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NTAGE TABLEWARE & OBJETS
Archivist 이은지(Ettal 디렉터)
수집 중인 것
빈티지 실버 테이블웨어와 오브제. 프랑스를 기반으로 한 실버 제품을 주로 수집하고, ‘크리스토플’과 ‘에르퀴’ 같은 클래식한 실버 메종의 제품, 아르데코 디자이너의 오브제까지 폭넓게 수집 중이다.
수집하는 물건을 선별하는 기준
가장 중요하게 보는 것은 오브제가 지닌 고유한 존재감이다. 익숙하거나 반복적으로 보이는 디자인보다는, 과도한 장식 없이도 형태 자체로 조형적인 힘을 가진 오브제에 더 끌리는 편이다. 이런 기준을 두고 수집하다 보니 아르데코 시대의 오브제와 아트 피스들이 주로 모인다.
나만의 아카이빙 방법
물건을 ‘보관’하기보다는 일상에서 어떻게 사용되고 놓일 수 있는지 상상 가능하도록 구성하는 편이다. 꾸준히 수집해온 것들을 선보이고 싶어 론칭한 브랜드 ‘에딸’의 쇼룸에선 각 공간의 성격에 맞춰 오브제들을 디스플레이한다. 소파 존에는 티타임을 떠올릴 수 있는 오브제를, 콘솔 위는 화장대처럼 연출해 실제 공간에 어떤 분위기가 만들어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고자 함이다.
디깅의 노하우
가장 먼저 하는 일은 레퍼런스를 명확히 설정하는 것. 각종 아카이브 자료나 핀터레스트 등을 통해 지금 당장은 구할 수 없거나 고가의 아트 피스일지라도 지향하는 기준을 최대한 높게 잡아둔다. 그렇게 디깅을 이어가면 완전히 같은 물건은 아닐지라도 결이 맞는 오브제들을 자연스럽게 골라낼 수 있다. 디깅을 하다 보면 시선이 흐트러지기 쉬운데, 그럴수록 처음 설정한 레퍼런스를 떠올리며 신중하게 선택하려고 한다.
언제고 꺼내봐도 기분 좋아지는 수집품
1930년대에 제작된 아르데코 트로피. 이 트로피는 한 대회의 1등 수상자만을 위해 장인이 손으로 완성한 작품으로, 세상에 딱 한 피스만 존재하는 오브제에 가깝다. 제2차 세계대전 전후로 실버를 비롯한 귀금속 사용이 급격히 제한되면서 장인의 손으로 정교하게 제작된 실버 트로피 문화는 거의 사라지게 됐다. 그런 점에서 이 트로피는 단순한 수상 기념물이 아니라, 사라진 공예 문화와 한 시대의 마지막을 담고 있는 기록처럼 느껴진다.
지금 탐내고 있는 것
아르데코 시대를 대표하는 디자이너 장 데프레의 아트 피스.
아카이빙이 내게 남긴 것
빠른 속도보다는 조금 느려도 정확한 기준이 더 중요하다는 걸 배웠다. 시간을 들여 내가 생각하는 기준에 맞는 오브제를 찾고, 충분히 고민한 뒤 바잉한 물건은 애정이 담겨 있고, 그건 곧 ‘고객에게도 전해진다고 생각한다.
PHOTOGRAPHY BOOKS & MAGAZINES
Archivist정멜멜(사진가)
수집 중인 것
사진집을 꾸준히 사고 있다. 하나의 프로젝트가 끝날 때마다 스스로에게 주는 선물처럼 구입하기 시작했는데 10년 정도 지나니 꽤 많은 책이 모였다. 두껍거나 판형이 큰 책은 프로젝트가 끝날 때마다 구입한 것들이고, 얇은 사진집은 친구들이 여행을 다녀오며 기념으로 사다 준 것들이 많다. 타지에서 누군가를 떠올리며 무언가를 산다는 것은 번거로움을 동반하는 일인데, 덕분에 시간이 지나도 더욱 소중하게 간직하게 된다.
수집하는 물건을 선별하는 기준
오히려 기준을 없애려고 노력한다. 특정 주제나 톤에 치우치고 싶지 않아 의식적으로 다른 스타일, 때로는 내가 어렵게 느끼는 스타일의 사진집을 구입해보기도 한다. 그러나 그것 역시 내가 의식하지 못하는 어떤 하나의 기준일 것이다.
