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향후 5년간 3342명의 의대생을 더 뽑기로 했다. 2027학년도 의과대학 정원은 490명을 증원하고 2028학년도부터 2년간은 613명, 2030학년도부터 2년간은 813명 확대하기로 했다. 5년간 연평균 668명 수준이다.
증원된 인력은 서울을 제외한 전국 32개 의대에서 지역의사전형을 적용해 선발한다.
이로써 2024년 2월 윤석열 정부가 의대 2천명 증원을 발표하면서 시작된 의대 증원을 둘러싼 논란도 일정 부분 마무리 됐다.
다만 대한의사협회를 비롯한 의료계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또다시 집단행동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의대 증원분 非서울 국립·미니의대에 집중…지역의사로 10년간 근무
2037년 부족 의사수 75% 수준…정은경 "교육 여건 고려"
보건복지부는 1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제7차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보정심)를 열고 비(非)서울권 국립·소규모 인원 의과대학을 중심으로 한 의과대학 증원안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서울권을 제외한 32개 의대 정원은 5개년 동안 연평균 668명 늘어날 예정이다. 초기 교육 현장의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첫해인 2027년도에는 전체의 80%가량인 490명을 증원하고, 2028학년도부터 2년간은 613명, 2030학년도부터 2년간은 813명 확대하기로 했다.
2030학년도부터 공공의대와 지역의대가 설립돼 각 100명씩 신입생을 모집하면 2030년 이후 의과대학 정원은 의정갈등 이전보다 813명 많은 3871명 규모로 늘어난다.
이를 종합하면 향후 5년간 추가로 양성하는 의사인력은 연평균 668명, 총 3천342명이다.
이는 보정심에서 논의되던 2037년 부족 의사 수(4724명)의 75% 수준이다.
이에 대해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은 교육현장 부담을 고려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정 장관은 "의대 교육 여건을 고려하고 양질의 의사 인력을 양성한다는 측면에서 고려된 부분"이라며 "일반적인 상황에서의 증원이라면 좀 더 고려해볼 수 있는데 현재 더블링된 24·25학번이 제대로 교육받고 졸업할 수 있게 하려면 75% 정도가 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복지부는 증원 필요 인원을 9개 도(道)지역 인구비례(경기도는 의료취약지 시군구 인구)로 배분해 근무지역별 지역의사 필요 규모를 산정하고, 대학 종류별·규모별로 증원 상한을 적용하기로 했다.
지역별 의대증원 규모도 정했다. 가장 많이 증원되는 지역은 121명인 부산·울산·경남이다. 이어 △대전·세종·충남·대구·경북(90명) △강원(79명) △광주·전남(62명) 순이다. 인천·경기가 30명으로 가장 적다.
증원 인원 중 의정갈등 이전 정원(2024학년도 기준 3058명)을 초과하는 부분은 모두 지역의사로 선발된다. 증원인력은 지역의사로 선발돼 졸업 후 지역 공공의료기관 등에서 10년간 복무하게 된다.
증원 규모가 결정됨에 따라 교육부는 배정심의위원회를 꾸려 대학별 증원 및 교육계획을 평가한 뒤 3월에 가배정안을 발표하고, 대학의 이의신청 등을 거쳐 4월에 배정 결과를 확정한다.
정부는 또한 각 대학이 정원에 맞는 인력과 시설을 갖출 수 있도록 기본시설 개선과 기자재 확보를 추진하고, 24·25학번 학생들이 원활하게 국가시험에 응시하고 전공의 수련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지역필수의료 특별회계를 신설해 재정투자를 활성화하고 환자와 의료인을 위한 의료사고 안전망을 구축하는 한편, 지역·필수·공공의료 강화를 위한 대책을 종합적으로 마련해 발표할 예정이다.
尹, '2천명 증원'으로 의정갈등 폭발…2년 만에 일단락
이로써 의대 증원을 둘러싼 논란도 일정 부분 마무리됐다.
