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턴다이나믹스 '스팟' 英 원전 해체 현장 투입…로봇이 바꾸는 고위험 산업의 공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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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턴다이나믹스 '스팟' 英 원전 해체 현장 투입…로봇이 바꾸는 고위험 산업의 공식

폴리뉴스 2026-02-11 12:21:25 신고

사진=현대차그룹
사진=현대차그룹

현대자동차그룹의 로봇 전문 계열사 보스턴다이나믹스가 개발한 4족 보행 로봇 '스팟(Spot)'이 영국 원자력 시설 해체 현장에서 핵심 장비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단순한 시범 운용을 넘어 방사선 측정과 시료 채취까지 수행하며, 고위험 산업 현장의 작업 방식을 구조적으로 바꾸고 있다는 평가다.

이번 사례는 영국 원자력 시설 해체를 총괄하는 Nuclear Decommissioning Authority(NDA) 산하 공기업 Sellafield Ltd가 공식적으로 공개했다. 셀라필드는 방사성 폐기물 관리와 노후 원전 해체를 담당하는 기관으로, 방사선 노출 위험과 복잡한 내부 구조로 인해 인력 접근이 극도로 제한되는 구역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 이 때문에 정밀 데이터 확보와 작업자 안전이라는 두 과제를 동시에 해결해야 하는 대표적 고위험 환경으로 꼽힌다.

셀라필드에 따르면 스팟은 360도 영상 촬영과 3D 라이다(LiDAR) 스캐닝을 통해 현장 구조를 정밀 분석하고, 실시간 영상 스트리밍으로 관리자가 원격에서 상황을 통제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특히 감마선·알파선 측정을 통한 '방사선 특성화(Gamma and Alpha Characterization)' 작업을 수행하며, 최근에는 방사선 오염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시료 채취(Swabbing)' 시험까지 성공적으로 마쳤다.

이는 기존에 작업자가 직접 보호장비(PPE)를 착용하고 수행해야 했던 영역이다. 셀라필드는 스팟 도입 이후 작업자의 방사선 노출 위험이 크게 줄었고, PPE 사용 감소에 따른 폐기물 저감 효과도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로봇이 장시간 현장에 머물며 반복 점검을 수행할 수 있어 해체 작업 속도 자체가 가속화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스팟 도입은 단발성 실험이 아니다. 셀라필드는 2021년 시험 운용을 시작해 2022~2023년 복잡 환경 검증을 거쳤고, 2024년에는 고위험 방사능 구역에서 본격 점검 작업에 활용했다. 2025년에는 영국 원자력 분야 최초로 발전소 허가 구역 외부에서 스팟 원격 시연을 성공시키며, 작업자와 현장을 완전히 분리한 '완전 원격 작업' 가능성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는 RAICo(Robotics and Artificial Intelligence Collaboration)를 비롯해 현장 맞춤형 로봇 솔루션 기업, 시스템 통합 전문 기업 등이 참여했다. 시험 운용에서 단계적 확장까지 이어진 협업 모델은 로봇 산업 생태계가 고위험 인프라 산업과 결합하는 방식을 보여주는 사례로 해석된다.

영국 공영방송 BBC 역시 셀라필드의 스팟 기반 시료 채취 시험을 비중 있게 보도했다. BBC는 방사성 물질이 존재하는 구역에서 스팟이 오염 시료를 채취하고 방사선 수치를 확인하는 시험을 완료했다고 전하며, 해당 기술이 작업자의 직접 진입 없이도 현장 모니터링을 가능하게 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셀라필드 관계자는 BBC 인터뷰에서 "스팟은 위험한 구역에 민첩하게 진입할 수 있었고, 조작자가 이를 정밀하게 제어할 수 있었다"며 "이 기술은 더 안전하고 효율적인 시설 해체 작업을 가능하게 하며, 원자력 분야에서 첨단 로봇 도입을 앞당길 수 있다"고 밝혔다.

BBC 보도는 이번 사례를 단순한 기술 실험이 아닌, 원자력 산업의 안전 패러다임 전환으로 해석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즉 로봇이 '보조 장비' 수준을 넘어 핵심 작업 플랫폼으로 자리 잡고 있음을 공론화한 것이다.

스팟은 이미 다양한 글로벌 산업 현장에 배치돼 있다. 국내에서는 포스코 산업 현장에 투입됐으며, 해외에서는 Woodside Energy, Cargill 등에서 감지·검사·순찰 업무를 수행 중이다. 각 산업 특성에 맞춰 센서와 기능을 맞춤 설계해 사람이 접근하기 어렵거나 반복성이 높은 작업을 대체하고 있다.

최근 한국로봇산업진흥원이 개최한 '휴머노이드 테크콘'에서 보스턴다이나믹스 프로덕트 세이프티 부문 총괄 페데리코 비첸티니는 "스팟은 전 세계 다양한 산업 현장에 배치돼 있으며, 설비 이상 징후를 사전에 감지해 고객의 재무적 손실을 예방하는 실질적 가치를 창출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한 생산라인에서는 스팟이 고장 부위를 촬영해 즉시 전송함으로써 대규모 손실을 막은 사례도 소개됐다.

CES 2026에서 현대자동차그룹은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와 함께 스팟, 스트레치 등을 공개하며 '로봇이 위험한 작업을 수행하고 인간은 감독과 창의적 판단에 집중하는 미래'를 제시했다. 셀라필드 사례는 그 비전이 이미 현실 산업 현장에서 구현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이다.

이번 사례의 핵심 의미는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로봇이 고위험 산업에서 안전 문제를 구조적으로 개선하는 '안전 인프라'로 진화하고 있다는 점. 둘째, 실시간 데이터 수집과 원격 제어를 기반으로 의사결정 속도와 품질을 동시에 높이는 '데이터 플랫폼'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는 점. 셋째, 정부·공기업·로봇 기업·AI 협업 조직이 결합한 산업 생태계 모델이 실제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원전 해체는 수십 년에 걸친 초장기 프로젝트다. 이 분야에서 스팟이 보여준 성과는 단일 현장의 기술 도입을 넘어, 고위험 국가 인프라 관리 체계 전반에 로보틱스가 깊숙이 편입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로봇이 사람의 자리를 빼앗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위험에서 분리시키고 더 고부가가치 판단 영역으로 이동시키는 구조 전환이 본격화되고 있는 것이다.

[폴리뉴스 정철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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