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로드] 금융당국이 가상자산거래소 빗썸의 가상자산사업자 신고 갱신 심사를 두고 장기전에 들어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최근 비트코인 오(誤)지급 사태로 시장 신뢰가 흔들렸지만, 현행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상 불수리(不受理) 요건만으로는 빗썸의 법적 책임을 직접적으로 묻기 어렵다는 한계 때문이다.
12일 금융당국과 업계에 따르면 빗썸은 2024년 10월 금융당국에 가상자산사업자 신고 갱신을 신청했고, 현재 금융정보분석원(FIU)과 금융감독원이 관련 심사를 진행 중이다. 특금법은 가상자산사업자에게 3년마다 사업자 신고를 갱신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최종 수리·불수리 권한은 FIU에, 세부 신고 업무는 금감원에 위탁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문제는 갱신 심사가 진행되는 도중 대규모 비트코인 오지급 사고가 발생했다는 점이다. 당국은 현재 빗썸에 대한 현장검사를 진행 중이지만, 검사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갱신 수리 여부를 결정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그럼에도 특금법에 규정된 불수리 사유만으로는 이번 사고를 이유로 ‘갱신 불수리’ 결정을 내리기에는 법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점이 당국의 고민을 키우고 있다.
특금법상 불수리 요건은 △정보보호 관리체계(ISMS) 인증 미획득 △실명확인 입출금계정을 통한 금융거래 미이행 △범죄수익은닉규제법·테러자금금지법 등 특정 금융 관련 법률 위반으로 벌금 이상의 형을 선고받고, 집행 종료·면제일로부터 5년이 지나지 않은 경우 등으로 한정돼 있다. 이번 오지급 사태와 같은 ‘시스템·운영 리스크’나 이용자 피해 유발 사고는 직접적인 불수리 사유에 포함돼 있지 않다.
금융위원회 고위 관계자는 “빗썸의 갱신 심사가 빨리 끝날 것 같지 않다”고 말해 심사 장기화를 시사했다. 또 다른 금융당국 관계자는 “이번 사태의 점검·검사는 기본적으로 특금법보다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위반 여부에 집중돼 있다”며 “법상 명시된 불수리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데도 당국이 수리하지 않으면 오히려 법 위반이 된다”고 설명했다. 시장 신뢰를 훼손한 사고가 발생했음에도, 정작 사업자 갱신 단계에서 이를 반영할 수 있는 법적 장치가 사실상 부재하다는 의미다.
이 같은 규제 공백은 과거 정부가 가상자산을 정식 금융자산으로 인정하지 않은 채 자금세탁 방지에 초점을 맞춰 규제 틀을 설계한 데서 비롯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금법이 ‘자금세탁 방지법’ 성격에 머무르면서, 이용자 보호·시장 안정·운영 리스크 관리 등 종합적인 감독 기능을 담지 못했다는 것이다. 현재 정부와 국회가 가상자산시장을 포괄적으로 관리·감독할 ‘디지털자산기본법’ 제정을 서두르는 것도 이런 구조적 한계를 보완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갱신 심사 과정에서 FIU에 내부 의견을 전달할 금감원도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전날 국회에서 열린 빗썸 사태 긴급 현안질의에서 “(사업자 갱신 수리는) FIU가 최종 판단해야 할 부분”이라면서도 “현재 상황까지 감안해 신중하게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당국 내부에서는 법적 불수리 요건을 충족하지 않는 이상 섣불리 갱신을 거부하기보다는, 심사 기간을 최대한 활용해 빗썸의 재발 방지 대책과 내부통제 강화 방안을 촘촘히 점검하는 방향으로 가닥이 잡히는 분위기다.
업계 일각에서는 금융당국이 법적 요건의 한계로 갱신 불수리 결정을 내리기는 어려운 만큼, 빗썸이 시장 신뢰 회복을 위한 충분한 대책을 마련할 때까지 ‘시간을 두는 방식’으로 대응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실질적인 제재 대신, 갱신 수리 결정을 늦추는 방식으로 압박을 가할 수 있다는 해석이다.
다만 심사가 길어지더라도 빗썸의 영업에는 즉각적인 제약이 없다. 현행법상 심사 기간 중 사업자 유효기간이 만료되더라도, 이후 당국이 갱신 수리를 통보하는 날을 사업자 만료일로 간주하기 때문이다. 빗썸의 기존 사업자 신고 유효기간은 2024년 12월 이미 만료됐지만, 갱신 심사가 진행 중인 만큼 현재로서는 정상 영업이 가능한 상태다.
한편 비트코인 오지급 사고 이후 빗썸의 시장 점유율이 오히려 30%대를 회복하는 등 역설적인 흐름도 나타나고 있다. 사고 직후 일주일간 전 종목 거래 수수료를 면제하는 조치가 투자자 자금을 대거 끌어모으면서, ‘신뢰 추락’ 논란과는 다른 방향의 시장 반응이 포착된 것이다. 규제 공백 속에서 거래소의 사고와 보상, 그리고 투자자 행태가 복합적으로 얽히며, 가상자산 시장 감독 체계 전반에 대한 재정비 필요성이 한층 부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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