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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현지시간) 뉴욕거래소에서 거래되는 3월물 원당 선물 가격은 파운드당 14달러 아래로 떨어져 5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2024년 1월 파운드 당 24달러였던 원당 선물 가격은 2년 만에 절반 수준으로 폭락했다.
설탕 가격이 급락한 것은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 경제의 설탕 소비 둔화가 예상보다 급격했던 반면 개발도상국의 수요 증가는 더뎠기 때문이다.
미국을 중심으로 식욕을 억제하는 위고비, 마운자로, 오젬픽 등의 GLP-1 기반 비만 치료제가 대중화한데다 설탕이 건강에 유해하다는 인식이 확산하면서 설탕 수요가 급감하고 있다. 미 농무부는 지난해 12월 발표한 설탕 수급 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설탕 소비량 전망치를 기존보다 2만3000톤(t) 줄인 1230만t으로 하향 조정했다.
통상 가당 제품 수요는 상대적으로 소수 소비자에 집중되어 있어 설탕 시장은 소비자 행동 변화에 취약하다. 상위 20%의 소비자가 과자와 아이스크림 등 가당 제품 판매량의 65%를 소비한다. 이러한 설탕 상위 섭취자가 체중 감량 약물을 사용할 경우 설탕 소비가 급격히 줄어들게 된다.
반면 글로벌 설탕 생산량은 연간 1억8000만t 수준으로 대체로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 브라질과 인도의 설탕 생산량은 여전히 높은 수준이며, 주요 생산국 가운데 감산 계획을 밝힌 곳은 없다. 사탕 수수 재배를 위한 초기 투자 비용이 큰 데다 재배 주기가 길며, 대부분의 농가가 정부 지원을 받아 글로벌 가격 변동에 둔감하다.
미국이 지난해 12월 경구형 GLP-1까지 승인하면서 체중 감량 약물이 더 많이 보급될 것으로 예상돼 설탕 소비는 좀처럼 늘어나지 않을 전망이다. 노보디스크의 ‘먹는 위고비’는 출시 3주 만에 미국에서 주간 처방 5만 건을 돌파했다.
글로벌 원자재 브로거 마렉스의 구르데브 길은 “설탕 소비 감소 속도가 업계를 놀라게 했다”며 “선진국에서는 수년간 설탕 소비가 점진적으로 줄어들긴 했지만, 체중 감량 약물이 등장하면서 큰 변화가 나타났다”고 말했다.
라보뱅크의 소비식품 분석가 주앙 파울루 프로사르드는 “식품 기업들이 제품을 많이 파는 것 대신 더 영양가 있는 제품을 파는데 집중하고 있다”며 “이것은 잠시 지나가는 유행이 아니며, 식품 업계가 전제로 삼고 전략을 짜야 하는 변화”라고 강조했다.
전날 코카콜라는 지난해 4분기 코카콜라 판매량이 1% 증가에 그친 반면 설탕이 함유되지 않은 제로 콜라 판매량은 13% 급증했다고 밝혔다. 지역별로는 북미와 유럽, 아시아에서 탄산음료 수요가 특히 저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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