짙푸른 남해를 품은 산자락에서 불어오는 청량한 바람이 마음의 묵은 때를 씻어낸다. 경남 고성군 수태산 중턱에 자리 잡은 보현암은 속세의 소란함을 잠시 잊게 하는 고요한 안식처다. 이곳에 들어서면 산과 바다가 맞닿은 경계에서 온화한 미소로 세상을 굽어보는 거대한 부처를 마주하게 된다.
보현암 약사전 / 고성군 문화관광
보현암의 상징인 금동 약사여래대불은 높이만 약 13m에 달하는 웅장한 규모를 자랑하며, 국내 금동 약사불 중에서도 손꼽히는 크기로 알려져 있다. 특히 사찰 뒤편으로 펼쳐진 쪽빛 바다와 그 위에 점을 찍은 듯 자리한 섬들의 조화는 방문객의 시선을 단번에 사로잡는 보현암만의 독보적인 풍광이다.
보현암 약사전은 산의 지세를 따라 층별로 각기 다른 의미를 담고 있다. 1층에는 문수암 주지 시절 보현암을 창건하고 약사여래대불 조성을 이끈 휴암당 정천대사의 영정이 모셔져 있어 사찰의 역사적 기틀을 보여준다. 이어지는 2층 법당에는 약사여래불과 문수보살, 지장보살이 봉안되어 정갈한 수행의 분위기를 자아낸다. 건물 3층으로 발걸음을 옮기면 비로소 야외 광장에 우뚝 솟은 약사여래대불의 전모가 드러난다.
보현암 약사전 / 고성군 문화관광
황금빛으로 빛나는 약사불은 마치 태양의 정기를 품은 듯한 형상으로, 인자한 표정 속에 중생의 아픔을 보듬는 자비심을 담고 있다. 한 손에 약병을 든 채 앉아 있는 이 부처는 아픈 사람을 치료하고 고통과 위기에서 중생을 구제하는 존재로 상징된다. 불상 주변으로는 불교 경전이 새겨진 경판들이 원통형 종의 형태로 배치되어 있다. 이 종을 한 번 돌리는 행위는 경전을 한 번 읽는 것과 같은 공덕이 있다고 전해져, 사찰을 찾은 방문객들이 저마다의 간절한 염원을 담아 종을 돌리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약사여래대불이 서 있는 법당 위 전망대는 보현암 여행의 정점으로 꼽힌다. 이곳에서는 자란도와 솔섬 등 남해안의 크고 작은 섬들이 수놓아진 고성 바다의 절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산을 감싸안은 푸른 하늘과 쪽빛 바다, 그리고 그사이에 자리 잡은 황금빛 대불이 어우러진 풍경은 마치 한 폭의 수묵화를 연상시킨다. 산 중턱이라는 지리적 특성 덕분에 시야가 막힘없이 트여 있어 일상의 답답함을 해소하고 시각적 즐거움을 얻기에 충분한 장소로 보인다.
보현암 약사전 / 고성군 문화관광
보현암은 연중무휴로 상시 개방되며 별도의 입장료를 받지 않아 누구나 부담 없이 찾을 수 있다. 시기에 상관없이 늘 한 자리를 지키는 산세의 강직함과 바다의 평온함을 동시에 만끽할 수 있다는 점이 이곳의 큰 매력이다. 치유의 의미를 담은 약사불의 미소와 남해의 수려한 경관이 공존하는 이곳은 마음의 평안을 찾는 이들에게 가치 있는 선택지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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