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암동 소각장 건립 갈등, 1심 이어 2심도 마포구민 승소
하루 889t 타지역 민간 소각장으로…비용 늘고 지역갈등 우려
(서울=연합뉴스) 황재하 기자 = 서울시가 상암동 광역자원회수시설(쓰레기 소각장) 건설을 둘러싼 소송 1심에 이어 2심도 패소하면서 올해부터 시행된 수도권 폐기물 직매립 금지에 따른 소각장 확충에 난항이 예상된다.
12일 서울시와 마포구,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2심 재판부는 마포구민들이 시를 상대로 낸 '광역자원회수시설 입지결정고시 처분 취소 청구' 소송에서 시의 항소를 기각하고 1심과 마찬가지로 구민들의 손을 들어줬다.
앞서 서울시는 수도권 직매립 금지 시행에 대비해 2023년 마포구 상암동을 쓰레기소각장 건립지로 선정해 고시했다가 구민들의 반발에 부딪혔다.
마포구는 1978∼1993년 난지도에 쓰레기를 매립했고 2005년 일간 750t을 소각할 수 있는 자원회수시설을 지었는데, 재차 하루 1천t을 처리할 신규 광역자원회수시설을 조성하기로 결정됐기 때문이다.
구민 1천800여명이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작년 1월 1심에 이어 이날 2심도 구민들의 손을 들어줬다.
입지 선정위원회 구성에 하자가 있고, 입지 후보지에 대한 타당성 조사를 위한 전문 연구기관의 선정에 관해서도 절차적 하자가 있다는 게 법원 판단이었다.
문제는 서울에서 처리하지 못하는 폐기물이다. 서울은 현재 마포·양천·노원·강남 4개 구에 소각장을 운영하고 있으나 처리 용량은 직매립이 허용되던 때 수준의 수요에 맞춰져 있어 직매립 금지 시행 이후로는 처리 용량이 부족한 실정이다.
서울시는 지난달 발표에서 올해 생활폐기물 배출량이 하루 평균 2천905t일 것으로 내다봤는데, 공공 소각장에서 처리할 수 있는 양은 2천16t에 불과해 매일 889t가량을 민간 소각시설에 위탁해야 한다.
서울 내에는 민간 소각시설이 없어 이 물량은 전부 다른 지역으로 옮겨져 처리되고, 이는 공공소각장에 비해 더 큰 비용이 드는 것은 물론 지역 간 갈등 요인이 된다.
이 같은 어려움 때문에 서울시는 입지 결정 과정에 일부 절차적 하자가 있더라도 쓰레기 소각장을 예정대로 지을 수 있도록 법원이 전향적인 판결을 내려주기를 기대해왔다.
서울시는 이번 2심 판결을 두고 "수도권 직매립 금지 시행에 따른 혼란과 지역 간 갈등이 격화하는 위중한 현실이 반영되지 못한 결과"라며 강한 유감을 표했다.
이어 "시는 2심 판결의 취지와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뒤 상고 여부를 포함한 향후 대책을 조속한 시일에 발표할 예정"이라고 향후 계획을 설명했다.
반면 마포구는 "서울시가 추진해온 신규 소각장 입지 결정 과정의 위법성과 추진 과정의 절차적 정당성, 주민 수용성 확보가 필수적이라는 사법적 기준을 재차 제시한 결정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환영 입장을 밝혔다.
박강수 마포구청장은 "이번 항소심 판결은 마포구민의 문제 제기가 법과 절차의 관점에서 정당했음을 재확인한 것"이라며 "공공성이 큰 쓰레기 정책일수록 적법성과 주민 참여가 전제돼야 한다는 원칙이 확인됐다"고 말했다.
소각장 건립이 요원해지고 폐기물 타지역 반출로 인한 갈등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서울시가 쓸 수 있는 방법은 폐기물 배출량 감축과 기존 시설 현대화다.
서울시는 "판결과 별개로 시는 발생지 처리 원칙 준수, 서울 전역의 생활폐기물 안정적 처리 체계 구축을 위해 기존 시설 현대화와 가동 효율 제고, 다양한 감량 정책 등을 지속 추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는 지난달 '생활폐기물 다이어트 천만 시민 실천 프로젝트'를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시민 1명당 연간 종량제봉투 1개 분량의 쓰레기를 줄이는 캠페인이다.
다만 이 목표를 달성하더라도 감축할 수 있는 폐기물의 양은 하루 60t에 불과해 소각 시설 부족분을 충당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신규 소각장 건설 없이 기존 쓰레기 소각장 시설 현대화로 얼마나 더 많은 용량을 처리할 수 있을지도 불투명하다.
한편 일각에선 민간 소각장 이용 때문에 쓰레기 처리 비용이 증가한 만큼 종량제봉투 가격 인상 가능성을 우려하지만, 서울시는 가격 인상을 검토한 바 없다는 입장이다.
jaeh@yna.co.kr
Copyright ⓒ 연합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