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처N] 바로크와 누에보 탱고의 조우…‘피아졸라, 바흐를 만나다’

실시간 키워드

2022.08.01 00:00 기준

[컬처N] 바로크와 누에보 탱고의 조우…‘피아졸라, 바흐를 만나다’

뉴스컬처 2026-02-11 15:21:25 신고

[뉴스컬처 이준섭 기자] 음악사에서 서로 다른 좌표에 놓인 두 이름, 요한 세바스찬 바흐와 아스토르 피아졸라가 한 무대 위에서 조용히 대화를 시작한다.

3년 연속 전석 매진이라는 기록을 세우며 관객의 신뢰를 쌓아온 공연 ‘피아졸라, 바흐를 만나다’가 2026년 새로운 시즌으로 돌아온다. 크로스오버를 넘어, 음악사적 맥락과 미학적 연결 고리를 짚어내는 이 무대는 두 거장의 세계를 입체적으로 조망하는 보기 드문 시도다.

사진='피아졸라, 바흐를 만나다' 포스터
사진='피아졸라, 바흐를 만나다' 포스터

‘음악의 아버지’로 불리는 바흐는 서양 음악의 구조를 설계한 인물이다. 푸가와 대위법을 통해 선율과 선율이 교차하는 질서를 정교하게 구축했고, 평균율 체계를 정립하며 이후 음악사의 문법을 사실상 완성했다. 그의 음악은 감정 이전에 구조가 있고, 그 구조 안에서 감정이 필연처럼 피어난다.

반면 피아졸라는 20세기 도시의 공기 속에서 탱고를 해체하고 다시 세운 혁신가였다. 춤을 위한 음악에 머물던 탱고를 감상과 사유의 영역으로 끌어올리며 ‘누에보 탱고’라는 새로운 언어를 창조했다. 재즈와 클래식, 현대음악의 어법을 과감히 흡수한 그의 작품은 리듬의 관능성과 형식의 치밀함이 공존하는 드문 지점을 보여준다.

두 작곡가를 잇는 결정적 고리는 다름 아닌 바흐에 대한 피아졸라의 깊은 경외였다. 그는 바흐를 “사랑하게 되어 제정신이 아니었다”고 말할 정도로 그 음악 세계에 매료됐고, 대위법과 푸가적 전개를 자신의 작품 속에 적극적으로 녹여냈다. 피아졸라의 악보 곳곳에 스며든 구조적 긴장과 선율의 교차는, 시대를 초월한 음악적 계보가 어떻게 이어지는지를 증명한다.

이번 공연은 이러한 연결성에 주목해 바흐와 피아졸라의 작품을 나란히 배치한다. 바흐의 음악이 보여주는 엄격한 형식미와 피아졸라의 작품에 깃든 현대적 감수성이 서로를 비추며, 익숙했던 선율은 낯선 빛을 띠고 되살아난다. 두 사람의 음악은 충돌하기보다 교차하고, 대비되기보다 서로를 확장한다.

프로그램에는 바흐의 영향이 짙게 배어 있는 피아졸라의 ‘Fugata’를 비롯해, 깊은 서정으로 사랑받는 ‘Oblivion’, 강렬한 에너지의 상징처럼 연주되는 ‘Libertango’가 포함된다. 여기에 바흐의 ‘G선상의 아리아’와 ‘바이올린 협주곡 제1번 a단조, BWV 1041’ 등이 새로운 편성과 해석으로 더해지며, 바로크 음악이 지닌 선의 미학과 현대적 감각이 한 자리에서 공명한다.

무대의 중심에는 반도네온 연주자 고상지가 선다. 아스토르 피아졸라의 음악적 계보를 잇는 코마츠 료타를 사사한 그는, 반도네온 특유의 호흡과 음영을 섬세하게 조율하며 클래식과 탱고, 재즈를 넘나드는 독자적 영역을 구축해왔다. 이번 무대에서도 그는 단순한 협연자가 아니라, 두 거장을 이어주는 매개자로 기능한다.

피아니스트 조영훈, 바이올리니스트 윤종수, 비올리스트 박용은, 첼리스트 김대연이 함께하는 앙상블은 바흐의 치밀한 구조와 피아졸라 특유의 리듬감을 유기적으로 엮어낸다. 현악기의 결이 만들어내는 긴장과 반도네온의 숨결이 맞물리며, 악보 위의 선들은 무대 위에서 살아 있는 대화로 변모한다.

공연의 또 다른 축은 음악 평론가 김문경의 해설이다. 작품과 작곡가의 시대적 배경, 음악 속에 숨은 정서와 구조를 친근하면서도 밀도 있게 풀어내는 그의 설명은 청중이 소리를 ‘듣는’ 데서 나아가 ‘이해하는’ 지점까지 안내한다. 음악과 해설이 교차하는 이 구성은 공연장을 하나의 사유의 공간으로 확장시킨다.

‘피아졸라, 바흐를 만나다’는 장르를 섞는 데 그치지 않는다. 서로 다른 세기, 다른 대륙에서 태어난 두 작곡가가 음악이라는 언어 안에서 어떻게 닮아 있는지를 조명하며, 시간의 간극을 예술로 메운다. 2026년 4월, 이 무대는 과거와 현재가 겹쳐지는 드문 순간을 관객에게 건넬 것이다.

뉴스컬처 이준섭 rhees@nc.press

Copyright ⓒ 뉴스컬처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실시간 키워드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0000.00.00 00:00 기준

이 시각 주요뉴스

알림 문구가 한줄로 들어가는 영역입니다

신고하기

작성 아이디가 들어갑니다

내용 내용이 최대 두 줄로 노출됩니다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이 이야기를
공유하세요

이 콘텐츠를 공유하세요.

콘텐츠 공유하고 수익 받는 방법이 궁금하다면👋>
주소가 복사되었습니다.
유튜브로 이동하여 공유해 주세요.
유튜브 활용 방법 알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