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금융신문 이성규 기자] SK에코플랜트가 재무적투자자(FI)들과 약속한 기업공개(IPO) 기한을 맞추지 못할 전망이다. 환경과 에너지를 넘어 반도체를 등에 업고 체질 개선을 꾀하는 가운데 FI와 맺은 약정이 리스크로 작용하고 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포함한 잠재적 부채가 발목을 잡는 실정이다. 상각전영업이익(EBITDA)와 영업활동현금흐름 괴리도 해결 과제로 지목된다.
1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SK에코플랜트는 이날 1500억원 규모 공모 회사채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을 진행한다. 만기는 1년물(300억원), 1년6개월물(500억원), 2년물(700억원)으로 구성됐으며 수요예측 결과에 따라 최대 3000억원까지 증액 발행한다.
희망금리밴드는 만기별 개별민평금리 평균에 가각 -40~+100bp(1bp=0.01%포인트)를 가산해 제시했다. 대표주관 업무는 하나증권,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SK증권, 키움증권이 공동으로 담당한다.
SK에코플랜트 입장에서 현재 가장 중요한 이슈는 기업공개(IPO)다. 오는 7월까지 IPO를 완료하지 못하면 지난 2022년 전환우선주(CPS, 6000억원) 상환 압력이 커지는 탓이다.
해당 CPS를 인수한 FI들은 SK에코플랜트 최대주주인 SK에 지분매입을 요구할 수 있다. 권리를 행사하지 않더라도 우선배당률은 연 5%로 시작해 매년 3%포인트씩 가산되는 구조다. 상장이 지연될수록 SK에코플랜트는 재무부담이 확대된다.
해당 CPS는 SK에코플랜트 자본 항목으로 잡혀 있다. 중복상장, 회계 이슈 등으로 오는 7월 상장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현재 SK에코플랜트는 FI들과 상환 및 IPO 관련 협상에 들어갔다.
4000억원 규모 RCPS도 문제다. 내년 6월까지 상장이나 상환을 완료하지 못하면 배당률이 2%포인트씩 추가로 오른다. 자회사 SK에어플러스를 통해 발행한 1조3000억원 규모 RCPS를 포함하면 2조3000억원에 달하는 잠재적 부채가 추가된다.
과중한 차입구조…유동성 딜레마
작년 3분기 말 기준 SK에코플랜트 총차입금은 약 6조2000억원 수준이다. 이중 단기성차입금이 60.5%(3조7000억원)에 달하는 반면, 현금성자산은 1조2000억원에 불과하다.
환경 자회사 매각(1조7300억원)과 블룸에너지 지분 매각(1조원)으로 현금을 확보해 급한 불은 끈 상황이다. 하지만 공격적인 투자로 늘어난 차입금과 금융비용이 영업활동현금흐름을 제약하고 있다.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이 개선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매출채권과 미청구공사에 약 9500억원 가량이 묶여 있어 실제 현금유입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차입과 유동성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과거 건설 부문에서 남는 PF 우발부채는 여전히 위협적이다. 정비사업을 제외한 도급사업 관련 PF 자금보충 규모는 약 1조9000억원 수준이다.
시작도 끝도 ‘반도체’...속도 싸움 관건
SK에코플랜트는 환경, 에너지 사업에서 반도체 중심으로 체질 개선에 힘쓰고 있다. FI들과 IPO 관련 협상 테이블에서도 반도체를 강조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 시장에서는 인공지능(AI) 혹은 AI 관련 산업에만 돈이 몰리고 있다. 반도체는 SK에코플랜트가 IPO에 힘을 실을 수 있는 가장 강한 모멘텀이다.
다만 체질을 개선할 수 있는 시간이 무한대는 아니다. 이 과정에서 만기가 돌아오는 부채 상환, 이자지급 등 부담은 늘 상존한다. 중복상장 등 비우호적인 시장 상황은 IPO 자체에도 발목을 잡을 수 있다.
그러나 본질적으로는 숫자로 우선 증명해야 한다. 또 그 속도가 빨라야 한다. 환경, 에너지 분야에서 이미 한 차례 가치제고에 실패하면서 IPO 전 채권자들도 더욱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이번 회사채 발행에서도 ‘속도’에 대한 평가가 반영될 전망이다. 최근 채권 시장에서는 비우량등급이라도 성장 가능성 여부에 따라 수요예측 결과가 크게 갈리고 있다. 채권자들의 투심이 상당히 중요한 시기인 것은 분명하다.
한 자산운용사 채권운용역은 “SK에코플랜트는 IPO나 회사채 발행에 있어서 EBITDA가 중요하다”면서도 “EBITDA와 영업활동현금흐름 간 괴리는 이자비용 등이 핵심인데 IPO가 지연될수록 그 부담이 확대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장부상 이익과 실질 현금흐름 차이를 올해 1분기부터라도 확실히 보여줘야 향후 시간적 여유를 벌 수 있다”고 말했다.
이성규 한국금융신문 기자 lsk0603@fntimes.com
Copyright ⓒ 한국금융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