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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연방준비은행(연은)은 12일(현지시간) 보고서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수입품에 부과한 관세의 약 90%가 미국 소비자와 기업에 의해 부담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관세 비용이 해외 기업에 전가된다는 트럼프 행정부의 주장과 배치되는 분석이다.
보고서는 지난해 평균 관세율이 2.6%에서 13%로 급등한 상황에서 관세가 경제에 미친 영향을 점검했다. 특히 지난해 4~5월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를 125%까지 인상했다가 이후 113%로 낮추는 등 관세 정책이 급격히 변동했던 점도 반영됐다.
연은은 1기 트럼프 행정부 당시 관세 효과를 토대로 분석한 결과 “외국 수출업체들이 가격을 거의 인하하지 않아 관세 부담이 전적으로 미국으로 전가됐다”고 설명했다. 당시에는 관세의 100%가 수입가격에 반영됐다는 것이다.
지난해 월별로 보면 1~8월에는 관세 비용의 94%를 미국 측이 부담했고, 9~10월에는 92%, 11월에는 86%로 낮아졌다. 연말로 갈수록 해외 수출업체가 부담하는 비중이 다소 늘었지만, 전체적으로는 미국 내 전가 비율이 압도적이었다.
이 같은 결과는 전날 미 의회예산국(CBO)이 발표한 분석과도 대체로 일치한다. CBO는 “높은 관세는 수입품 가격을 직접 끌어올려 미국 소비자와 기업의 비용을 증가시킨다”며 외국 수출업체가 부담하는 비중은 약 5%에 그칠 것으로 추정했다. 단기적으로는 미국 기업이 이익률 축소를 통해 30%를 흡수하고, 나머지 70%는 가격 인상 형태로 소비자에게 전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관세를 세수 확보와 산업의 리쇼어링(국내 복귀), 무역 상대국에 대한 압박 수단으로 활용해왔다. 실제로 관세 인상으로 연방정부 세수는 크게 늘었지만, 급격한 인상과 유예·철회가 반복되면서 금융시장 변동성과 경제 불확실성을 키웠다는 지적도 나온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내부에서는 올해 물가 상승률이 목표치(2%)를 웃도는 주요 요인 중 하나로 관세를 지목하고 있다. 연준은 지난해 총 0.75%포인트 금리를 인하했지만, 관세발 물가 압력으로 추가 인하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연준 인사들은 관세의 물가 영향이 점차 약화돼 일회성 가격 수준 상승에 그칠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다만 이는 미국 가계의 전반적인 생활비 수준이 구조적으로 높아졌음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은 정치·법적 변수에도 직면해 있다. 미 하원은 전날 캐나다에 대한 긴급 관세를 종료하는 결의안을 통과시켰으며, 연방대법원도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부과 권한의 적법성에 대해 조만간 판단을 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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