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P 보도에 따르면 유럽중앙은행(ECB) 수뇌부가 불확실한 경제 환경 속에서 신중한 통화정책 기조를 재확인했다. 인플레이션이 목표치에 근접하거나 일부 하회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금리 조정은 서두르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는 2월 9일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에서 열린 유럽의회 청문회에서 “현재는 지정학적 긴장 고조와 정책 지속성에 대한 불확실성이 큰 환경”이라며 “데이터에 기반해 회의마다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접근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밝혔다.
유로존의 인플레이션이 ECB 목표치인 2%에 가까운 수준으로 하락한 가운데, ECB는 지난해 6월 기준금리를 마지막으로 인하한 이후 다섯 차례 연속 회의에서 예금금리를 2%로 유지해왔다. 가장 최근 회의 역시 지난주 열렸다.
라가르드 총재는 “회원국 간 물가와 성장 여건의 차이를 잘 인지하고 있다”며 “우리는 시민들이 실제로 체감하는 가격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의 목표는 물가 안정과 유로화 신뢰 보호”라며 “유럽 시민의 약 80%가 유로화 가치를 인정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프랑스 국민연합(RN) 소속의 조르당 바르델라 대표는 라가르드 총재 발언 직후 “통화정책 침체가 우려된다”고 비판했다. 그는 “경제 성장이 여전히 부진하고 여러 회원국의 인플레이션이 둔화됐다”며 특히 프랑스 상황을 지적하고 ECB에 “늦지 않게 움직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21개 유럽연합 회원국으로 구성된 유로존은 국가별로 경제 성장률과 물가 수준에서 상당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격차는 ECB의 정책 판단을 더욱 복잡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꼽힌다.
독일 연방은행 총재인 요아힘 나겔은 독일 카를스루에 연설에서 2025년 여름부터 시행한 현행 통화정책이 “효과적이고 지속 가능한 것으로 입증됐다”고 평가했다. 그는 “향후 몇 분기 동안 인플레이션이 목표치보다 약간 낮을 수 있더라도 즉각적인 조치를 취할 필요는 없다”고 밝혔다.
유럽연합 통계청의 잠정 집계에 따르면 유로존의 1월 인플레이션율은 1.7%로 둔화됐다. 나겔 총재는 이러한 흐름이 “제한적”일 것이라며 중기적으로는 여전히 2%에 가까운 목표 수준으로 회귀할 것으로 전망했다. 장기 인플레이션 기대치 역시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그는 “이는 우리가 금리 수준을 더 이상 조정하지 않는다는 의미는 아니다”라며 ECB가 필요할 경우 금리를 인상하거나 인하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ECB는 당분간 데이터에 기반한 신중한 접근을 이어가며 통화정책 방향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이창우 기자 cwlee@nv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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