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만 설계한 의대 증원···교육·필수의료는 ‘시간표 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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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만 설계한 의대 증원···교육·필수의료는 ‘시간표 밖’

이뉴스투데이 2026-02-12 08:00: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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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2027학년도부터 5년간 의과대학 정원을 연평균 668명씩 늘리는 로드맵을 확정하면서 2년 가까이 이어진 의정 갈등은 일단락되는 분위기다. [사진=연합뉴스]
정부가 2027학년도부터 5년간 의과대학 정원을 연평균 668명씩 늘리는 로드맵을 확정하면서 2년 가까이 이어진 의정 갈등은 일단락되는 분위기다. [사진=연합뉴스]

[이뉴스투데이 김진영 기자] 정부가 오는 2027학년도부터 5년간 의과대학 정원을 연평균 668명씩 늘리는 로드맵을 확정하면서 2년 가까이 이어진 의정 갈등은 일단락되는 분위기다. 하지만 의료 현장에선 “이번 결정은 미래 숫자를 설계했을 뿐, 지금 붕괴되고 있는 교육과 필수의료 구조에 대한 해법은 담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결정을 ‘증원 반대’의 문제가 아닌 공급 시점과 교육 수용능력, 필수의료 구조가 분리된 정책 설계의 문제로 보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10일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보정심)를 열고 서울을 제외한 32개 의과대학을 대상으로 2027년 490명, 2028~2029년 각 613명, 2030년 이후에는 공공의대·지역 신설 의대를 포함해 연 813명씩 증원하기로 했다. 5년간 누적 증원 규모는 3342명, 연평균 668명이다. 증원 인력은 전원 지역의사 전형으로 선발돼 졸업 후 10년간 지역 공공의료기관에서 의무 복무하게 된다.

정부는 2037년 의사 부족 규모를 4724명으로 추산했지만, 실제 증원 규모는 이에 못 미치는 75% 수준에 그쳤다. 공공의대와 지역 신설 의대에서 배출될 인력을 제외하면 연평균 약 825명의 추가 양성이 필요하다는 내부 계산이 나왔지만, 최종 결정은 668명으로 조정됐다. ‘과학적 수급 추계’를 근거로 내세웠지만, 교육 여건과 사회적 수용성을 이유로 정책적 판단이 개입됐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은 “수급 추계 결과를 토대로 하되, 초기 교육 부담을 완화하고 양질의 의사를 양성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며 “지역·필수·공공의료 개혁을 위한 첫 단계로 봐 달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2029년 다시 수급 추계를 실시해 정책을 보완하겠다는 입장이다.

의료계가 가장 우려하는 대목은 공급 시점이다. 이번 증원으로 배출되는 신규 의사가 본격적으로 현장에 투입되는 시점은 2033년 이후다. 그전까지 정부는 계약형 지역 필수의사제, 시니어 의사 활용, 국립대병원 전공의 배정 확대 등 ‘임시 처방’으로 공백을 메우겠다는 방침이다. 의료계는 이를 두고 “지금 빠져나가는 인력을 붙잡지 못한 채, 7년 뒤 신규 인력에 기대는 구조”라고 분석한다. 단기 처방과 중장기 증원이 분리된 설계라는 지적이다.

특히 2027학년도는 교육 붕괴 가능성이 가장 큰 해로 지목된다. 의정 갈등 과정에서 휴학했던 학생들과 군 복무 후 복귀생, 여기에 증원 인원까지 한꺼번에 겹치는 상황이다. 전국의대교수협의회는 “증원이 없더라도 이미 정상적인 의학교육이 어려운 수준”이라며 “교원과 시설, 유급 학생까지 고려하면 교육 여건은 더 악화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김택우 대한의사협회 회장도 “현장의 교육 인프라로는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의협은 연간 350명 수준이 교육적으로 수용 가능한 상한선이라고 주장해 왔고, 정부가 제시한 2027년 490명까지는 조건부 수용 가능하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하지만 2028년부터 증원 규모가 613명으로 확대되자 “예상 범위를 벗어난 숫자”라며 반발했다. 의협은 의대 전수조사를 통한 현실적 모집 인원 재산정, 의학교육 협의체 구성, 의사 인력 수급 추계위원회 전면 개편, 필수의료 대책 실행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번 결정으로 의료계가 전면 투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전공의와 의대생 사이에선 “이번엔 휴학 같은 집단행동은 없을 것”이라는 분위기가 퍼지고 있어서다. 인턴 시험 일정과 겹치면서 증원 이슈 자체에 관심이 옮겨졌다는 반응도 나온다. 2024년 대규모 집단 사직과 휴학으로 이미 2년 가까운 시간을 소모한 만큼, 다시 미래를 걸고 나설 동력이 크지 않다는 분석이다.

오히려 의료계 내부에선 책임론이 먼저 불거지고 있는 분위기다. 봉직의 단체인 대한병원의사협의회를 비롯해 서울시의사회, 교수 단체까지 의협 집행부의 전략 부재를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나섰다. “싸울 준비도 없이 협상에만 치중했다”는 지적과 함께 김택우 회장의 퇴진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의료계는 정부와의 대립보다 내부 리더십 재편 국면으로 빠르게 이동하는 모습이다. 정책 갈등이 조직 갈등으로 전환되는 양상이다.

환자단체와 시민사회에선 반대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와 민주노총은 “추계 결과보다 크게 줄어든 증원 규모는 의료계에 대한 특혜”라며 “필요 인력을 행정 편의와 교육 현장 부담을 이유로 축소한 것은 정책 일관성을 해친다”고 비판했다. 경실련은 “정원 확대와 별개로 행위별 수가제 개편, 비급여 관리 강화 등 구조 개혁이 병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2029년에 다시 수급 추계를 실시해 증원 규모를 재검토하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의료 현장에선 이미 ‘정책 설계와 현실의 시차’가 문제라는 해석도 나온다. 중앙정부는 숫자를 설계했지만, 그사이 무너질 수 있는 교육과 필수의료 현장은 여전히 각 병원과 의료진의 몫으로 남겨졌다는 것이다.

한 서울대 의대 재학생은 “지난번처럼 감정적으로 반발할 분위기는 아니다”며 “지금은 각자 진로와 시험 준비가 더 급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학생은 “이번 결정이 누군가에겐 굉장히 힘든 선택이었을 것 같다”며 정책 이면의 개인적 고뇌를 언급했다.

서울 소재 대학병원 전공의는 “솔직히 이번 증원 결정이 놀랍지는 않았다”며 “지금 현장은 사람을 더 뽑기 전에, 남아 있는 인력이 버틸 수 있게 만드는 게 먼저인데 그런 얘기는 거의 나오지 않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2024년 집단 사직 이후 수련 환경이 크게 달라졌다고 보기도 어렵다”며 “이제는 각자 살아남는 문제로 돌아간 분위기”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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