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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병준 한국면세점협회장(호텔신라 부사장)은 최근 이데일리와 만나 국내 면세산업의 제도 개선 과제를 이같이 짚었다. 면세점 제도의 상당수는 연매출 25조원, 따이궁(중국 보따리상)과 방한 외국인 쇼핑 수요를 전제로 한 고성장기를 바탕으로 설계됐다. 산업 환경이 크게 달라진 지금, 제도 역시 현실에 맞게 손질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가 가장 먼저 꼽은 제도는 특허수수료다. 면세점은 영업 특허 대가로 매출의 일정 비율을 수수료로 낸다. 2017년 호황기에는 수수료율이 0.05%에서 최대 1%까지 올랐고, 지난해 정부가 이를 절반으로 낮췄지만 여전히 매출 기준 산정 틀은 그대로다. 조 협회장은 “고환율·저성장이 이어지고 수익성 회복이 더뎌지는 상황에서는 보다 합리적인 조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공항 임대료 체계도 문제로 지목했다. 인천국제공항 면세점 임대료는 출국 여객 수에 사업자가 제시한 객당 단가를 곱해 산정된다. 여행객이 늘면 매출과 무관하게 임대료가 자동으로 올라가는 구조다. 조 협회장은 “최근에는 여객 수 증가와 실제 구매 간의 비동조화, 즉 디커플링이 핵심 문제로 부상하고 있다”고 했다.
이 같은 구조는 면세점을 파트너로 보고 임대료를 낮춘 해외 공항들과 대비된다. 실제로 싱가포르 창이공항은 임대료를 상당 폭 감면했고, 상하이 공항은 최소보장액을 기존의 4분의 1 수준으로 낮췄다. 반면 인천공항은 기존 계약 구조를 유지하다가 지난해 사업권 반납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겪었다. 인천공항공사의 지난해 매출은 2조 7347억원으로, 코로나 이전인 2019년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을 기록할 전망이다.
조 협회장은 “이런 임대료 부담은 업계의 AI 기반 쇼핑환경 구축이나 K컬처 플랫폼 등 미래 투자를 가로막는 제약 요인이 되고 있다”며 “지속가능한 생태계를 위해 공항과 업계가 전략적 파트너십 관점에서 임대료 체계를 재설계해야 한다”고 했다.
달러 가격표시제 개선도 주요 과제로 거론했다. 조 협회장은 “과거에는 외화 획득과 외국인 편의를 고려해 달러 표시를 유지했지만, 환율이 장기간 1400원대 중후반에서 이어지며 면세품이 백화점보다 비싸 보이는 역전 현상이 생기고 있다”며 “가격 왜곡과 소비자 불편을 해소할 방안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현재 협회는 달러 대신 원화로 가격을 표시하되, 공급사와 협의해 면세 혜택이 소비자에게 체감될 수 있는 수준에서 가격을 설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면세한도 역시 개선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현재는 기본 1인당 800달러, 술(2병·2ℓ 이하·400달러 이하)·담배(200개비)·향수(100㎖)는 별도 적용된다. 기본 한도는 2022년 9월 600달러에서 상향된 이후 3년 넘게 변동이 없다. 조 협회장은 “환율과 물가 흐름을 충분히 반영해 실효성 있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며 “소비자 의견을 폭넓게 수렴해 면세한도 체계를 현실화할 수 있도록 정부와 논의하겠다”고 했다.
끝으로 그는 “올해 정부·공항공사 등 관계 기관과 ‘산업 생태계의 지속 가능성’이라는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외국인 관광객의 구매 유인을 높이는 동시에 내국인의 해외 소비를 국내로 환류시킬 수 있는 실질적 제도 개선을 건의할 계획”이라며 “면세산업이 관광·유통 생태계의 핵심 축으로 지속 가능하도록 현장의 목소리를 충실히 전달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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