의정 갈등은 2024년 2월 윤석열 정부가 의대 2천명 증원을 발표하면서 본격화됐다. 전공의들의 수련병원 사직이 의대생 집단 휴학과 의대 교수들의 집단행동으로 확산되며 의료 현장은 큰 혼란을 겪었다.
정부의 일방적인 의대 증원 결정에서 비롯된 의정 갈등은 윤 전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선포로 극에 달했다. 특히 포고령에 담긴 '의료인 처단' 표현은 전공의를 비롯한 의료계 전반의 거센 반발을 불러왔다. 윤 전 대통령 탄핵과 대선 국면이 이어지면서 의정 관계는 좀처럼 정상화되지 못했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분위기는 다소 변화했다. 지난해 7월 의대생들이 전원 복학을 선언했고, 같은 해 9월 전공의들도 수련병원으로 복귀하면서 의료 공백은 점차 해소됐다.
정부는 의대 증원을 둘러싼 갈등을 완화하기 위해 의사인력 수급추계위원회를 12차례 열어 미래 의사 수급 전망을 논의했다. 이후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 7차례 논의를 거쳐 전날 최종 증원 규모를 확정했다.
시민·환자단체 "의대 증원 규모 부족…위기 외면한 정부 규탄"
시민·환자단체들은 이번 의대 정원 증원 규모는 고령화 등 인구 위기에 대응하기에 턱없이 부족하다며 정부를 강력히 비판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환자단체연합회로 구성된 국민중심 의료개혁 연대회의는 11일 공동 성명을 내고 "2024년 이후 환자와 국민이 의료공백의 고통을 감내하고, 보건의료 노동자가 붕괴 직전인 의료 현장을 버텨온 대가가 고작 2027년 490명 증원인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이번 결정은 초고령화로 인해 사망자 수가 출생아 수를 넘어 인구가 급격히 감소하고, 사망자가 급증하는 단계인 '다사(多死) 사회'에 대비할 의료 개혁의 해법이 아니라 국가적 위기 대응 과제를 정치적 보신주의로 축소한 결과"라고 비판했다.
이들 단체는 "이재명 정부가 전 정부의 '2천명 증원' 혼란을 수습해야 하는 불가피성은 인정하나, 지금 정부가 해야 할 일은 갈등을 회피하는 숫자를 고르는 것이 아니다"라며 "2020년 문재인 정부 당시 400명 증원도 막혔던 것에 더해 지금 대폭 증원해도 빠듯한데 정부는 고작 490명으로 시간을 때우려 한다"고 주장했다.
증원 규모가 애초 수급 추계위원회의 추계 결과보다 줄어든 점을 두고도 "숫자 깎기 정치공학에 불과하다"며 "추계위는 숫자 깎기의 명분을 만드는 기구로 소비되고,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보정심)는 정치 리스크를 방어하는 기구로 전락했다"고 비판했다.
이들 단체는 또 "정부가 제시한 '선물보따리' 지원은 전공의 집단행동 이후 업무 부담이 전가된 진료지원(PA), 간호, 의료기사, 요양·돌봄 인력이 아니라 의사 중심"이라며 "의사 업무 전가를 구조적으로 차단할 인력구조 개편과 보건의료 노동자 정원·처우 등은 부차화돼있다"고 지적했다.
이들 단체는 "2024년 2월 2천명 증원 발표 이후 2년의 궤적은 정부가 일관된 원칙 없이 정치적 계산에 따라 오락가락했음을 보여준다"며 "정부는 거버넌스를 강도 높게 혁신하고, 의사 직종 편중을 넘어 환자 안전 건강권·노동권을 함께 담는 의료 개혁 패키지를 제시하라"고 촉구했다.
의협 "증원 규모 더 줄여야" 병의협 "정부 폭압…끝까지 맞설 것"
의대교수협 "정상적 교육 불가능"
반면 의료계는 증원 규모가 지나치게 많다며 축소를 요구하고 나섰다.
