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물가 안정 기조가 이어지는 가운데 버거업계에서 올해 첫 가격 인상 사례가 나왔다. 원가 부담을 견디다 못한 버거킹이 선제적으로 가격 조정을 단행하면서 그간 ‘눈치싸움’을 벌이던 다른 프랜차이즈 업체들도 인상에 합류할지 관심이 쏠린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버거킹은 12일부터 와퍼 등 일부 제품 가격을 인상한다. 인상폭은 버거 단품 200원, 사이드 메뉴 100원 수준이다. 이에 따라 대표 메뉴인 와퍼는 7200원에서 7400원으로, 프렌치프라이는 2200원에서 2300원으로 각각 오른다.
버거킹 측은 주요 원자재 가격 상승과 환율, 물류비, 인건비 등 제반 비용 부담 누적을 인상 배경으로 꼽았다. 버거킹 관계자는 “더 이상 원가를 방어하기 어려운 수준이었다”며 “가격 인상 첫 타자가 돼 고민도 컸지만, 인상을 미룰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버거킹이 가격 인상의 신호탄을 쏘면서 업계의 관심은 다른 버거 브랜드들의 가격 인상 계획에 집중되고 있다. 롯데리아·맥도날드·맘스터치·KFC·노브랜드버거 등 주요 업체들은 일제히 “현재로선 인상 계획이 없다”며 공식적으로 선을 그었다.
하지만 업계 내부 기류는 공식 입장과는 온도 차가 감지된다. 햄버거는 패티, 번, 채소 등 식재료를 각각 다른 납품처에서 조달해 가맹점에 공급하는 구조다. 특히 수입 원재료 비중이 높아 환율 변동에 직격탄을 맞는다. 여기에 물류비와 매장 인건비, 임대료 상승까지 더해지며 수익성은 임계점에 도달했다는 분석이다.
업계의 가격 인상 주기가 돌아왔다는 점도 도미노 인상설에 힘을 보탠다. 주요 업체들은 통상 1년 주기로 가격을 조정해왔다. 한국맥도날드는 지난해 3월, 롯데리아와 KFC, 노브랜드버거는 지난해 4월 각각 가격을 인상한 바 있다. 이후 약 1년여의 시간이 흐르며 인상 명분은 쌓여있는 상황이다.
그간 업체들이 인상을 주저한 가장 큰 이유로는 정부의 물가 안정 압박과 ‘1호 업체’라는 낙인 효과가 꼽힌다. 익명을 요구한 버거업계 관계자는 “가격을 먼저 올리면 여론의 주목을 받는 데다 이후 타 업체가 인상할 때마다 선행 사례로 언급되는 것이 부담”이라며 “하지만 선례가 나온 만큼 3~4개월 내에 추가 인상 업체들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다만 브랜드 포지션에 따라 상황이 다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가성비를 강점으로 가져가는 브랜드는 100~200원의 인상만으로도 소비자 이탈이 클 수 있어 인상 결정이 더 조심스럽기 때문이다. 치열한 시장 경쟁 상황과 업체별로 상이한 식자재 조달 사정 또한 변수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업체마다 식자재 수급 시기와 계약 조건이 다른 만큼 시장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각 사의 수익 구조에 맞춘 선별적 조정이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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