025-26시즌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투(ACLT) 16강 1차전에서 감바 오사카와 1-1로 비겼다. 8강행 주인공은 2차전에서 가려진다.
양 팀은 전반전 여러 차례 찬스를 주고 받았다. 포항은 초반 유기적인 연계로 기회를 잡았는데 살리지 못했고 이후 감바의 흐름이 이어졌다. 포항은 황인재가 슈퍼 세이브를 보여주면서 실점하지 않고 전반전을 0-0으로 마쳤다.
후반전에 들어서 포항은 이른 시간 실점했다. 후반 2분 만에 역습 상황에서 골을 내줬다. 포항은 교체 카드를 꺼내며 분위기 반전을 노렸고, 후반 25분 조르지의 환상적인 감아차기가 나오면서 균형을 맞췄다. 마지막까지 강하게 몰아쳤지만 포항은 역전골에 실패했다. 경기는 1-1로 종료됐다.
이날 기성용은 선발 출전하여 75분을 소화했다. 수비형 미드필더로 뛰면서 포백 보호와 함께 빌드업의 시발점 역할을 잘 해냈다. 또한 의욕적인 움직임을 보여주면서 공수양면에서 성실하게 뛰며 중원 싸움에 나섰다. 세트피스 상황에서는 여전히 날카로운 킥으로 존재감을 과시했다.
기성용은 경기가 끝난 뒤 “누구든 이길 수 있었던 것 같다. 상대도 그렇고 우리도 그렇고 서로 아쉬운 경기였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 팀 컨디션이나 여러 가지가 아직 100%는 아닌 것 같지만 생각한 것보다는 좋은 경기를 한 것 같다. 다음판 원정 가서 충분히 해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준비 잘 해서 2차전에 힘 쏟겠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기성용은 지난 시즌 포항에 입단했고 이번 시즌을 앞두고 1년 재계약을 체결했다. 동계훈련 과정을 돌아본 기성용은 “단순하게 생각하려 노력했다. 포항에 와서 후반기에 경기를 치르면서 좋은 시간을 보냈다. 예전에는 부담감이 컸는데 이제 나이가 먹으면서 좀 내려놨다. 기량은 당연히 떨어지기 마련인데 그 점에 대해 너무 부담을 가졌던 것 같다. 나이가 먹으면 기량은 떨어질 수밖에 없고 때가 되면 은퇴를 하면 되겠다고 간단하게 생각했다. 감독님께서도 1년 더 하자고 제안해주셨고 나도 1년 정도는 더 할 수 있겠다 생각해서 단순한 생각으로 재계약을 체결한 것 같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실 작년 시즌을 시작하기 전에 계획들을 다 짜놨다. 지도자 자격증도 그렇고 은퇴하면 어떤 걸 할지 구상을 해놨다. 그래도 사람 인생이 또 생각대로 되지 않더라. 지금은 이렇게 경기에 나설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감사한 일이다. 20대 선수들하고 경쟁하고 그들을 상대하는 것 자체가 이제 나한테는 동기부여가 된다. 체력적인 부분에서는 밀릴 수 있지만 더 생각도 빠르게 해야 한다. 이런 게 동기부여가 되고 20대 선수들하고 치열하게 할 수 있는 건 더 큰 도전인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기성용은 나이를 언급하며 겸손한 모습을 보였지만 이번 감바전 그라운드 위에서의 활약상은 그렇지 않았다. 나이가 무색하게 공수양면에서 활발하게 뛰었다. 이에 대해 이야기하자 “예전에는 그런 부분에 계속 스트레스를 받았다. 예전하고 비교하면 체력적으로나 신체적으로나 많이 내려온 건 사실이고 그 부분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주변에서 ‘이제 그만할 때 됐다’라고 얘기하면 단순하게 생각했었어야 했다. 개인적인 네임밸류에 대한 기대치와 보답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컸다”라고 ‘부담감’을 재차 강조했다.
이어서 “이제는 그런 부담이 없다. 나이가 들면 은퇴하는 건 당연한 순리다. 오히려 마음이 편하다”라며 한결 편안해졌다고 밝혔다.
네임밸류를 언급한 기성용. 본인에 대한 기준치가 높은 것은 아니냐는 물음에 “높아야 한다”고 단언했다. “어쨌든 내가 걸어온 커리어를 보든 여러 가지 경험을 봤을 때 팬들도 다른 선수보다 더 기대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더 부담이 됐던 것 같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내 또래에 K리그에서 경기를 하고 있는 선수가 별로 없지 않느냐. 이 자체가 나에게는 위로가 되고 큰 힘이 되는 것 같다. 나이를 먹어가면서 부진하면 가장 먼저 화살이 날아오는 게 베테랑이고 이름값이 있는 선수기 때문에 그것에 대한 부담감이 컸다”라고 말했다.
기성용은 “그렇게 해서 안 되면 그만이고, 그만하면 되니까 단순하게 생각하다 보니 마음이 편해졌다. 동계훈련 때도 사실 훈련을 많이 하진 않은 것 같다. 감독님께서도 배려해주셨다. 컨디션적으로 100%는 아니지만 올해 선수들이나 팀에 더 내가 줄 수 있는 걸 주고 싶다”라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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