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GNE ROSET
1860년 작은 목재 공장에서 출발한 ‘리네 로제’는 프랑스 대표 가구 브랜드로 거듭나기까지 ‘모더니티’ 정신을 일관되게 지켜왔다. 과거의 유산을 시대 감각에 맞게 재해석하면서 동시대의 뛰어난 디자이너들이 성장할 수 있는 토대가 돼준 배경이다. 로제 가문의 5대손인 앙투안 로제(Antoine Roset)의 리드 아래 이들은 전통과 실험성 사이의 균형을 한층 정교하게 조율하는 중이다.
165년의 역사를 품은 프랑스 가구 브랜드 리네 로제 공동대표 앙투안 로제(Antoine Roset).
디자이너 미셸 듀카로이(Michel Ducaroy)가 접힌 치약 튜브의 모습을 보고 디자인한 토고 소파. 1973년 리네 로제에서 탄생한 이 소파는 프랑스 디자인의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하며, 현재까지도 큰 사랑을 받고 있다.
‘편안함’에 대한 깊은 연구에서 탄생한 플롬(Ploum) 소파. 비대칭 구조에 넉넉한 볼륨을 부여해 어떤 자세로 앉거나 기대도 뛰어난 착석감을 선사한다.
160여 년 동안 리네 로제가 지켜온 모더니티는
우리에게 모더니티란 고정된 형식이 아니라 태도에 가깝다. 언제나 깨어 있으며, 움직이려는 마음이다.
리네 로제를 정의하는 키워드는
편안함, 수공예, 조용한 대담함이다. 몸과 오브제, 형태가 자연스럽게 만나는 지점에서 편안함과 내구성이 고유 언어처럼 드러난다. 수공예는 산업적 정밀함에 손의 지성이 더해지는 순간이다. 대담함은 혁신할 수 있는 용기를 뜻한다. 1970년대의 급진적인 낙관주의에서 오늘날의 책임 있는 감각에 이르기까지 이 가치들은 서로 충돌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이어져왔다.
리네 로제는 모든 제조 공정에서 ‘메이드 인 프랑스’를 고수해 왔다
프랑스에서 생산한다는 것은 아이디어와 손의 거리를 가깝게 유지하는 일이다. 동시에 디자인과 생산이 분리되지 않고, 위임이 아닌 대화 속에서 이뤄진다는 의미다. 이런 접근법은 실험의 여지를 넓히고, 섬세한 조율을 가능하게 하며, 완성도에 대한 높은 기준을 유지하게 만든다. 우리 기술과 태도가 다음 세대로 끊기지 않고 자연스럽게 전승될 수 있는 토대가 되는 것이다. 점점 비물질적 세계로 향하는 지금, 우리는 창조가 추상이 아닌 ‘재료’에서 시작한다는 사실을 잊지 않고 있다.
종이접기 과정에서 영감받은 페페(Paipaï)는 접힌 면이 그대로 폼의 형태를 만들어내며 실루엣을 부드럽게 강조한다.
펌프킨(Pumpkin)은 1950년대 말부터 이어진 피에르 폴랭의 혁신적 디자인 언어를 대표하는 작품으로, 이름 그대로 거대한 호박을 연상시키는 포근한 셸 형태가 특징.
미셸 듀카로이의 역작 카시마(Kashima)는 2023년에 리뉴얼됐다. 넓고 포근한 좌석은 사용자가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몸을 기댈 수 있게 한다.
피에르 폴랑, 미셸 듀카로이부터 로낭 & 에르완 부홀렉, 잉가 상페까지 다채로운 창작자와의 협업 역시 리네 로제의 정체성을 형성해 온 중요한 방식이다
리네 로제는 분명한 자기 언어를 가진 창작자를 찾는다. 뚜렷한 목소리를 지녔으면서 제약을 수용하고 끝까지 함께 사고할 수 있는 태도를 중요하게 여긴다. 프로젝트는 대화를 통해 성숙해지고, 때로는 의심과 시간을 거쳐 완성된다. 파트너십이 진정으로 공명하는 순간은 디자이너의 상상력과 제조자의 정밀함이 만나 둘 중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는 새로운 무엇이 탄생한다. 진정한 협업은 단발적 결과가 아니라 시간을 축적하는 과정에서 나온다.
리네 로제는 유산을 보존하면서 이를 동시대적으로 갱신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리이슈’ 작업은 브랜드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우리는 시간이 지나도 가치를 잃지 않는 디자인을 추구하고, 그것이 지속 가능한 아름다움의 본질이라고 생각한다. 오래 사랑받을 수 있는 형태와 감각을 다시 조명하고, 더 책임 있는 소재와 기술로 재구성함으로써 우리 디자인이 현재의 삶에서 의미를 갖는다고 본다. 유산은 그대로 보존되는 게 아니라 시대와 함께 천천히 변할 때 비로소 생명을 갖는다.
최근 몽테뉴에 있는 공장을 ‘스튜디오 1860(Studio 1860)’으로 재탄생시켰다. 이 공간은 어떤 역할을 하나
스튜디오 1860은 리네 로제의 과거와 현재, 앞으로 진행될 실험을 연결하는, 살아 있는 플랫폼이다. 1970년대부터 현재까지 제작된 대표 가구들을 전시하고, 그중에는 장-샤를 드 카스텔바작의 ‘아스타락’ 4기둥 침대, 장 누벨의 ‘엘레망테르’ 암체어, 엘리자베스 가루스트 & 마티아 보네티의 서랍장, 필립 스탁의 하이 체어처럼 거의 공개된 적 없는 희귀 작품도 포함된다. 일반 방문자를 위한 팩토리 스토어, 전문 클라이언트를 위한 쇼룸, 업홀스터리와 봉제 기술을 배우는 교육 시설, 야외 가구를 위한 정원까지 갖추고 있다. 유산과 실험이 공존하는 장소이자, 제작 과정과 사고 흐름까지 보여주는 공간이다.
1975년에 탄생한 아이코닉 소파 산드라(Sandra)가 현대적 감각을 입고 재탄생했다. 유려한 곡선과 포근한 볼륨이 공간을 부드럽게 감싸안는다.
세계 최초로 폴리우레탄 폼으로 만들어진 토고. 부드럽게 흐르는 라인과 애벌레를 연상시키는 귀여운 실루엣으로 전 세계적 사랑을 받고 있는 이 소파는 47가지의 폭넓은 패브릭 옵션을 갖췄다.
‘좋은 디자인’을 어떻게 정의하는가
좋은 디자인은 창의성과 감각, 정확한 타이밍의 조합이다. 제조는 아이디어를 존중하고, 최적의 소재와 구조를 통해 오래가는 형태를 완성해야 한다. 결국 시간이 지나도 남는 것은 ‘굿 디자인’이다.
빠르고 복잡하게 변하는 세계에서 리네 로제가 수행해야 할 역할은 무엇일까 오늘의 삶은 서로 다른 극 사이를 끊임없이 조율하는 과정이다. 화면과 물질, 고독과 연대, 속도와 고요, 도시와 자연. 우리는 늘 이 양가적 조건 속에서 살아간다. 리네 로제의 역할은 이 복잡함을 단순화하거나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견디고 사랑할 수 있는 형태로 만드는 데 있다. 유연하고 촉각적이며 넉넉한 공간, 일상에서 잠시 숨을 고를 수 있는 여유를 마련하는 것이다. 집으로 돌아왔을 때 삶이 조금 더 좋아졌다고 느낄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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