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의 6월 지방선거 전 합당이 결국 무산됐다. 정청래 대표는 10일 저녁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후 "지방선거 전 합당 논의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정 대표는 이날 재선모임 '더민재'와 만남에서도 '합당 중단' 입장을 확인했고, 의원총회에서도 '합당 불가'로 의견이 모아진데다가 최고위에서도 동일한 결론이 나오자 결국 '합당 논의 중단'을 수용한 것이다.
그간 비당권파 지도부와 친명계 의원들의 강력한 '합당 반대' 입장에 초재선, 중도파 등 민주당 의원 다수가 정 대표가 아닌 친명계와 보조를 함께 한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달 22일 이 대통령과도, 당 지도부와도 논의나 소통없이 느닷없는 정 대표의 '나홀로 합당' 파동은 2주만에 일단락됐다.
특히 '1인1표제'를 공약으로 내세울 만큼 당원민주주의를 제1의 정치철학으로 해왔던 정 대표는 '합당' 과정에서 '당원에 대한 최소한의 절차적 정당성, 민주성' 조차 없이 정청래-조국의 '밀약'으로 전격 발표해버렸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밀약설 의혹은 '정청래-조국 밀약문건'까지 터지면서 민주당이 또한차례 발칵 뒤집혔고 '이재명 당에서 정청래 당으로 권력교체'하려는 '당권장악 음모'라는 비난이 산을 이루었다.
또한 합당 파동 한가운데서 2차종합특검에 '이재명 죽이기 검사추천'까지 터지면서 '제2의 체포동의안'이라며 정 대표에 대한 당내 역풍이 거세지고 '정 대표 사과'에도 당청갈등은 심화됐다.
뿐만아니라 '검찰 보완수사권'의 대통령 뜻을 여러차례 밝혔음에도, 합당 논란 와중에 민주당은 '검찰 보완수사 요구권'으로 당론을 아예 확정해버리는 등 당청간 이상기류가 흐르면서 '합당 반대 당론'은 더욱 거세졌다.
민주당 대혼란 속에 마이웨이로 내달렸던 지방선거 전 '정청래 합당 카드'는 결국 무산됐고, 정 대표의 리더십에 적지않은 타격을 입게 되었다.
정청래 "지방선거 전 합당 논의 중단...통합보다 화합이 더 시급, 혼란 사과드린다"
정청래 대표는 10일 저녁 민주당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뒤 브리핑에서 "통합보다 화합이 더 시급하다"면서 "오늘 민주당 긴급 최고위와 함께 지방선거 전 합당 논의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정 대표는 "당 대표로서 혁신당과 통합을 제안한 것은 오직 지방선거 승리와 이재명 정부의 성공을 위한 충정이었다"면서 "그러나 통합 제안이 당 안팎에서 많은 우려와 걱정을 가져왔고, 통합을 통한 상승 작용 또한 어려움에 처한 것이 사실"이라고 중단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여러 자리에서 국회의원들의 말씀을 경청했고 민주당 지지층 여론조사 지표도 꼼꼼히 살피는 과정에서 더 이상 혼란을 막아야 한다는 당 안팎의 여론을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고 '합당에 대한 당내 반발'로 중단 결정을 했음을 밝혔다.
그러면서 "전 당원 투표를 실시하지 못한 아쉬움은 매우 클 수밖에 없다"고 말하면서도 "통합 논란보다 화합이 더 시급하다고 생각했다. 그동안 통합 과정에서 있었던 모든 일들은 저의 부족함 때문이며, 국민 여러분과 민주당 당원들, 혁신당 당원들게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혁신당과 통합과 관련해서는 "연대와 통합을 위한 추진준비위원회 구성을 결정하고, 혁신당에도 준비위 구성을 제안한다"며 "지방선거 후 통합추진준비위를 중심으로 통합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與의총 "합당, 현 상황서 어려워"
앞서, 이날 오전 민주당은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열고 정 대표가 지난달 22일 혁신당에 제안한 '지방선거 전 합당'에 대해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의총 후 브리핑에서 "의원들은 대체로 통합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했으나, 현 상황에서의 합당 추진은 명분은 있더라도 추진이 어렵다고 의견을 모았다"고 설명했다.
박 수석대변인은 "혁신당과의 합당 제안이 '지방선거 압승을 통한 국정 성공'이라는 진정성에서 비롯됐다 해도 추진 과정에서의 갈등으로 귀결되고 있다는 상황 인식을 공유했다"고 말했다.
