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위가 암에 좋다고 비싼 산삼 엑기스를 사 왔는데, 의사 선생님은 물 말고는 아무것도 먹지 말라네요. 몰래 조금만 먹으면 안 될까요?"
암 진단 후 환자들이 많이 받는 선물이 건강기능식품과 보약이다. 홍삼, 녹용, 녹즙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주는 사람의 정성과 "먹고 기운 차리라"는 간절한 마음을 알기에 환자는 거절하기 힘들다. 하지만 의사들은 "절대 드시지 마시라"고 한다. 환자와 보호자는 혼란스러울 수 있다. 몸에 좋다는데 왜 못 먹게 할까?
의사들이 "먹지 마라"고 말리는 이유
의사들이 “평소 먹는 대로 식사를 하라”면서 홍삼이나 건강기능식품 섭취를 적극적으로 막는 이유는 가장 큰 이유는 간 수치 때문이다.
항암치료에 사용되는 약물은 우리 몸에 들어오는 가장 강력한 독성물질 중 한 가지다. 항암치료가 불가피하다면 우리 몸의 해독 공장인 간이 풀타임 가동되면서 해독 작업을 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홍삼 농축액 등 고농축 성분이 들어오면 어떻게 될까? 간은 항암제 처리하기도 힘든데, 이 낯선 고농축 성분까지 처리하느라 과부하가 걸린다. 결국 간 수치(AST/ALT)가 급격히 치솟게 되고, 의료진이 환자의 안전을 위해 항암 치료를 연기하거나 중단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될 수 있다. "보약 먹고 힘내려다 암 치료를 못 받게 되는" 주객전도의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다.
농축 식품이 문제다
식품 자체는 죄가 없다. 예를 들어 배를 깎아 먹거나 양파를 요리에 넣어 먹는 것은 전혀 문제가 없다. 문제는 이것을 즙이나 엑기스로 만들어 '농축했을 때다.
특정 성분이 고농도로 농축되면 간에 미치는 영향력도 수십, 수백 배 커진다. 또한 일부 한약재나 건강식품 성분은 항암제와 상호작용을 일으켜 약효를 떨어뜨리거나 부작용을 예측할 수 없게 만들기도 한다.
언제 먹을 수 있나?
그렇다면 선물들을 다 버려야 할까? 3가지 원칙에 따라 행동하면 된다.
1.항암·방사선 치료 중에는 ‘올 스톱'
치료가 진행되는 기간, 그리고 치료가 끝난 직후 회복기(약 2~4주)까지는 간을 쉬게 해줘야 한다. 의사가 처방한 약과 균형 잡힌 삼시 세끼 식사만이 정답이다.
2.치료 종료 후에는 주치의와 상의하라
모든 항암 치료가 끝나고 간 수치가 안정화되었다면, 그때는 체력 보강을 위해 홍삼이나 보약을 고려해볼 수 있다. 그래도 반드시 주치의에게 "이제 홍삼을 좀 먹어도 될까요?"라고 묻고 허락을 받는 과정이 필요하다.
3. 선물한 사람에게는 "잘 보관해뒀다 나중에 먹을게"
지인의 정성을 무시할 필요는 없다. "지금은 치료 중이라 약이 독해서 의사 선생님이 다 끝나고 먹으래요. 잘 뒀다가 완치 축하주처럼 그때 먹겠습니다"라고 지혜롭게 거절하는 화법이 필요하다.
최고의 보약은 '밥'이다
환자들은 불안한 마음에 자꾸 무언가 특별한 것을 찾는다. 하지만 암을 이기는 기적의 명약은 없다. 암 치료 중에는 구토, 오심, 소화불량, 장 기능 저하 등의 이유로 잘 먹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을 수 있다. 입맛에 맞는 음식 위주로 잘 먹는 게 좋다.
면역력을 높이는 음식 위주로 식사를 하면 좋지만, 암 치료를 잘 받기 위해서는 이것저것 가리기보다는 잘 먹을 수 있는 음식 위주로 ‘보통의 식사’를 하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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