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는 장바구니 물가에 정부가 장관급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하며 전면 대응에 나섰다. 경제부총리를 의장으로 하는 '민생물가 특별관리 관계장관 TF'가 출범하고 그 산하에 공정거래위원회가 주도하는 '불공정거래 점검팀'이 설치됐다. 가격 담합과 부당 인상, 유통 왜곡, 정책지원 악용까지 범정부 차원에서 점검하겠다는 구상이다.
최근 제분·제당 등 가공식품 업계의 대규모 담합 적발과 세무당국의 전방위 조사, 법무부의 개인 처벌 강화 주문까지 맞물리면서 정부의 물가 대응은 단속을 넘어 제도 정비로 확장되고 있다. 다만 현행 처벌 체계의 한계와 리니언시(자진신고 감면제도) 운영의 허점이 지적되는 만큼 점검팀의 역할과 향후 과제가 물가 안정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가격 담합·편법 인상 '선제 차단'…범부처 연계로 전 과정 점검
불공정거래 점검팀은 공정위 부위원장을 팀장으로 두고 '모니터링 및 사후관리반'과 '현장조사반'을 운영한다. 법무부·검찰·경찰·과학기술정보통신부·국세청 등이 협조 체계에 참여해 가격 동향 분석부터 현장 조사, 사후 제재까지 전 과정을 연계한다는 계획이다. 단속의 범위는 단순 가격 인상 여부를 넘어 시장 집중도와 생활 밀접성, 국제 가격 대비 국내 가격 괴리, 원재료 가격 변동 대비 인상 폭의 적정성 등까지 확대된다.
우려 품목으로 선정되면 관계부처 합동 조사가 즉시 착수된다. 담합이나 부당한 가격 결정이 확인될 경우 가격 재결정 명령 등 가용 수단을 총동원해 신속·엄정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상반기에는 TF를 집중 가동해 불공정 거래를 선제 차단하고 조사 이후에도 매주 품목별 가격 추이를 점검해 재상승을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정부가 물가 단속 전면전에 나선 배경에는 최근 적발된 대규모 담합 사건과 맞물려 있다. 검찰은 지난해 9월부터 올해 1월까지 생필품 분야 담합을 수사해 제분·제당·전기설비 업체 등이 수년간 약 10조원 규모의 담합을 벌였다고 밝혔다. 밀가루 시장 6조원대, 설탕 시장 3조원대 담합이 확인됐고, 일부 품목은 가격이 최대 66% 상승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국세청은 설 명절을 앞두고 가공식품·농축산물 유통·프랜차이즈 가맹본부 등 14개 업체에 대한 세무조사에 착수했으며 전체 탈루 혐의 금액이 5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담합 업체들에 대한 추징과 추가 조사도 예고됐다.
국경 단계의 할당관세 악용 행위에 대한 특별단속도 병행된다. 관세청은 보세구역 반출 의무 위반 등으로 관세 혜택만 받고 물량을 제때 시중에 풀지 않은 업체들을 적발해 추징 조치를 했다. 유통구조 점검팀은 왜곡된 유통 관행이 있는지 살펴보고 정책지원 부정수급 점검팀은 할당관세·할인지원·정부비축 등 물가안정 정책의 이행 실태를 점검해 부정수급 적발 시 즉시 수사 의뢰한다.
가격 형성 전 과정의 투명성을 높여 소비자들의 불신을 줄이겠다는 설명이다. 담합과 편법 인상이 구조화된 시장에서는 소비자 부담이 누적되고 사후 적발만으로는 물가가 원상 회복되기 어렵다. 범부처 연계를 통해 사전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적발 즉시 제재·세무·형사 대응을 병행하는 체계로 전환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구상이다.
처벌 실효성·리니언시 개편 과제…"걸려도 남는 장사" 인식 깨야
다만 단속의 실효성을 담보하려면 제재 체계의 보완이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현행법상 담합 범죄의 법정형은 3년 이하 징역 또는 2억원 이하 벌금으로, 미국(최대 10년 징역), 캐나다(최대 14년), 호주(최대 10년) 등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법인 과징금 중심의 제재와 제한적인 개인 고발 구조도 반복 담합을 억제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법무부는 조직적 담합을 근절하려면 계획·실행에 관여한 임직원과 배후자 등 개인에 대한 형사처벌을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담합을 "걸려도 남는 장사"가 아니라 "회사도 개인도 치명적 손실"이라는 인식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취지다. 수사기관과 공정위 간 협력 체계 구축, 리니언시 창구 정비도 과제로 제시됐다.
리니언시는 담합 적발이 어려운 특성을 고려해 자진 신고 시 과징금·제재를 감경·면제하는 제도다. 카르텔 해체에 기여해왔다는 점에서 순기능이 있지만 반복 위반 기업이 면책을 활용해 제재를 최소화하는 사례가 발생하면서 보완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최근 적발된 기업들 중 일부가 과거에도 유사 위반으로 제재를 받은 전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불공정거래 점검팀이 실질적인 성과를 내려면 무엇보다 점검 대상을 정교하게 선별하고 자원을 집중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생활 밀접 품목과 시장 집중도가 높은 분야를 중심으로 가격 형성 구조를 면밀히 들여다보고 국제 가격과의 괴리나 원재료 변동 대비 인상 폭의 적정성을 상시 점검해야 한다는 것이다.
공정위·국세청·검찰·경찰·관세청 등 관계 기관의 조치가 시간차 없이 이어지도록 협업 체계를 촘촘히 가동해 제재의 일관성과 신속성을 확보하는 것도 관건으로 지목된다. 특히 처벌 수위의 실효성 제고와 개인책임 강화, 리니언시 제도의 보완, 유통 구조 개선과 같은 제도적 정비가 병행되지 않는다면 단속은 일회성 조치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홍기용 인천대 교수는 "물가 안정은 구조적 요인과 시장 관행이 얽혀있어서 단기간 단속으로 해결되기 어렵다"며 "담합과 편법 인상을 방치할 경우 소비자 부담은 누적되고 시장 신뢰는 훼손된다"고 말했다. 이어 "불공정거래 점검팀이 사전 모니터링부터 사후 제재, 제도 보완까지 유기적으로 작동해야 실효성이 확보될 것이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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