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영화와 OTT 시장에서 ‘빌런’의 존재와 영향력은 작품의 흥행과 품격을 결정짓는 중요한 키워드로 자리매긴했다. 전작의 빌런이 강렬했을수록 후속작의 주인공이 느끼는 압박감만큼이나, 그 자리를 채울 배우의 어깨도 무거워지기 마련. 이미 독보적인 세계관을 구축한 세 편의 대작 시리즈가 올해와 내년, 새로운 ‘악(惡)’의 얼굴들을 예고했다. 선한 미소 뒤에 숨겨진 서늘한 칼날을 꺼내 든 세 배우, 김재영과 이준호, 그리고 정지훈(비)의 변신에 주목해야 할 이유다.
〈범죄도시5〉 김재영
‘빌런 맛집’의 대명사가 된 〈범죄도시〉 시리즈의 다섯 번째 주자는 배우 김재영이다. 최근 〈아이돌아이〉를 통해 로맨틱하고 다정한 이미지를 굳힌 그이기에 이번 캐스팅은 다소 파격적인 변주로 읽힌다. 하지만 그의 필모그래피를 거슬러 올라가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10년 전, 영화 〈두 남자〉에서 신인답지 않은 섬뜩한 사이코패스 연기로 마동석과 거친 호흡을 맞췄던 그는 이미 ‘준비된 빌런’이었다.
과거의 인연이 형사와 범죄자로 재편된 이번 시리즈에서 김재영은 장첸(윤계상), 강해상(손석구) 등 앞선 괴물 빌런들의 그림자를 지워내야 하는 막중한 과제까지 떠안았다. 천만 감독 이상용이 다시 메가폰을 잡은 〈범죄도시5〉가 한국 영화사상 최초의 ‘시리즈 4연속 천만’이라는 대기록을 세울 수 있을지, 그 열쇠는 김재영의 서늘한 변신에 달려 있다.
〈베테랑3〉 이준호
유아인과 정해인이라는 역대급 빌런을 배출하며 ‘악의 계보’를 써온 〈베테랑〉의 세 번째 라운드에는 이준호가 등판한다. 〈옷소매 붉은 끝동〉, 〈킹더랜드〉를 거치며 흥행 불패의 ‘멜로 왕자’로 군림해온 그가 이번에는 서도철 형사(황정민)의 집요한 추격을 받는 숙적으로 분한다.
드라마 〈김과장〉에서 입체적인 악역을 선보인 바 있으나, 타협 없는 ‘진짜 악’을 정면으로 마주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신인 시절처럼 설레는 마음으로 캐릭터를 구축하고 있다"는 각오처럼, 이준호 특유의 절제된 에너지가 류승완 감독의 폭발적인 액션 미장센 안에서 어떤 불꽃을 틔울지가 최대 관전 포인트다. 단단한 내공의 배우가 그려낼 빌런은 과연 어떤 빛깔의 광기를 띠고 있을까.
〈사냥개들2〉 정지훈
우도환과 이상이의 타격감 넘치는 액션으로 글로벌 시장을 사로잡았던 넷플릭스 〈사냥개들〉이 시즌 2로 돌아온다. 이번 시즌의 무게중심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빌런 ‘백정’ 역의 정지훈이다. 그는 세계 복싱 챔피언마저 압도하는 무자비한 인물로, 선한 복서 건우(우도환)를 어둠의 심연으로 끌어들이며 극의 갈등을 폭발시킨다.
김주환 감독이 다시 한번 메가폰을 잡은 이번 시리즈에서 정지훈은 압도적인 피지컬과 카리스마로 전작의 긴장감을 상회하는 존재감을 선사할 예정이다. 탄탄한 원작 서사를 바탕으로 2026년 5월 공개를 확정 지은 〈사냥개들 2〉. 정지훈이 그려낼 잔혹한 ‘백정’의 서사가 전 세계 시청자들을 다시 한번 액션의 카타르시스로 안내할 준비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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