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최대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업체인 SMIC가 2026년에도 사상 최고 수준의 설비 투자 기조를 이어가기로 했다. 인공지능(AI)을 포함한 핵심 반도체의 국산화를 가속화하고, 미국의 기술 압박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과 홍콩경제일보, 동망 등에 따르면 SMIC는 10일 2026회계연도 설비투자 규모를 직전 회계연도와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2025회계연도 설비투자액은 81억 달러(약 11조8000억원)로 전년 대비 약 10% 증가하며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종전 최고치는 2023년 74억 달러였다.
SMIC는 투자 자금의 상당 부분을 생산 능력 확충에 투입할 계획이다. AI가 기업 경쟁력과 국가 전략의 핵심 요소로 부상하면서 중국 정부는 AI 반도체를 포함한 핵심 반도체의 국내 생산체계 구축을 전면 지원하고 있다.
이 같은 정책 기조 속에서 SMIC는 본격적인 생산능력 확대에 나선다. 중국 정부는 최근 통신·인터넷 대기업들에 미국 엔비디아의 AI 반도체 조달을 자제하도록 압박하는 한편, 화웨이 등 중국 기업이 설계한 반도체 사용을 장려하고 있다. SMIC는 화웨이 반도체의 위탁생산을 맡고 있으며, 중국 내 고객사 수주 확대를 기대하고 있다.
실적도 호조를 보였다. SMIC의 2025회계연도 매출은 전년 대비 16.2% 증가한 93억2700만 달러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순이익은 6억8510만 달러로 39.1% 급증했다. 회사는 해외에서 중국 본토로 반도체 공급망이 이동하는 흐름이 수익성 개선에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2025년 4분기(10~12월) 실적 역시 시장 예상치를 웃돌았다. 주주 귀속 순이익은 1억7285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60.7% 증가했으며, 금융정보업체 LSEG이 집계한 시장 전망치(1억7030만 달러)를 상회했다.
같은 기간 매출은 24억89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2.8% 늘었고, 전기 대비로도 4.5% 증가했다. 다만 매출 총이익률은 19.2%로 전기 대비 2.8%포인트, 전년 동기 대비 3.4%포인트 하락했으나 회사가 제시한 가이던스(18~20%) 범위에는 부합했다.
4분기 실적 개선 배경으로는 웨이퍼 판매 증가와 공장 가동률 상승, 제품 믹스 개선이 꼽혔다. 4분기 웨이퍼 출하량은 251만5000장으로 전년 동기 대비 26.3% 증가했다. 공장 가동률은 95.7%로 1년 전보다 10.2%포인트 높아졌으며, 월간 생산능력은 8인치 웨이퍼 기준 105만8800장에 달했다. 2025년 연간 총 출하량은 약 970만장, 평균 가동률은 93.5%로 집계됐다.
SMIC는 2026년 전망과 관련해 반도체 공급망의 ‘중국 회귀’가 기회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면서도, 메모리 반도체 업황의 변동성은 도전 요인으로 지목했다. 다만 외부 환경에 큰 변화가 없다면 2026년 매출 증가율은 업계 평균을 웃돌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과의 장기적인 기술 경쟁을 염두에 둔 중국 정부는 반도체 산업을 전략적 핵심 분야로 육성하며 국내 중심의 독자적 공급망 구축을 서두르고 있다. 이러한 정책 환경은 SMIC를 비롯한 중국 반도체 기업들의 중장기 성장에 힘을 실어줄 것으로 전망된다.
최규현 기자 kh.choi@nv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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