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이나 제사상에서 빠지지 않는 나물 가운데 하나가 '고사리'다. 깊은 맛과 영양을 함께 갖춘 재료로 알려져 있지만, 막상 집에서 말린 고사리를 직접 삶으려면 생각보다 쉽지 않다. 충분히 삶았다고 여겼는데도 줄기가 질기거나 입안에 씁쓸한 맛이 남는 경우가 적지 않다.
시중에는 이미 삶아진 고사리도 판매되고 있다. 다만 말린 고사리를 직접 손질해 사용하면 향이 훨씬 또렷하고, 씹었을 때의 탄력도 살아난다. 손이 조금 더 가는 대신 완성도에서 차이가 난다. 고사리를 부드럽게 삶는 핵심은 조리법 자체보다 시간과 순서를 지키는 데 있다. 맛의 차이를 가르는 고사리 삶는 방법을 단계별로 살펴봤다.
충분한 불리기와 첫 삶기
말린 고사리를 손질할 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충분히 불리는 과정이다. 냄비나 큰 그릇에 고사리가 완전히 잠길 만큼 물을 넉넉히 붓고 최소 두 시간 이상 둔다. 시간이 허락된다면 반나절 정도 불려도 무리가 없다. 고사리가 물을 머금으며 서서히 부풀어 오르는 과정을 거쳐야 속까지 고르게 익는다.
이때 불린 물을 버리지 않는 점이 중요하다. 고사리에서 빠져나온 성분이 물에 스며들어 있어, 새 물로 삶는 것보다 익힘이 고르고 식감도 안정된다. 불린 고사리를 그대로 냄비에 올리고 뚜껑을 덮은 뒤 센불에서 끓인다.
물이 끓기 시작하면 불을 끄고, 뚜껑을 연 채로 두지 말고 그대로 덮어둔다. 이후 완전히 식을 때까지 최소 다섯 시간 이상 기다린다. 이 과정에서 고사리는 뜨거운 온기를 머금은 채 천천히 풀어지며 질긴 섬유질이 부드러워진다. 서둘러 건져내지 않는 인내가 식감을 좌우한다.
'끓이고 식히기' 반복, 아린 맛 잡는 순서
고사리를 한 번에 오래 끓이면 겉은 퍼지고 속은 단단하게 남기 쉽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끓였다가 식히는 과정을 여러 차례 나눠 진행하는 편이 낫다. 첫 번째 식히는 과정을 마친 고사리를 다시 불에 올려 한 번 더 끓인다. 물이 끓어오르면 같은 방식으로 불을 끄고 그대로 식힌다.
이 과정을 두세 차례 반복하면 고사리 줄기가 한층 도톰해지고 손으로 눌렀을 때 쉽게 휘어질 정도로 부드러워진다. 특히 고사리의 씁쓸한 맛은 이 반복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빠져나온다. 삶는 동안 물빛이 점점 짙은 갈색으로 변하는데, 이는 떫은 성분이 빠져나왔다는 신호다.
모든 과정을 마친 고사리는 칼 없이도 손으로 찢어질 만큼 연해진다. 끝부분 가운데 유독 단단한 밑동만 가볍게 떼어내면 나물이나 국, 볶음에 바로 쓸 수 있는 상태가 된다.
세척과 보관, 마지막 손질이 완성도를 좌우한다
삶기가 끝난 고사리는 찬물에 여러 번 헹궈 남은 잔여물을 씻어낸다. 이후 채반에 올려 물기를 충분히 빼준다. 바로 사용할 예정이라면 찬물에 잠시 담가두었다가 필요한 만큼 꺼내 조리하면 된다.
한 번에 많은 양을 손질했다면 보관 방법도 중요하다. 며칠 안에 사용할 분량은 밀폐 용기에 담아 냉장 보관한다. 물에 잠기지 않도록 물기를 적당히 제거하는 것이 좋다. 더 오래 두고 먹을 계획이라면 소분해 비닐 팩에 담고, 고사리가 마르지 않도록 약간의 물기를 남긴 채 냉동 보관한다.
냉동한 고사리는 해동 후에도 질감이 크게 떨어지지 않는다. 볶음이나 국에 바로 넣어도 무리가 없다. 요령만 익혀두면 번거롭게 느껴졌던 고사리 삶기도 차분하게 즐길 수 있는 조리 과정이 된다.
Copyright ⓒ 위키푸디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