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역대 두번째 규모 과징금
공정위는 12일 CJ제일제당·삼양사·대한제당의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 위반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4083억원을 잠정 부과한다고 밝혔다.
4000억원이 넘는 금액은 그간 공정위가 담한 사건에 부과한 과징금 총액 기준 두 번째로 큰 규모다. 업체별 과징금은 각각 △CJ제일제당 1506억 8900만원 △삼양사 1302억 5100만원 △대한제당 1273억 7300만원이다. 관련 매출액은 3조 2884억원, 과징금 부과기준율은 15%이다.
|
공정위 조사에 따르면 이들 3사는 2021년 2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총 8차례에 걸쳐 음료·과자 제조사 등 실수요처와 대리점 등 사업자간(B2B) 거래에 적용되는 설탕 가격의 인상 또는 인하 폭과 시기 등을 합의하고 실행했다.
이들은 설탕 주재료인 원당가격이 오르는 시기에는 원가 상승분을 신속히 가격에 반영하기 위해 공급가격 인상 시기와 폭을 합의한 후 이를 실행했다. 이때 가격 인상을 수용하지 않은 수요처에 대해선 3사가 공동으로 압박하는 등 서로 협력했다. 반대로 원당가격이 하락하는 시기에는 원가 하락분을 더 늦게 가격에 반영하기 위해 원당가격 하락 폭보다 설탕 가격을 더 적게 인하하고 인하 시기를 지연시킬 것을 합의했다.
실제로 이들은 2021년 1월부터 2023년 10월까지 원당가가 386원에서 801원으로 상승하는 동안 설탕 가격을 720원에서 1200원으로 인상했지만, 2025년 4월까지 원당가가 578원으로 하락하는 동안에는 설탕 가격을 1120원으로 소폭 내리는 데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담합…조직적 대응
이들은 제당 3사 담합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들은 2007년 같은 혐의로 공정위로부터 총 51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은 바 있다. 공정위가 2024년 3월 이번 담합 혐의를 인지하고, 현장조사를 실시했을 당시에는 명확한 합의 증거가 발견되지 않았다. 담합을 철저하게 숨기기 위해 실제 회합 및 전화통화 등을 통해서만 의사 연락을 하면서다.
공정위 조사는 대한제당에서 확보한 내부 보고자료를 기점으로 탄력을 받는다. 내부자료와 담당자 메신저 대화에서 ‘CJ’, ‘C사’가 등장하면서 제당사 간 가격 논의가 있다는 것을 추정할 수 있는 정황증거를 잡았기 때문이다. 공정위는 이를 바탕으로 약 1년간 수요처 등에 대한 조사를 벌였고, 비로소 구체적인 담합 협의를 확보할 수 있었다.
이들의 담합은 대표급, 본부장급, 영업임원급, 영업팀장급 등 직급별 모임 또는 연락을 통해 이뤄졌다. 대표급, 본부장급 모임에서는 개략적인 가격인상 방안이나 협력 강화 방안 등을 합의했고, 영업임원이나 영업팀장들은 많게는 월 9회 모임을 갖고 가격변경 시기와 폭, 거래처별 협의 시기 등 세부 실행방안을 합의했다.
이들은 가격변경 폭과 시기 합의가 이뤄지면 전체 거래처에 가격 변경 계획을 통지하고 필요한 경우 협상을 진행했다. 각 수요처별로 점유율이 가장 높은 제당사가 협상을 주도하고 협상 경과를 수시로 공유했다. 예컨대 A 음료회사는 CJ제일제당이, B 과자회사는 삼양사가, C 음료회사는 대한제당이 주도해 협상하는 방식이다.
결국 제당사들은 가격인상이 필요하다고 판단했을 때 한 번도 실패하지 않고 가격을 인상했고, 반대로 가격인하 요인이 발생했음에도 가격을 인하하지 않거나 인하 폭을 최소화할 수 있었다.
|
◇“부당이득보다 더 큰 수준 과징금 부과될 것”
공정위는 담합 피해가 소비자에게 전가됐다며 법 위반행위가 엄중하게 다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주병기 공정위원장은 “제당사들은 담합을 통해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었고, 반대로 수요처들은 가격인상 압박을 받게 돼 최종적으로는 식료품을 구매하는 소비자가 고스란히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었다”며 “설탕은 수입이 자유롭지 않아 진입장벽이 높은 시장인데, 제당사들이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담합을 했다는 점에서 비난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주 위원장은 앞으로 제도 개선을 통해 부당이득보다 더큰 과징금이 부과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같은 민생을 침해하는 담합을 엄두조자 내지 못하도록 대응해 나갈 것”이라며 “담합 과징금의 법정 상한을 관련 매출액의 20%에서 30%로 높이는 법 개정과 함께 시행 세칙과 고시 개정을 통해 법 위반을 억제하는 수준의 경제적 제재가 부과될 수 있또록 하는 방안을 추진할 것”이라고 짚었다.
Copyright ⓒ 이데일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