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茶)례상에 왜 차 말고 '술'을 올릴까…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었습니다

실시간 키워드

2022.08.01 00:00 기준

차(茶)례상에 왜 차 말고 '술'을 올릴까…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었습니다

위키푸디 2026-02-13 16:36:54 신고

3줄요약
차례상에 술을 올리고 있다. / 위키푸디
차례상에 술을 올리고 있다. / 위키푸디

설 명절이면 가족들이 모여 정성껏 차례상을 차린다. 하지만 정작 상 위에 붉은 음식이 보이지 않는 이유나, 이름은 ‘차례’인데 왜 술을 올리는지 정확히 아는 이는 많지 않다. 익숙하게 이어온 전통 속에는 민속 신앙과 전쟁의 상처, 임금의 정책까지 겹겹이 얽혀 있다.

차례상은 그저 음식을 올리는 자리가 아니라 조상을 향한 예와 시대의 흐름이 함께 담긴 상차림이다. 붉은색을 피하게 된 배경부터 ‘차’ 대신 술이 자리 잡게 된 역사적 사연까지, 우리가 잘 몰랐던 차례상의 이야기를 짚어본다.

붉은색 음식이 차례상에서 빠지게 된 까닭

백설기, 탕국, 흰쌀밥 등 흰 음식이 차례상에 올려진 모습. / 위키푸디
백설기, 탕국, 흰쌀밥 등 흰 음식이 차례상에 올려진 모습. / 위키푸디

차례상에는 고춧가루나 붉은 팥을 쓴 음식을 올리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이는 옛날부터 전해 내려온 '벽사' 즉, 나쁜 기운을 물리친다는 믿음과 깊은 관계가 있다. 우리 민족은 태양과 피를 상징하는 붉은색에 귀신을 쫓는 힘이 있다고 믿었다. 밤이 가장 긴 동짓날에 붉은 팥죽을 먹거나, 중요한 이름을 빨간색으로 쓰지 않는 습관도 여기에서 시작되었다.

문제는 우리가 정중히 모셔야 할 조상님 역시 보이지 않는 영적인 존재라는 점이다. 조상님을 기리는 자리에 나쁜 귀신이 무서워하는 붉은 음식을 차리는 것은 자칫 조상님의 방문을 막는 결례가 될 수 있다.

이 때문에 정성껏 준비한 음식이 조상님에게 닿지 못하는 상황을 막으려 붉은색을 철저히 배제한다. 결국 조상님을 향한 예우를 지키고자 차례상에는 붉은색 대신 하얀 양념 위주의 담백한 음식을 주로 올리게 되었다.

'차(茶)' 대신 '술'을 올리게 된 역사적 아픔

주전자와 찻잔이 나란히 놓인 모습. / 위키푸디
주전자와 찻잔이 나란히 놓인 모습. / 위키푸디

본래 차례는 말 그대로 '차를 올리는 예의'라는 뜻이다. 신라 시대 충담 스님이 설과 추석에 미륵불에게 차를 바쳤다는 기록이 그 시작이다. 고려 시대에는 불교의 힘이 강해지면서 차 문화가 일반 백성들에게도 널리 퍼졌다. 조선 초기까지만 해도 조상을 모시는 의식으로 차를 올리는 모습은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하지만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을 거치며 나라 사정이 급격히 나빠졌다. 전쟁으로 전국의 차 밭이 망가졌고, 차를 마시는 데 쓰는 그릇을 굽던 기술자들마저 대거 일본으로 끌려갔다. 차를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만큼 어려워지자 귀족들의 수탈에 견디다 못한 농민들이 차 나무를 스스로 태워버리는 일까지 벌어졌다.

전쟁이 남긴 깊은 상처가 우리 민족의 뿌리 깊은 차 문화를 한순간에 무너뜨린 셈이다. 이 과정에서 차를 올리던 풍습은 점점 사라지고 그 빈자리를 다른 음식이 채우기 시작했다.

영조 임금의 정책이 바꾼 명절 풍경

차례상에서 술을 따르고 있다. / 위키푸디
차례상에서 술을 따르고 있다. / 위키푸디

차 값이 터무니없이 치솟자 백성들의 생활은 더욱 힘겨워졌다. 이때 백성들을 생각하는 마음이 깊었던 조선의 영조 임금이 나섰다. 영조는 비싼 차 대신 주변에서 구하기 쉬운 술이나 숭늉을 차례상에 올리라고 명령했다. 백성들의 형편이 어려워지는 것을 막기 위해 내놓은 일종의 살림 안정 대책이었다.

임금의 이러한 결정은 백성들 사이에서 큰 환영을 받았고, 이때부터 차례상에 술을 올리는 문화가 우리 삶에 깊이 뿌리내렸다. 세월이 흘러 이름은 여전히 '차례'로 남았지만 정작 상 위에는 술잔이 올라가게 된 배경이다.

이번 설날, 가족들과 술잔을 나누며 이러한 역사적 이야기를 공유해 보는 것도 명절의 의미를 되새기는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조상을 향한 정성과 백성을 아끼던 마음이 오늘날의 차례상에 고스란히 담겨 있기 때문이다.

Copyright ⓒ 위키푸디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실시간 키워드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0000.00.00 00:00 기준

이 시각 주요뉴스

알림 문구가 한줄로 들어가는 영역입니다

신고하기

작성 아이디가 들어갑니다

내용 내용이 최대 두 줄로 노출됩니다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이 이야기를
공유하세요

이 콘텐츠를 공유하세요.

콘텐츠 공유하고 수익 받는 방법이 궁금하다면👋>
주소가 복사되었습니다.
유튜브로 이동하여 공유해 주세요.
유튜브 활용 방법 알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