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반느', 박자가 어긋나도 춤을 추는 청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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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반느', 박자가 어긋나도 춤을 추는 청춘

엘르 2026-02-13 02:27:35 신고

넷플릭스 영화 〈파반느〉는 박민규의 2009년작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를 원작으로 합니다. 1980년대였던 시대 배경이 바뀌었고, 다소 거시적이던 시선이 미시적으로 변했습니다. 여기에 이종필 감독 특유의 동화적 연출이 더해졌어요. 작품은 공개 전이지만 벌써부터 만든 사람들은 입을 모아 강조합니다. 이 영화는 '사랑 이야기'라고요.


영화 〈파반느〉

영화 〈파반느〉


배경은 사람들이 아름다운 것을 사기 위해 돈을 쓰러 오는 백화점입니다. 정직원과 계약직, 아르바이트가 뒤엉켜 일하는 이곳에선 이상한 인사가 눈에 띕니다. 수석 입사한 정직원이 모두가 기피하는 지하 창고에서 물건을 나르거든요. 이름은 미정(고아성)이지만 사람들은 그를 '공룡'이라고 부릅니다. 사람들이 피할 정도로 인상과 분위기가 나쁘다는 설정입니다. 단 한 사람, 주차 안내 요원 아르바이트를 하는 경록(문상민)을 제외하고 말이죠.


경록은 대놓고 따돌림을 당하는 미정에게 계속 눈길이 갑니다. 그리고 요한(변요한)은 남 시선 아랑곳 않고 미정에게 말을 거는 경록이 신경쓰입니다. 셋은 이내 친구가 되고, 서로의 존재를 통해 사랑이 없던 지난날을 보듬습니다. 경록은 미정을 향한 마음이 동정 아닌 사랑임을 깨닫게 되죠. 지금까지 사랑받지 못했던 미정은 경록의 사랑이 무섭습니다. 훤칠한 외모 덕에 백화점에서도 인기 있는 경록이 왜 지하 창고의 '공룡'이 좋다고 하는지 의심합니다. 경록은 그런 미정이 마음을 열 때까지 두드립니다. 결국 미정은 사랑은 물론 한 번도 가져본 적 없던 자신감까지 갖게 됩니다.


영화 〈파반느〉

영화 〈파반느〉


하지만 결핍에서 오는 불안은 접촉이 불량한 전구 같은 거예요. 어둠과 빛을 번갈아 내뿜다가 끝내 남는 어둠으로 주변을 물들입니다. 근본을 고치지 않으면 곁에 있는 사람에게까지 어둠을 전염시키고 말죠. 미정의 불안이 그랬습니다. 흔한 이야기입니다. 미정과 경록, 둘이 연애를 하는 바람에 홀로 남겨진 요한까지 세 사람은 다시 뿔뿔이 흩어집니다.


영화 〈파반느〉

영화 〈파반느〉


〈파반느〉는 '역시나 누군가를 사랑하고, 사랑해야 할 당신을 위한 영화'라는 말과 함께 시작합니다. 과연 어른이 된 후 처음 겪는 사랑의 풋풋함이나 설렘이 존재합니다. 같은 직장에서 일하던 남녀가 연인으로 발전했는데 손끝 한 번 닿기까지 한 시간 가까이 걸리는 이야기는 시대적 희귀성을 인정할 만하죠. 극 중 경록 역을 맡은 문상민이 이 엄청난(?) 시도에 설득력을 부여합니다. 연기력의 문제가 아닙니다. 최근작으로 예를 들자면 영화 〈왕과 사는 남자〉의 단종, 박지훈이 존재 만으로 연출의 허술함을 극복한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무표정으로 일관하던 초반의 경록과 웃음 가득한 얼굴을 한 후반의 경록은 아예 다른 사람처럼 느껴집니다. 이 모습이 영화 속 경록의 성장을 의미한다면 그게 정답일 것 같습니다.


그런데 청춘과 사랑을 말하기 위해 2009년의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를 가져와 각색해야 했느냐고 묻는다면 고개를 젓게 됩니다. 미경과 경록, 요한이 서로에게 품은 감정을 '사랑'이라고 주장한다면 그걸 말릴 도리는 없습니다. 하지만 영화가 내놓은 '청춘의 사랑'은 밖으로 확산하는 대신 안으로 침잠합니다. 그래서 〈파반느〉에는 사랑 대신 '청춘'에 '위태로움'을 더한 낡은 공식만 보입니다. 두 단어가 붙으면 어떤 이상한 설정도 '그러려니' 하게 되는 무적의 방패가 되곤 하죠. 영화가 절정으로 치닫고, 세 사람이 어둠 속에서 엇박자로 춤을 추는 와중에 갑자기 불을 켜 버리는 듯한 결말에서 명순응의 어지러움을 경험할 수밖에 없어요. 딱 원작 소설이 유행한 시기 근방의 작품들을 보는 듯한 인상입니다. 모두가 '청춘'을 뒤집어쓰고 뒤늦게 맞은 사춘기 히스테리를 발산하던 그 시절 말이에요. 그렇다면 '사랑은 오해'라고 조소하면서도 '사랑하고 사랑해야 할 당신'을 생각하는 세 청춘이 찾은 그들만의 '파반느'는 어떤 모습일까요? 20일 넷플릭스에서 공개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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