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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업계에 따르면 오리온은 초코파이형 신제품 ‘쉘위’를 최근 출시했다. 기존 초코파이의 마시멜로 대신 생크림을 적용한 것이 특징이다. 하지만 제품 콘셉트와 패키지 디자인, 제품명까지 몽쉘을 연상시키면서 소비자 사이에선 몽쉘 미투 제품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초코파이·자일리톨껌·메로나까지 식품업계의 미투 제품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K푸드 열풍을 주도하고 있는 삼양식품의 불닭볶음면의 미투 제품도 연이어 출시됐다. 하림산업은 ‘용가리 불볶음면’을 출시했고 팔도는 ‘불낙볶음면’을 출시했다. 이들 라면은 검정색 바탕에 붉은색 제품명을 담은 포장까지 ‘불닭’과 유사하다.
불닭볶음면은 삼양식품이 1년간 공을 들여 개발한 제품이다. 김정수 삼양식품 부회장이 2011년 서울 명동의 한 찜닭집에서 젊은이들이 매운 찜닭을 먹으며 스트레스를 푸는 모습을 보면서 “강렬한 매운맛을 볶음면으로 만들어보자”는 발상에서 제품이 시작된 일화는 유명하다. 한국인이 가장 선호하는 매운맛을 찾기 위해 연구소 직원들이 세계 모든 지역의 고추를 혼합하며 최적의 소스 비율을 찾았고 이 과정에서 매운 소스 2톤(t)과 닭 1200마리가 투입됐을 정도다. 그렇게 1년간의 연구 끝에 스코빌 지수 4404SHU에 달하는 불닭볶음면이 완성됐다. 그런데 미투 제품들은 이러한 독창적인 발상과 연구개발 과정을 건너뛰고 히트 상품에 무임승차를 한 셈이다.
지난해 법원이 20여년간 이어진 빙그레(메로나 ‘원조제품’)와 서주(메론바 ‘모방제품’)간 미투 제품 분쟁에서 빙그레의 손을 들어줬지만, 식품업계의 ‘베끼기’ 관행이 뿌리 뽑힐 것이란 기대감은 여전히 낮은 상황이다. 식품업계의 영업이익률이 낮아 R&D 투자가 제한적인 데다 법적·제도적 한계도 있어서다. 현행 부정경쟁방지법은 ‘상품 형태 모방’을 금지하지만 디자인 유사성 판단 기준이 모호하다. 또한 침해 입증 책임이 원고(원조)에 있기 때문에 시간과 비용 부담 등을 고려해 소송을 포기한다.
하상도 중앙대 경영학과 교수는 “히트 제품마다 비슷한 제품이 쏟아지는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며 “현재 특허·실용신안·디자인 제도 등으로는 식품업계의 모방을 제어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이어 “소금·설탕 비율을 조금 바꾸거나, 밀가루에 쌀가루를 섞는 등 레시피를 미세하게 바꿔도 특허 침해를 피해갈 수 있다”며 “식품업계의 지속가능성을 위해서는 소비자가 봤을 때 오리지널 제품이 연상되는 모양·컨셉이라면 이를 권리로 인정해주는 ‘식품 특화 보호 제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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