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슈퍼볼 하프타임 쇼에서 스페인어로 새로운 역사를 쓴 배드 버니.
배드 버니의 슈퍼볼 하프타임 쇼
‘TOGETHER, WE ARE AMERICA’. 이는 배드 버니(Bad Bunny)가 2026 슈퍼볼 하프타임 쇼에서 사랑과 화합의 의미를 담아 전한 메시지입니다. 배드 버니가 미국 최대 스포츠 이벤트인 2026 슈퍼볼 하프타임 쇼의 단독 헤드라이너로 무대에 선다는 소식은 공개와 함께 뜨거운 화제를 모았었는데요. 불과 10년 전, 푸에르토리코의 작은 슈퍼마켓에서 일했던 청년이 세계가 주목하는 미국의 최대 무대의 중심에 선다는 소식은 그가 동시대를 대표하는 가장 영향력 있는 뮤지션으로 우뚝 섰다는 사실을 증명했기 때문이죠. 제니퍼 로페즈(Jennifer Lopez)와 샤키라(Shakira)가 헤드라이너로 공연을 했었던 2020년에 게스트로 출연한 바가 있지만, 6년 만에 단독 헤드라이너로서 무대를 펼친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를 더했습니다. 이는 그가 그동안 자신의 디스코그래피를 넘어 미국 사회와 음악 산업 전반에 걸쳐 영향력을 확고하게 구축해왔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순간이었습니다.
영어가 아닌 스페인어로만 공연하다
배드 버니는 이번 슈퍼볼 하프타임 쇼의 새로운 역사를 썼습니다. 스페인어로 대부분의 가사를 쓰는 푸에르토리코 출신의 배드 버니는 스페인어로만 전곡을 부른 슈퍼볼 하프타임 쇼 최초의 뮤지션이 되었습니다. 이는 영어가 아닌 스페인어로 구성된 라틴 팝으로 미국 최대 무대를 장악한 이례적인 사례이기 때문에 더욱 화제를 모았는데요. 라틴 아티스트가 영어가 아닌 자신의 언어로 미국 음악 시장의 중심에 서고, 오랫동안 비주류로 여겨진 라틴 팝 장르를 미국 주류의 흐름으로 끌어올리는 데 중요한 기여를 한 아티스트다운 행보였죠.
배드 버니는 공연에 앞서, 애플 뮤직(Apple Music)의 제인 로우(Zane Lowe)와 이브로 다든(Ebro Darden)과 진행한 인터뷰에서 “사람들이 즐거움을 느꼈으면 좋겠어요. 정말 거대한 파티가 될 거예요. 무대에 그런 분위기를 가져오고 싶고, 저의 문화(푸에르토리코)를 많이 담을 거예요. 그냥 사람들은 춤을 추는 것만 신경 쓰면 돼요. 사람들한테 한 달이면 스페인어를 배울 수 있다고 얘기했지만, 사실 그럴 필요도 없어요. 춤을 배우는 게 더 낫죠. 마음에서 나오는 춤보다 더 좋은 춤은 없거든요”라고 전했는데요. 이처럼 배드 버니는 음악이 낯선 언어나 다양한 인종, 국경, 성별에 구애받지 않고 그 자체로 즐길 수 있다는 걸 무대로 보여줬죠. 배드 버니는 ‘Tití Me Preguntó’를 시작으로, ‘Yo Perreo Sola’, ‘Party’, ‘Voy a Llevarte Pa’ PR’, ‘Monaco’, ‘CAFé CON RON’ 등 흥겨운 라틴 팝으로 구성한 셋리스트로, 스페인어로도 충분히 세계를 하나로 묶을 수 있다는 걸 전했습니다.
우리는 다 같은 아메리카인입니다
배드 버니는 단순히 ’스포티파이 최다 스트리밍 아티스트’라는 수치적인 기록만으로 설명할 수 있는 뮤지션이 아닙니다. 자신의 음악에 본인의 고향인 푸에르토리코의 문화와 정체성을 담아왔고, 미국 사회에서 라틴 커뮤니티가 처해있는 문제에 대해 꾸준히 목소리를 키워왔는데요. 최근 그래미 어워즈에서는 수상을 위해 무대에 올라 트럼프 대통령의 이민자 단속 정책에 반대하는 구호인 “ICE OUT!”을 외치며, 동시대의 사회적 문제를 외면하지 않는 태도를 분명하게 드러냈습니다.
그래미 어워즈에 이어 이번 슈퍼볼 하프타임 쇼의 엔딩 무대 역시 그의 목소리를 더욱 확실하게 전하는 하이라이트 순간으로 남았습니다. “아메리카에 신의 축복이 함께하길”이라는 말과 함께 ‘DtMF’ 무대의 시작을 알린 배드 버니는 아메리카 대륙의 수많은 나라들의 국기를 든 행렬과 함께 경기장을 가로질렀습니다. 이어 칠레, 아르헨티나, 우루과이, 파라과이, 볼리비아, 페루 등 라틴 아메리카 나라들을 외친 뒤, 마지막에 “미국, 캐나다, 나의 고향 푸에르토리코”라고 덧붙였습니다. 마지막으로 ‘TOGETHER, WE ARE AMERICA’이라고 적힌 럭비공을 카메라에 비추며 “우리는 여전히 여기 서있습니다”라고 말했죠. ‘아메리카’가 미국뿐만이 아니라 수많은 나라들의 문화와 정체성으로 이루어진 다채로운 대륙이라는 메시지를 세상에 전했습니다.
‘미움보다 강력한 유일한 것은 오직 사랑(THE ONLY THING MORE POWERFUL THAN HATE IS LOVE)’라는 표어 아래, 다양한 인종의 행렬이 춤을 추고 환호하는 모습은 배드 버니가 이번 무대를 통해 이야기하고 싶었던 ‘사랑과 화합’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순간이었습니다.
미국의 가장 큰 무대에서 스페인어로 사랑을 외치며 ‘우리는 모두 아메리카인’이라는 사회적인 메시지를 전한 배드 버니. 그는 음악을 넘어, 현 시대를 상징하는 문화적 존재로 자리매김했습니다. 앞으로 그의 무대가 어떤 이야기를 담게 될지, 전 세계의 시선이 배드 버니를 향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