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소개할 두 편의 영화는 <센티멘탈 밸류>와 <햄넷>이다. 두 영화 모두 2시간이 훌쩍 넘는 긴 러닝타임을 자랑한다. 또 <센티멘탈 밸류>은 골든 글로브 작품상과 여우주연상 등을 받았고, <햄넷>은 칸영화제 심사위원대상을 받았다.
이 두 영화의 공통점은 가족을 먼저 떠나보낸 후, 각각 영화와 연극으로 상처 입은 유가족의 마음을 치유한다는데 있다.
영화 <센티멘탈 밸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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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죽자, 차녀 아그네스(잉가 입스도테 릴리오스 분)의 연락을 받고 오래전 가족을 떠난 아빠(스텔란 스카스가드 분)가 집에 온다. 영화감독인 아빠는 연극배우인 장녀 노라(레나테 레인스베 분)한테 작품을 준비 중인데, 출연해 주면 좋겠다고 한다.
노라가 아빠랑은 소통 자체가 안 되는데 무슨 같이 영화를 찍냐며 단칼에 거절한다.
유명하지만 이제는 ‘뒷방 늙은이’ 취급받는 구스타브는 대체 이 영화를 누구랑 찍어야 하나, 투자는 받을 수 있나 고민한다.
그런 와중에 프랑스에 열린 한 영화제에서 구스타브 감독의 회고전이 열리고, 회고전에 참석한 유명 배우 레이첼(엘 패닝 분)이 구스타브에게 식사를 대접하면서 혹시 신작을 준비 중인지 묻는다.
이에 구스타브가 레이첼을 자기 집에 데려와 이곳에서 찍을 거라며, ‘양념’을 곁들여 집 이곳저곳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렇게 레이첼의 출연이 확정되자, 넷플릭스가 이 영화의 제작사로 나서기로 한다.
하지만, 레이첼이 캐릭터에 대해 파고들수록 과연 내가 감독의 기대치에 충족할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어 정중히 출연을 번복한다.
한편, 구스타브는 레이첼이 맡기로 한 배역의 아들 역으로 자기 손자인 에리크가 딱이라는 생각에 아그네스한테 제안한다.
아그네스는 우리를 떠난 아빠가 이제 와서 무슨 내 아들을 영화에 출연시키고 싶어 하나 싶어 거절한다.
아빠가 떠난 후, 아빠가 두고 간 시나리오를 읽어본 아그네스는 노라한테 아빠가 밉긴 하지만, 이건 언니를 위해 쓴 시나리오 같다며 시나리오를 건넨다.
처음 노라한테 제안했던 역은 노라의 할머니 젊은 시절이었는데, 시나리오를 읽어보니 내 곁에 있지도 않았던 아빠가 마치 내 곁에 있었던 것처럼 내 얘기와 할머니 얘기를 섞어서 시나리오를 쓴 걸 안 노라가 결국 조카 에리크와 함께 아빠의 영화에 출연한다.
그리고 노라는 연기를 매개로 아빠와 화해한다.
영화 <햄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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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가 빚진 집에서 아이들에게 라틴어를 가르치던 남자(폴 메스칼 분)가 우연히 집시 같은 차림으로 한 손에 매를 앉힌 채 숲에서 집 쪽으로 오는 여자(제시 버클리 분)를 보고 흥미를 갖게 된다.
집에 돌아간 후에 그 여자가 바로 그 집 큰딸 아녜스란 걸 알게 된 남자가 적극적으로 대시해 결국 결혼해 3명의 자녀를 낳는다.
하지만, 자기 꿈을 찾아 남자가 대도시인 런던으로 가고, 어느 날 아들 햄넷이 병사(病死)한다.
딸 주디스가 아프단 소식을 듣고 급히 온 남자는 주디스가 멀쩡한 걸 보고 안심하다가 잠시 후, 이들 햄넷이 죽은 걸 보고 슬퍼한다.
아들이 아플 때 곁에 있어주지 않았던 남편에게 아녜스가 화를 내고, 남자가 밤에 홀로 바닷가에 나가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라고 읊조린다.
그리고 얼마 후, 런던에 돌아간 남자가 연극 <햄릿의 비극>을 선보인다. 전단지를 보고 아녜스가 직접 공연을 보러 간다.
배우들이 ‘햄릿’이라는 이름을 언급하자 아들 ‘햄넷’(사실 햄릿과 햄넷은 같은 이름으로, 셰익스피어는 두 이름을 혼용해서 사용했다)이 떠올라 흥분한다.
잠시 후, 무대 위에 햄릿 역의 배우가 나타나자 그녀는 마치 죽은 아들이 지금 눈 앞에 있는 것처럼 푹 빠져 그를 바라본다.
그리고 온몸에 독이 퍼져 고통스러워하는 햄릿의 손을 잡는다. 아녜스의 돌발행동에 다른 관객들도 뭐에 홀린 듯 햄릿 역의 배우에게 손을 뻗는다.
이에 햄릿 역을 맡은 배우가 살짝 당황하지만, 정신을 차리고 마지막 대사를 내뱉은 후 숨을 거둔다.
그때 아녜스는 무대 위에서 조용히 안녕을 고하는 죽은 아들 햄넷의 환영을 본다.
이 두 편의 영화는 앞서 말했듯이 가족이 죽은 후, 각자 영화와 연극을 통해 남은 가족의 마음을 치유하는 예술가를 다루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특히 <햄넷>은 그동안 우리가 잘 알지 못했던 셰익스피어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그렸다는 점에서 흥미로운 작품이다.
극 중 남자의 이름은 중반이 지나서야 겨우 ‘윌’ 정도로 나오다가 마지막에 아녜스가 <햄릿의 비극>을 보러 런던에 간 김에 남편의 거처에 들려 집을 물을 때 ‘윌리엄 셰익스피어’라는 풀네임을 말한다.
사실 남자의 이름이 영화 초반에 안 나온다고 관객들이 전혀 눈치채지 못할 상황은 아니다, 극 시작과 동시에 자막으로 ‘햄넷’과 ‘햄릿’은 같은 사람을 지칭한다고 나오기도 하고, 아들 햄넷이 죽은 후 혼자 “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로다”라고 독백하는 장면만 봐도 저 말을 하는 이의 이름이 뭔지 쉽게 유추할 수 있다.
셰익스피어도 구스타브도 자기 꿈을 위해 가족을 버리고 다른 곳에 가서 창작활동을 하지만, 가족이 죽은 후 자기만의 방법으로 남은 가족에게 위로를 전한다.
특히 <햄넷>의 마지막 장면은 많은 이들이 치유받는 느낌을 느꼈다고 하는 장면으로, 봉준호 감독은 “영화를 보며 치유되는 느낌을 얻었다”며 이 영화를 만든 클로이 감독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센티멘탈 밸류>는 오는 18일, <햄넷>은 25일 개봉하니 두 영화를 비교하면서 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
/디컬쳐 이경헌 기자 c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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