대한의사협회(의협)는 10일 긴급 브리핑을 열고 "합리적 이성이 결여된 채 숫자에만 매몰된 정부의 결정을 마주하며 깊은 유감과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며 "현장 여건을 반영해 현실적인 모집인원을 산정하라"며 증원 규모를 더 줄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택우 회장은 "일방적 강행에 따른 의료 붕괴의 책임은 전적으로 정부에 있고, 의대 정원은 국민 건강권과 직결된 문제"라며 "필수적인 제도개선 없이 숫자만 늘리는 것은 국민을 기만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보정심의 결정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며 "교육부는 지금 즉시 각 의과대학 전수조사에 착수해, 실제 교육이 가능한지 직접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2027년에는 대규모 복귀 학생 발생이라는 초유의 사태가 닥친다"며 "투명하고 공정한 조사가 이뤄져 현재 발표된 모집 정원보다 훨씬 적은 수만이 정상적인 교육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이 명확히 드러나게 되면, 그 결과를 토대로 모집인원을 다시 산정하라"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휴학했던 학생들과 군 복귀생들이 돌아오면, 현장의 교육 인프라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교육 불가'의 상황이 된다"며 "정부가 책임지고 파괴된 의학 교육을 정상화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실질적인 조정 권한을 가진 의학교육 협의체를 구성하라. 정부는 그동안 실행력 있는 의학교육 협의체 하나 제대로 만들지 못했다"며 "현장의 목소리를 외면하고 구색 맞추기식의 자문단만으로 이 거대한 교육 파동을 해결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은 오만"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현장을 모르는 탁상공론으로 일관하며, 의학교육의 질을 담보할 수 있는 구체적인 대안도 없이 정책을 밀어붙이는 정부의 태도에 대해 분명히 경고한다"고 했다.
대한의사협회 산하 단체인 대한병원의사협의회(병의협)도 10일 성명을 내고 "전 정권의 의료농단을 답습하는 정부의 폭압을 규탄한다"며 "안이한 대처로 파국적 결과를 야기한 의협 집행부는 퇴진하라"고 요구했다.
병의협은 "지난 해부터 정부가 노골적으로 의대정원 증원 의지를 밝힌 만큼 의협이 할 일은 정부의 예견된 결정에 대응하기 위해 강력한 투쟁을 포함한 전략적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었다"며 "그러나 의협은 사실상 의대정원 규모를 결정하는 조직인 추계위 구성 단계부터 아무런 준비 없이 의사인력 추계위원회(추계위) 구성 방식에 동의해주고, 과학적인 결정이 아닌 정치적인 결정을 해야 하는 조직에 추계 연구 모델에만 매몰돼 있는 교수직 위원들을 대부분 추천하는 등 안이한 모습으로 일관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과정에서 투쟁보다는 협상에 주력하겠다는 발언을 통해 투쟁의지가 전혀 없는 의협이라는 메시지를 정부에 전달했고, 이로 인해 정부가 부담 없이 정책을 일방적으로 추진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며 "전 정부와 다를 바 없는 비과학적이고 독선적인 정부의 행태와 결과가 예견됐음에도 아무런 준비도 없이 제대로 된 대응도 하지 않았던 의협의 안이함이 만든 결과가 바로 오늘 발표된 연평균 의대정원 668명 증원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결과가 예견됐음에도 안이한 대처로 일관한 의협 집행부의 퇴진을 강력히 요구한다"며 "일각에서는 현 시점에서 의협 집행부가 물러나면 더욱 혼란해질 것이라 주장하지만 지금 수준의 의협이라면 차라리 없는 것이 의료계에 훨씬 득이 될 것이라는 것이 일반 회원들의 판단"이라고 말했다.