나만의 아카이빙 방법
지금까지는 사진집용 선반에 주제별로 분류해서 꽂아두는 방식이었다. 최근에는 좀 더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싶어 작가, 국적, 출판사, 출간 연도, 세부 주제, 특징 등을 엑셀에 기록하기 시작했다.
디깅의 노하우
관심 있는 매거진이나 출판사의 계정을 팔로하고 소식을 꾸준히 찾아보는 정도다. 단, 포토그래퍼 개인보다는 다양한 책을 업로드하는 출판사 위주로 살펴보는 편.
아카이빙의 기쁨과 슬픔
가끔은 시간이 없어 읽지 못할 걸 알면서도, 아직 읽지 않은 책을 미뤄두고 사진집을 마구 구입할 때가 있다. 쌓아두는 것도 독서라는 ‘적독가’들의 농담이 있긴 하지만, 가끔은 나의 이런 행위가 사진에 대한 불안이나 집착처럼 보일 때가 있다. 그러나, 쌓여진 책, 쌓여진 아름다움. 너무나 아름답고 즐겁다.
아카이빙이 내게 남긴 것
사진에 대한 생각과 관점, 취향이 어떻게 변해왔는지 어느 정도는 물성을 통해 보게 되는 것 같다. 그리고 부동산이 필요하다는 것도 느낀다. 농담이 아니라 정말로! 사진집은 크고 두꺼운 경우가 많아 공간의 문제를 피할 수 없다. 실제로 얼마 전 작업실 이사를 하며, 이제는 어느 정도 크기 이하로는 더 줄일 수 없다는 걸 실감했다.
FURNITURE & LIGHTING BY ALVAR AALTO, AINO AALTO
Archivist권혁도(가전HW 엔지니어)
수집 중인 것
알바 알토와 아이노 알토가 디자인한 가구와 조명, 그리고 유리 제품 등을 수집하고 있다. 2020년에 ‘스툴60’을 본격적으로 수집하기 시작했으니 만 6년이 됐다. 처음 알토 디자인 가구에 매료된 건 오래된 나무의 파티나 때문이었다. 1930년대에 제작된 제품의 나무 색은 인위적으로 따라 할 수 없는 부분이다. 처음엔 단순히 외관의 아름다움에서 시작했다면, 수집은 좀 더 다양한 부분을 고려하며 이어졌다. 알토 가구가 가진 컬러, 소재, 시대적 배경 등의 다양한 요소가 수집욕을 자극했다.
수집하는 물건을 선별하는 기준
무엇보다 내 눈에 보기 아름다운지, 내 컬렉션의 빈자리를 채울 수 있는지, 그리고 명확한 프로버넌스가 있는지를 본다.
나만의 아카이빙 방법
주로 나무 소재의 가구라 주기적으로 먼지를 털어주고 오일링을 해주며 관리한다.
디깅의 노하우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과 소통하는 것. 이 과정에서 내가 이 수집에 진심이라는 걸 전하는 게 중요하다. 그 정도 레벨이 됐을 때 디깅의 깊이가 더 깊어진다고 생각한다. 많은 것을 찾아보고 서적을 통해 공부하는 건 기본적으로 해야 하는 일이다. 여러 문헌을 통해 내가 수집하는 가구의 근거를 찾을 수 있다는 점도 수집하면서 느끼는 재미다.
언제고 꺼내봐도 기분 좋아지는 수집품
가장 처음 구매했던 빈티지 스툴60. 2020년 1월, 헬싱키의 ‘Artek 2ndCycle’을 처음 방문했을 때 구매했고, 이 스툴이 수집 생활의 시작점이 됐다.
지금 탐내고 있는 것
스툴60을 좀 더 모으려고 한다. 스스로 스툴60의 역사를 보여줄 수 있을 만큼 주요 피스를 모았다는 생각이 들 때, 작은 전시를 열어보고 싶다.
아카이빙의 기쁨과 슬픔
즐거움은 내가 좋아하는 것을 위해 시간을 할애하고 공부하고, 최종적으론 그 물건을 내 옆에 둘 수 있다는 것. 반면 내가 수집하고자 했던 물건이 누군가의 손에 먼저 들어갔을 때, 아쉬움이 짙게 남는다.
