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박강규 정치전문기자] 국회가 12일 본회의에서 필수의료 지원 강화를 골자로 한 이른바 ‘필수의료특별법’을 통과시켰다. 응급·외상·분만·소아진료 등 국민 생명과 직결되지만 수익성이 낮아 기피돼 온 진료 분야에 대한 국가 책임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여야는 해당 법안을 비쟁점 민생법안으로 분류해 합의 처리했다.
이번 입법은 단순한 의료 지원 확대를 넘어, 한국 의료체계의 구조적 불균형을 제도적으로 보완하려는 시도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근 수년간 응급실을 전전하다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는 이른바 ‘응급실 뺑뺑이’ 사례가 반복적으로 발생하며 사회적 문제로 부상했다. 지방에서는 분만 가능한 산부인과를 찾기 어려워 원정 출산이 일상화됐고, 소아과 진료 공백 역시 심화됐다. 외상센터와 중증 응급환자 치료 체계의 지역 간 격차도 꾸준히 지적돼 왔다.
이 같은 현상의 배경에는 의료 인력의 수도권 집중, 상대적으로 낮은 수가 체계, 의료사고에 대한 부담 증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많다. 필수의료 분야는 업무 강도와 책임은 크지만 보상은 상대적으로 낮아 전공의와 전문의 지원이 감소하는 악순환이 이어져 왔다. 결국 시장 논리에만 맡겨둔 구조로는 필수의료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어렵다는 문제의식이 정치권과 정부 안팎에서 확산돼 왔다.
이번 법안은 필수의료에 대한 국가 차원의 종합계획 수립과 실태조사, 재정 지원 근거를 명문화했다는 점이 핵심이다. 필수의료 인력 확충을 위한 지원 체계와 지역 공공의료기관 지원 기반도 포함됐다. 그동안 정부 정책이 대책 발표에 그쳤다면, 이번에는 법률 차원의 근거를 마련해 지속성과 안정성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는 평가다. 특히 지역 간 의료 격차 해소를 위한 재정적·행정적 지원 체계를 제도화했다는 점이 주목된다.
다만 법 통과가 곧바로 현장의 변화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의료계에서는 실질적인 예산 확보와 근무 환경 개선, 의료사고 부담 완화 등 구조적 유인책이 병행되지 않으면 인력 유입 효과는 제한적일 수 있다고 지적한다. 단순한 재정 지원을 넘어 수가 체계 개편, 의료 분쟁 부담 완화, 근무 여건 개선 등 종합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지방 의료기관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중장기 재정 계획이 관건이 될 전망이다.
고령화 가속과 중증 환자 증가, 지방 소멸 위기 등은 필수의료 기반을 더욱 취약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꼽힌다. 의료 접근성의 격차는 단순한 지역 문제가 아니라 생명권과 직결된 사회적 불평등 문제로 확대되고 있다. 정치권이 갈등 국면 속에서도 필수의료법을 합의 처리한 배경에는 이러한 위기의식이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선택 진료’가 아닌 ‘반드시 유지돼야 할 진료’ 영역에 대해 국가 책임을 명확히 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것이다.
필수의료법 통과로 제도적 틀은 마련됐다. 이제 남은 과제는 선언적 입법에 그치지 않고,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변화로 이어지도록 만드는 실행력이다. 생명과 직결된 영역에서만큼은 정쟁을 넘어선 정책적 지속성과 실질적 재정 뒷받침이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이 힘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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