병의협은 "지난 1월 20일 김택우 회장은 의협 내부 회의 과정에서 '조만간 발표될 의과대학 정원 증원 규모를 전공의와 회원들이 수용하기 어려울 경우 자진 사퇴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며 "지난 1월 31일 대표자대회에서 교수 대표와 전공의 대표들은 정부의 의대정원 증원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한만큼 김택우 회장은 더 이상 의협 회장의 자리에 있을 명분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현 의협 집행부는 퇴진해야 하고, 의협 조직은 환골탈태 수준의 개혁을 통해 거듭나야만 한다"며 "이렇게 되어야만 의협이 진정 정부의 잘못된 의료정책에 맞서면서 의사 회원들의 권익을 수호하고 대한민국 의료 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는 조직으로 발돋움할 수 있을 것"이라고 거듭 말했다.
병의협은 "비록 의협이 무능으로 일관하더라도 정부의 폭압에 끝까지 맞설 것"이라며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을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할 것임을 천명한다"고 덧붙였다.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의대교수협)는 10일 복지부 장관과 교육부 장관에게 보낸 공개질의서를 통해 "2027학년도 재학생 수는 더 이상 증원을 하지 않더라도 보정심에서 판단 기준으로 삼은 최대 증원 인원을 넘어 이미 정상적인 의학교육이 불가능하다"고 했다.
의대교수협은 "32개 대학 24·25학번 재적생 5973명 중 약 25%인 1495명의 휴학생이 발생했다고 간주한다"며 "이 휴학생들이 2026년과 2027년에 50%씩 복귀한다고 가정해 32개 대학의 학생 수를 추정했다. 2027학년도 정원을 보정심에서 결정하는 원칙에 따라 배정해 나온 최대 숫자와 휴학생 복귀 시나리오를 넣은 숫자를 비교하면 증원이 없는 상황에서도 이미 전체적으로 123명이 복지부에서 제시한 최대 증원 학생 규모를 초과한다"고 설명했다.
늘어나는 학생을 가르칠 교원의 부담도 심각하다고 강조했다. 의대교수협은 "보정심에 보고된 국립대학 전임교수 증원 숫자는 동일한 업무(교육·연구·진료)를 수행하는 기금교수나 임상교수의 직급만 변경된 경우가 대다수"라며 "전임교수 채용이 늘어난 것으로 전체 교수 숫자가 늘어났다고 볼 수 있겠지만 현실은 그 반대다. 오히려 지난 2년 동안 교수진은 지방대에서 서울과 수도권 대학으로, 서울에서는 연봉이 낮은 대학에서 높은 대학으로 이탈이 심했다"고 말했다.
의료계, 또 다시 단체행동 나서나
이처럼 병의협을 중심으로 의료계 내에서 강한 반발이 나오면서 또다시 단체행동에 나설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의료계 안팎에서는 현실적으로 의협이 당장 총파업을 포함한 단체행동에 나서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적지 않다.
의협 등 의료계 단체가 추천한 인사가 과반인 추계위가 내놓은 추계를 토대로 보정심을 거쳤고, 의정갈등에 따른 현장의 혼란이 수습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상황에서 단체행동에 나서는 건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어서다.
특히 증원 인력을 모두 지역의사제에 투입하는 등 '지역의료 강화'라는 명분이 뚜렷한 데다 지난 정부에 비해 증원 규모도 작은 편이어서 대응 수위를 높이는 게 쉽지 않을 수 있다.
집단사직으로 1년 6개월간 의료현장을 떠났다가 복귀한 전공의들이 또다시 거리로 나서는 건 불가능하지 않겠느냐는 목소리도 있다. 일부 전공의들 사이에서는 '또 젊은 의사들의 등만 떠미느냐'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이 때문에 의협은 내부의 비판적 의견과 국민 여론 등을 모두 고려해 대응 수위를 정할 것으로 보인다.
김성근 의협 대변인은 총파업 등을 염두에 두고 있느냐는 질의에 "향후 행동 방향에 제한을 두지는 않고 있다"면서도 "집단행동 여부에 관심이 있겠지만, 저희는 우선 기본적으로 내부 의견을 모으는 게 먼저라고 판단한다"고 신중한 입장을 표했다.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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