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강현민 기자】 이커머스 업계의 배송 경쟁이 다시 가속하고 있다. 신선식품 강자 컬리가 당일 배송을 공식화하며 속도 경쟁에 뛰어든 가운데, 정부와 여당이 대형마트의 새벽배송 규제 완화를 추진하면서 유통 시장 전반의 경쟁 구도에도 변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1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컬리는 최근 당일 자정 전 도착을 보장하는 ‘자정 샛별배송’ 서비스를 전격 출시했다. 전날 밤 11시부터 당일 오후 3시 사이 주문하면 그날 밤 9시에서 자정 사이에 물품을 받는 구조다. 퇴근길에 스마트폰으로 장을 보고 잠들기 전 현관 앞에서 신선식품을 정리할 수 있게 된 셈이다. 컬리 관계자는 “그간 비공식적으로 운영하며 다져온 물류 시스템이 공식 서비스로 전환할 만큼 완성도를 갖췄다”며 “수도권을 시작으로 서비스 지역 확대를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컬리의 행보는 ‘전통의 우군’ 네이버와의 협업으로 파괴력을 더하고 있다. 지난해 9월 네이버 장보기에 입점한 ‘컬리N마트’는 출시 초기 대비 거래액이 7배 이상 폭증하며 성공적으로 안착했다는 평가다. 앱 분석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컬리와의 시너지를 내세운 ‘네이버플러스 스토어’ 앱은 지난달 쇼핑 앱 신규 설치 1위를 기록하며 쿠팡의 가장 강력한 대항마로 부상하고 있다.
경쟁사들의 약진은 쿠팡의 보안 사고에 따른 반사이익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해 12월 컬리의 주문 건수는 전년 대비 15% 늘었고, 충성 고객 지표인 ‘컬리멤버스’ 가입자는 1년 새 94%나 급증했다. 쿠팡의 독주에 피로감을 느낀 ‘탈쿠팡’족이 속도와 신뢰를 모두 갖춘 대안 플랫폼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이에 발맞춰 SSG닷컴과 G마켓 역시 멤버십 혜택을 강화하며 배송과 서비스 품질을 앞세운 총공세에 나서고 있다.
가장 큰 변수는 정부와 여당이 추진 중인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이다. 상반기 내 대형마트의 새벽배송 규제가 완화될 경우, 전국 460여개 마트 점포는 즉시 ‘도심형 물류 거점’으로 탈바꿈하게 된다. 이마트와 롯데마트 등이 보유한 촘촘한 오프라인 인프라가 새벽배송 시장에 가세할 경우, 신선식품 물류 효율은 이커머스 전문 기업들을 위협할 수준까지 올라갈 전망이다.
물론 낙관론만 있는 것은 아니다. 마트 업계가 보유한 물리적 거점이 훌륭하더라도, 전문 배송 인력 확보와 라스트마일(최종 배송 구간) 시스템 구축에는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투입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기존 플랫폼에 묶여 있는 ‘락인(Lock-in)’ 고객을 돌려세우는 것은 인프라 확보와는 또 다른 차원의 문제”라고 짚었다.
그럼에도 침체기에 빠진 대형마트에 이번 규제 완화는 절실한 ‘동앗줄’이다. 한국체인스토어협회 관계자는 “단기간에 쿠팡의 규모를 추월하긴 어렵겠지만, 준비 여하에 따라 오프라인 유통업의 부활을 알리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기대를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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