아카이빙이 내게 남긴 것
일상의 기쁨과 원동력. 그리고 아는 만큼 보인다는 사실.
VINTAGE GLASS OBJETS
Archivist 이원희(‘정원사’ 에디터), 정은지(‘정원사’ 아트 디렉터&포토그래퍼)
수집 중인 것
아주 오래전에 생산된 유리 오브제를 모은 지 8년 정도 됐다. 둘이 함께 비정기로 발행하는 독립 출판 라이프스타일 매거진 〈AVEC〉의 세 번째 이슈를 기획하던 중 우연히 동네 친구를 사귀게 됐다. 빈티지 찻잔을 수집하는 그 친구의 영향을 받아 아름다운 물건에 매료되기 시작했다. 물건의 범주는 친구의 취미였던 빈티지 찻잔에서 다양한 형태의 유리 오브제로 확장됐다.
수집하는 물건을 선별하는 기준
원희 이해할 수 있을 정도의 사용감과 타협할 수 있는 금액.
은지 객관적으로나 주관적으로나 아름다우면서 실용성이 가미된 물건인지를 본다.
나만의 아카이빙 방법
원희 계절이 바뀔 때마다 집 안에서 사용하는 물건을 바꾸는 편인데, 그때 꺼내두는 수집품도 조금씩 달라진다. 자줏빛을 띤 갈색 잔과 소서는 봄여름보다는 늦가을에 꺼내 겨우내 커피를 마실 때 사용한다. 한동안 사용하지 않는 물건은 상하지 않게 잘 포장해 전용 박스에 담아 건조하고 서늘한 곳에 둔다.
은지 소유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림이나 사진 등의 방법으로 기록을 남기는 일도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 〈Still Object〉라는 책은 이런 생각에서 출발한 프로젝트다. 새로운 물건을 계속 수집하기보다 가지고 있는 것들을 우리만의 시선으로 다시 표현해 ‘아카이빙을 다시 아카이빙한다’라는 결론에 닿았다. 찬장이나 선반에 있을 때보다 대상을 더 자세히 관찰하며 미처 보지 못했던 아름다운 부분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됐다.
디깅의 노하우
원희 평소 눈여겨본 물건의 목록을 만들어두고 생각이 날 때 찾아본다. 자주 찾아보면 갖기 전에 질린다고 해야 할까? 그 물건과 우리가 인연이라면 어떻게든 만나게 된다고 생각한다. 꼭 갖겠다는 집착을 버리는 데서 디깅이 시작된다.
은지 물건을 탐색할 때 정보의 정확성을 분석하고 교차 검증을 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여기저기 흩어진 정보를 모아 정확한 것만 선별하는 과정에 가장 많은 시간을 쏟았던 것 같다. 더 이상 생산하지 않는 제품의 경우 과거에 발간됐던 브랜드의 브로슈어나 패키지를 구해 확인하는 과정을 거치기도 한다.
언제고 꺼내봐도 기분 좋아지는 수집품
원희 리사 라르손이 로얄 크로나에서 디자이너로 활동할 때 만든 ‘Three Wise Monkeys’ 시리즈 중 ‘Can’t Hear’. 양쪽 귀를 막고 있는 원숭이는 부적처럼 언제나 책상 위에 올려져 있다.
은지 베르틸 발리엔이 디자인한 코스타 보다의 작은 사자, 출처가 불분명한 옅은 갈색 갈기와 꼬리털을 가진 하얀 유니콘. 사자자리라 사자 오브제를 좋아한다.(웃음)
아카이빙이 내게 남긴 것
원희 물건을 소유하기 위해선 확실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는 점을 알게 됐다. 과거에는 예쁘니까, 귀여워서, 심지어 그냥 갖고 싶어 구매했다면 이제는 스스로 이해할 만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 그만큼 오래 바라보고 고심하면서 물건을 대하는 충동적인 마음을 조절할 수 있게 됐다.
은지 좋은 디자인은 시대와 관계없이 오래 사랑받는다는 것. 스웨덴의 도예가이자 디자이너 리사 라르손, 코스타 보다의 베르틸 발리엔, 핀란드 디자이너 울라 프로코페의 작품은 여전히 많은 사람이 찾는다. 이런 점이 아카이빙을 하며 좋은 디자인에 대한 시각을 키울 수 있는 계기가 됐다.
Copyright ⓒ 코스모폴리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