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썰 / 임나래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등록임대주택에 적용돼 온 ‘양도소득세 중과 제외’ 혜택을 직접 문제 삼으면서, 임대사업자 제도 전반이 전면 재검토 국면에 들어갔다. 다주택자의 매물 출회로 집값 안정 효과를 기대하는 시각과 달리, 전·월세 시장 불안과 임차인 보호 약화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동시에 커지고 있다. 정권마다 방향이 뒤바뀐 임대사업자 정책을 둘러싸고 정책 신뢰도 논란과 시장 혼선이 재연되고 있다.
◇의무 임대 끝났는데 세제 특례 유지…“조세 회피 통로로 변질”
매입형 등록임대사업자는 주택을 매입해 임대하는 대신 임대료 인상률을 연 5% 이내로 제한하고, 최장 8년간 임대 의무를 이행하는 조건으로 취득세·재산세·종합부동산세 감면과 양도소득세 중과 배제 혜택을 받아왔다. 이 과정에서 의무 임대 기간이 끝난 이후에도 동일한 세제 특례 유지가 논란을 키워 왔다.
이 대통령은 9일 관련 보고에서 “의무 임대가 끝났는데도 중과 없이 장기간 보유가 가능한 구조는 정책 취지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10일 국무회의에서도 “수요가 집중된 아파트를 등록만 해두면 사실상 무기한 보유가 가능하다”며 “임대사업자 등록이 조세 회피 수단으로 작동하고 있다”고 재차 강조했다.
정부 역시 “임대 기간 충분한 보상이 이뤄진 만큼, 임대 종료 이후에는 일반 다주택자와 동일한 과세 원칙을 적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다만 시장 충격을 고려해 ▲1년 유예 후 전면 폐지 ▲1~2년간 단계적 축소 등 완충 장치를 두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매물 출회 제한적…전·월세 시장이 더 민감한 이유
정책 변화가 실제 시장 움직임으로 이어질지를 두고는 전망이 엇갈린다. 임대 의무기간이 종료된 물량을 중심으로 잠재 매물이 존재하지만, 지역별 수급 상황과 가격 기대 심리에 따라 출회 규모는 제한적일 수 있다.
부동산 시장 한 전문가는 “일부 매물은 나올 수밖에 없지만, 핵심 지역에서는 가격 반등 기대가 여전해 관망세가 우세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보유 부담이 커졌다고 모두 매도에 나서는 것은 아니며, 증여 등 우회 선택으로 오히려 매물이 잠길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전·월세 시장에 대한 우려는 상대적으로 크다.
다른 전문가는 “매매시장 안정 효과보다 임대 공급 축소에 따른 전·월세 불안이 먼저 나타날 수 있다”며 “청년·서민층이 많이 거주하는 비아파트 임대시장이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기존 임대차 계약이 종료된 이후에만 매도나 실거주 전환이 가능하도록 하는 등, 임차인 보호 장치와 충돌하지 않는 설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책 신뢰도 흔들…임대 공급 축소와 보호 공백 우려
임대사업자 제도는 2017년 문재인 정부에서 확대 도입된 뒤, 2020년 비아파트 장기 매입임대를 제외하고 사실상 폐지됐다. 이후 윤석열 정부에서 비아파트 중심의 단기 임대 유형이 부활했고, 의무 임대 기간도 6년으로 조정됐다. 다시 세제 축소 논의가 나오면서 정책 일관성과 신뢰도에 대한 의문이 재차 제기된다.
현장 반발도 거세다. 한 임대사업자는 “지난 8년간 임대료 인상은 제한받고 각종 규제는 감내해왔다”며 “이제 임대사업자 지위가 종료되면 보유세 부담까지 떠안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등록 당시 정부가 약속한 양도세 혜택을 뒤늦게 거둬들이는 것은 신뢰를 흔드는 조치”라고 주장했다.
신규 임대사업자 등록 감소 역시 불가피해 보인다. 이 경우 임대료 인상률 제한 등 임대사업자 제도를 통해 작동해온 일부 임차인 보호 장치가 약화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상한제 등 기존 제도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며 “투기성 다주택자에 대한 세제 특례는 줄이되, 민간 임대 공급이 급격히 위축되지 않도록 정교한 정책 설계가 요구된다”고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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