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대·한양대 연구팀, '시가독소' 중심 해석 뒤집어
(대전=연합뉴스) 강수환 기자 = 충남대는 약학대 정한영 교수 연구팀이 한양대 배옥남 교수팀과 공동으로 장 출혈성 대장균(EHEC) 감염 시 발생하는 혈전 합병증의 원인이 기존에 알려진 '시가독소'가 아닌 'RTX 계열 독소(EhxA)'에 의한 적혈구 변형에 있음을 처음으로 규명했다고 11일 밝혔다.
장 출혈성 대장균 감염은 심각하면 용혈성 요독 증후군(HUS)과 같은 치명적인 합병증으로 이어지는데, 수십 년간 학계는 이를 '시가독소'(Shiga toxin)가 신장과 혈관 내피세포를 손상해 발생하는 '혈관 중심' 이론으로 설명해왔다.
이 이론만으론 환자에게서 급격하게 발생하는 거대 혈전과 적혈구 파괴 현상을 온전히 설명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정한영 교수팀은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했던 'RTX 계열 독소'(EhxA)에 주목했다.
EhxA 독소 유전자를 교정·제거한 균주와 정제된 독소 단백질을 비교 분석한 결과, EhxA 독소가 적혈구에 칼슘 통로를 뚫어 세포 내 칼슘 농도를 급격히 높인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 과정에서 적혈구는 정상적인 원반 모양을 잃고 가시형이나 구형으로 기형적인 '형태 리모델링'을 겪게 되며 동시에 세포막의 인지질이 밖으로 노출돼 응고 촉진 상태로 전환되는 것을 입증했다.
동물 모델 실험에서도 EhxA 독소가 없는 균주에 감염된 쥐에게서는 혈전이 거의 형성되지 않았지만, 독소를 보유한 균주에 감염된 쥐에게서는 적혈구 변형과 함께 혈관을 막는 치명적인 정맥 혈전이 다량 생성되는 것을 확인했다.
감염성 혈전증 원인이 단순 혈관 손상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세균 독소에 의해 변형된 적혈구가 직접 혈전을 유발할 수 있음을 입증한 것이다.
정한영 교수는 "이번 연구는 지난 수십 년간 정설로 굳어진 시가독소 중심의 해석을 뒤집고, 적혈구 자체가 독소에 의해 혈전 형성의 주체가 됨을 명확히 밝혀낸 데 큰 의의가 있다"며 "특히 RTX 계열 독소는 여러 병원균에 광범위하게 존재하는 만큼 향후 패혈증 등 다양한 감염 질환의 합병증 예방과 치료를 위한 새로운 표적 치료제 개발 및 바이오마커 발굴에 중요한 지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 성과는 권위 있는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 지난 6일 자 온라인판에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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