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기노의 뉴스 피처링] 강득구, 대통령 뜻 거론했다 ‘빛삭’…민주당 기강해이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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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기노의 뉴스 피처링] 강득구, 대통령 뜻 거론했다 ‘빛삭’…민주당 기강해이 논란

투데이신문 2026-02-11 16:54:31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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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10분, 오늘의 주요 이슈를 사실-맥락-관점의 세 축으로 풀어드립니다. 음악에서 ‘피처링’은 협업과 도움을 뜻하고, 저널리즘의 Feature는 단순 속보가 아닌 깊이 있는 맥락과 스토리를 다룹니다. 〈뉴스 피처링〉은 이 두 가지 의미를 담아 뉴스의 본질과 함의를 알기 쉽게 풀어내 여러분의 뉴스 생활을 입체적으로 피처링 해드리겠습니다.

강득구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이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합당 대외비 문건' 논란에 대해 정청래 대표의 해명을 요구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강득구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이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합당 대외비 문건' 논란에 대해 정청래 대표의 해명을 요구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신문 성기노 기자】더불어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의 ‘합당 관련 페이스북 글’ 빛삭 해프닝이 파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일견 민주당 최고위원의 사소한 실수라며 넘어갈 수도 있지만 페북 글 삭제의 함의는 집권여당과 지도부의 기강해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줬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당내 계파 갈등이 봉합 국면에 접어드는 듯했던 시점에서 터진 이번 사안은, 국정운영의 한 축인 집권여당이 감당해야 할 공적 의식과 책임의 무게를 다시 드러내고 있습니다.

논란의 발단은 강득구 최고위원이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었습니다. 강 최고위원은 “홍익표 정무수석을 만났다”며 “지방선거 이후 합당을 하고 전당대회는 통합 전당대회로 했으면 하는 것이 대통령의 바람이라고 한다”고 적었습니다. 이어 “합당에 관한 수임기구를 준비했으면 좋겠다는 대통령의 입장까지 전달받았다”고도 했습니다.

글 자체로 보면 이재명 대통령이 최근 일련의 합당 논란 사태를 직접 마무리하는 형태가 되고 있습니다. 대통령이 합당의 시기와 방식에 사실상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처럼 읽힐 수 있는 내용은 당무개입 그 자체로 인식됩니다.

해당 글은 곧바로 삭제됐습니다. 강 최고위원은 11일 “사실과 전혀 부합하지 않는 글”이라며 “전적으로 저의 불찰”이라고 사과했습니다. 그는 “사실관계 확인이 안 된 상태에서 글을 올려 바로 내리라고 했다”고 해명했습니다.

보좌진이 의원의 오케이사인 없이 합당과 대통령 이야기가 나오는 글을 마음대로 올렸다는 것입니다. 의원실 공보 시스템상 보좌진이 행사 공지 등의 일상적인 내용을 올리는 것은 이해할 수 있지만 대통령까지 언급되는 정무 이슈를 독자적으로 올린다는 것은 선뜻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더불어민주당 황명선(왼쪽부터), 강득구, 이언주 최고위원이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뒤 대화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더불어민주당 황명선(왼쪽부터), 강득구, 이언주 최고위원이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뒤 대화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또한 강 최고위원은 ‘홍익표 수석을 만난 사실이 없느냐’는 질문에는 “없다”고 답했습니다. 홍 수석을 만나 이재명 대통령의 지침을 구체적으로 전달받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청와대 특정 인사를 만나지도 않았는데 만났다며 거짓 내용을 올린다는 것도 비상식적입니다.

청와대는 펄쩍 뛰었습니다. “합당은 당이 결정할 사안이며, 관련해 논의한 것이나 입장이 없다”고 명확하게 선을 그었습니다. 당 지도부는 강 최고위원의 글 파문에 대해 공식 징계나 문제 제기는 하지 않겠다는 입장입니다.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청와대에서 입장을 낸 것으로 갈음하겠다”고 말했습니다.

당 지도부가 ‘조용히 넘어가자’고 결정한 것은 강 최고위원의 실수가 가벼워서가 아닙니다. 청와대와의 조율 없이 대통령의 구체적 워딩까지 공개한 여당 최고위원의 ‘입 가벼움’에 대해 일벌백계 징계가 불가피한 측면이 있지만 파문이 조용히 덮이기를 기다리는 쪽이 낫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그러나 파문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습니다. 정청래 대표를 후방 지원해온 방송인 김어준은 자신의 방송에서 “자기 욕망을 대통령 뜻으로 포장하면 안 된다”고 직격했습니다. 강 최고위원이 원한 건 ‘지선 이후 합당·통합전대’라는 자기 정치적 선호인데 그걸 ‘대통령의 바람’이라고 써서 정당화하려 했다고 비판한 것입니다.

