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재선의원·상임위원장도 도피 전례…姜도 배제할 수 없어"
'태영호 공천거래 의혹 등 비난했으나 본인은 1억 수수' 비판도
(서울=연합뉴스) 김준태 최윤선 기자 = 김경 전 서울시의원으로부터 1억원의 공천헌금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 무소속 강선우 의원의 구속영장에서 경찰이 도주 가능성을 언급해 주목된다.
구속영장을 신청해 발부할 때에는 범죄의 중대성과 함께 증거인멸 우려, 도주 우려 등이 주된 요소로 고려되는데, 통상 현역 국회의원은 도주 우려가 없다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얼굴이 알려져 있고, 사회적 지위 등 잃을 것이 많다는 등의 이유에서다.
하지만 13일 연합뉴스가 확보한 강 의원의 구속영장 신청서에 따르면 경찰은 도주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의혹이 언론에 지속해 공개되면서 전 사회적인 비난과 공분을 사고 있고, 향후 수사와 재판을 통해 실형 선고가 불가피한 것을 예상해 고의로 잠적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경찰은 이와 함께 과거 국회의원들의 도주 사례를 적시했다. 일례로 민주평화당 소속이었던 황주홍 전 국회의원은 제21대 총선 당시 공직선거법을 위반한 혐의로 수사를 받던 2020년 6월 검찰의 소환 요구에 응하지 않고 3개월간 잠적했다가 검거된 바 있다.
신한국당 소속이었던 고(故) 김범명 전 의원은 세금 감면 대가로 거액의 뇌물을 받은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로 수사받던 2000년 8월 중국으로 출국해 도피하기도 했다. 그는 같은 해 10월 자진귀국 했지만, 이미 수사가 장기간 지연된 뒤였다.
경찰은 "위와 같은 사례들은 재선의원·상임위원장까지 지낸 현역 정치인이라고 하더라도 공판·수사를 회피하려 도피행각을 벌인 전례가 존재한다는 점을 보여준다"며 "강 의원의 경우에도 도주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만일 강 의원을 구속하지 않았다가 도피하는 사태가 발생한다면, 전 국민적 관심이 집중된 이 사건에서 형사사법기관은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고 비난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물론 수사 실무상 유죄 선고시 중형이 예상되는 경우 통상 도주 우려가 크다고 평가하는 측면이 있고 실제로 그렇게 적는 사례가 많다. 일종의 '레토릭'처럼 사용된다. 다만, 강 의원의 경우 이를 넘어 실제 도주할 우려까지도 경찰은 고려에 넣은 것으로 보인다. 재선 현역인 강 의원은 미국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고 교수 생활도 한 바 있다.
구속영장 신청서에는 과거 공직자의 도덕성을 강조하던 강 의원의 모습이 담기기도 했다.
경찰은 "강 의원은 2023년 5월 더불어민주당 대변인 시절 국민의힘 태영호 최고위원이 보좌진들에게 '이진복 대통령실 정무수석이 한일관계 옹호 발언을 잘하면 공천 문제는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는 취지의 녹취록이 보도되며 공천거래 의혹이 불거지자, 이를 민주주의의 파괴로 규정하면서 맹비난했던 장본인"이라고 적었다.
또 "2023년 9월에는 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를 둘러싼 의혹과 도덕성 문제가 불거지자 '온갖 편법을 동원해 사리사욕을 채워온 흔적이 뚜렷하다'고 말하며 고위공직자에게 엄격한 도덕성을 강조했다"면서 "정작 본인은 공천의 대가로 1억원을 수수했다"고 비판했다.
경찰은 "그런데도 강 의원은 수사 과정에서 일반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변명으로 일관하며 반성도 없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강 의원을 국회의원으로 선출한 국민들이 받을 충격을 고려할 때, 해당 범행은 비난 가능성이 매우 크고 중대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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