특히 김어준은 “정청래 대표는 합당이 대통령 뜻임을 알고 추진했다”는 취지의 발언까지 내놓았습니다. ‘진짜 대통령의 뜻은 정청래 대표가 추진하는 방향(조기 합당 등)과 일치한다’고 확언해 이 대통령의 합당 해석 싸움을 재점화했습니다. 김어준의 발언은 강 최고위원을 비판하는 듯 보이지만 동시에 합당이 대통령 의중에 따른 것이었다는 전제를 깔고 있어 청와대의 ‘당무 불개입’ 입장과 또 다른 긴장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이언주 최고위원의 손을 잡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이언주 최고위원의 손을 잡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사실 강 최고위원의 ‘빛삭’은 하나의 사소한 게시글 실수가 아니라 현재의 여야 정치에서 가장 민감한 폭탄의 뇌관을 건드렸다는 점에서 뼈아픈 대목이 있습니다.

과거 청와대에서 오래 근무했던 한 인사는 이에 대해 “대통령이 정치 현안에 대해 언급한 내용은 설령 내부에서 공유되더라도 외부에 노출하는 것은 사실상 금기와 같다. 참모들 사이에서는 대통령이 직접 말했다는 표현 자체를 쓰지 않는 것이 불문율에 가깝다”면서 “합당처럼 여당 내부 갈등이 첨예한 사안을 대통령 의중이라는 형식으로 공개하는 것은 정무적으로 매우 위험한 행위다. 여과 없이 대통령 뜻이 노출된 것처럼 보인다면 그것만으로도 정치적 파장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 있다”라고 경고했습니다.

특히 대통령의 당무 개입 여부는 한국 정치에서 뼈아픈 과거사가 있습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과 탄핵이라는 사상초유의 해괴한 정치를 한 것도 따지고 보면 당무개입의 유혹 때문이었습니다.

윤 전 대통령은 당 대표 선출과 지도부 구성 과정에 대해 노골적으로 개입하려 했습니다. 당 안팎에서 이른바 ‘윤심’(尹心) 논란이 반복되면서 당내 자율성과 언로는 급격히 붕괴됐습니다. 여당 대표가 대통령의 의중을 등에 업고 선출되는 구조가 굳어지자 당은 견제와 균형 기능을 상실한 채 청와대의 ‘정치적 하청기구’로 전락했다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윤 전 대통령의 공천 영향력 행사 논란도 당무개입의 부작용이 낳은 결과였습니다. 총선을 앞두고 친윤·비윤 구도가 극단적으로 갈리면서 대통령실이 공천에 직간접적으로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결과적으로 공천 파동은 당내 분열을 심화시켰고 여당의 참패로 이어진 결정적 계기가 됐습니다. 선거 패배 이후에도 책임 공방은 대통령과 당 사이의 불신으로 번졌습니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조승래 사무총장이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32회국회(임시회) 제6차 본회의에 출석해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조승래 사무총장이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32회국회(임시회) 제6차 본회의에 출석해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윤 전 대통령은 당내 비판 세력에 대한 공개적 압박과 징계도 시도했습니다. 대통령과 각을 세운 인사들에 대해 당 지도부가 강경 대응에 나서면서 “대통령의 뜻이 반영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뒤따랐습니다. 이는 당을 국정운영의 한 축으로서 기능하는 정치 결사체가 아니라 충성 경쟁의 장으로 변질시켰다는 평가를 낳았습니다.

이처럼 윤석열 정권에서 당무 개입 의혹이 반복되자 여당 내부의 자율성과 민주적 절차와 정당성이 크게 약화됐고 국정 운영 전반에 대한 정치적 부담이 대통령 개인에게만 집중됐습니다. 당이 완충지대로 기능하지 못하고 오히려 갈등의 증폭기가 되면서 윤석열 전 대통령 개인의 위기도 가속화됐던 것입니다.

결국 대통령이 당을 장악하려는 유혹은 단기적으로는 권력 통제력을 높이는 듯 보이지만 장기적으로는 정치적 고립과 책임 집중이라는 역설을 낳았습니다. 여당이 스스로 자율성과 책임을 지키지 못할 때 그 후폭풍은 정권 전체를 뒤흔드는 방향으로 확산된다는 점에서 대통령의 ‘당무 개입’은 한국 정치의 뇌관이자 고질병이기도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집권여당의 최고위원이 그 민감성을 모른 채 ‘대통령의 바람’을 거론했다면 정치적 경솔함이고, 알고도 계파적 계산으로 언급했다면 더 큰 문제라는 비판이 나옵니다. 이번 강득구 최고위원의 게시글 삭제 사건은 현재 집권여당의 컨트롤타워 부재의 현주소를 그대로 말해주는 것이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민주당이 야당 시절이라면 의원 개인의 돌출 발언이나 과격한 정치적 메시지도 ‘투쟁의 다양한 방식’으로 치부될 여지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여당이 된 이후에는 의원들의 모든 발언은 곧바로 집권세력과 대통령의 공적 책임과 직결됩니다.

지금의 민주당 집권여당은 더 이상 정권을 비판하는 집단이 아니라 정권의 성패를 함께 책임지는 집단임을 절박하게 인식해야 합니다. 선당후사의 원칙과 공적 책임 의식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개별 정치인의 한 줄 게시글이 정권 전체의 리스크로 비화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여당의 내부 기강이 바로 서지 않는다면 계파의 작은 불씨가 국정 운영 실패의 대형 산불로 번질 가능성은 언제든 열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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