이날 의총에서 혁신당과의 합당 자체에 대한 반대 보다는 시점과 통합 방식을 놓고 여러 의견이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박 수석대변인은 "주로 합당 시기와 관련해 지방선거 이후 합당을 논의해야 한다는 의견, 선거연대나 선거연합 형태를 고려하는 게 좋겠다는 의견이 여러 형태로 제시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두분 정도는 선거 후 합당에 대해서도 약간 우려의 지점이 있다고 의견을 냈지만 대체로 합당에 대해서는 공감하는 발언이 의총에서 주를 이뤘다"고 덧붙였다.
정청래-더민재 간담회에서도 '합당 중단' 촉구
의총보다 앞서 만난 재선의원 모임 '더민재'에서도 정 대표에게 합당 중단을 촉구했다.
더민재 운영위원장인 강준현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정청래 대표·더민재 간담회 후 기자들과 만나 "의원들의 생각은 더이상 갈등이 증폭되는 것은 중단했으면 좋겠고, 지금 합당 논의를 당장 중단하고 국정과제와 현안에 집중했으면 좋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강 의원은 "과정 관리 (문제)가 나왔는데 최고위원들의 발언들로 갈등이 증폭된 원인도 있다. 그래서 과정 관리를 좀 잘 해야 한다"고 말했다.
친청계 임오경 의원도 "전체적으로 합당에 다 찬성하는 분위기지만 과정과 절차에 대해서 지도부 (내에서) 의견 일치가 안 되는 부분이 있다"며 "개인의 정치를 하는 부분에 있어 문제점을 재선 의원들이 제시했다. 이런 내부갈등이 커지는 것에 있어 당원들 투표를 거치지 않고 의원총회와 최고위원회의를 거쳐 결정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결국 지난달 22일 정 대표가 전격적으로 던졌던 합당 제안은 결과적으로 극심한 내홍과 함께 여권의 균열만 남긴 채 일단락됐다.
'1인1표제·합당 밀약' 정청래 당 대표 연임 포석?
비당권파 견제 작동…다수 의원 공감한 듯
합당이 무산된 것은 당내 비당권파의 반대 논리에 다수 의원들이 공감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비당권파 친명계인 이언주·황명선·강득구 최고위원은 공개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합당에 반기를 들었고, 한준호·박홍근 등의 의원과 초·재선 의원을 중심으로 당내 비판이 쏟아졌다.
집권 여당이 이재명 정부의 국정 운영을 뒷받침해야 하는 상황에서 정 대표가 정치적 문제인 합당으로 이슈몰이하며 중도층 민심과 멀어지고 있다는 게 합당 반대파들의 핵심 주장이었다.
또한, 정 대표가 대표 연임을 위해 합당을 추진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이언주 최고위원은 "당권과 대권을 향한 욕망, 본인들이 간판이 되려는 욕망이 표출된 결과"라며 정 대표를 직격하기도 했다.
게다가 민주당 사무처가 작성한 '합당 절차 및 추진 일정 검토(안)'이라는 '합당 비공개 문건'이 보도되면서 이른바 '정청래-조국 합당밀약설'이 사실로 드러나면서 '반청' 진영은 폭발했다.
2월27일 또는 3월3일 합당, 혁신당 인사의 지명직 최고위원 배분, 열린민주당 흡수합당 방식 등은 '합당 본질'이 정청래 지지층 강화로 '정청래 당대표 연임' 시나리오라는 비난이 쏟아졌다.
사실 지난달 최고위원 보궐선거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 과정부터 당내에서는 정 대표를 향한 견제 목소리가 나왔다.
권리당원 지지세가 강한 정 대표가 1인1표제를 관철해 당 대표 연임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 것이다.
지난 2일~3일 이틀간 진행된 1인1표제 도입을 골자로 한 당헌 개정안이 중앙위원회를 통과하자 정 대표의 연임 도전 가능성은 더욱 커졌다. 그러면서 혁신당 지지층까지 흡수하는 합당을 통해 당내 장악력을 높이려 하자 비당권파가 견제에 나선 것이라는 해석이다.
특검추천 논란·보완수사권 폐지 등 당청 갈등에 지도부 책임론 불거져
李 "현재 같은 입법속도론 국제사회 변화 대처 어려워"
혁신당과의 합당이 사실상 무산되면서 정 대표의 리더십은 상처를 입게 됐다.
당내에선 최근 2차 종합특검 추천과 보완수사권 폐지 등 여러 현안에 대해 당청 갈등이 불거지자 정 대표를 향한 책임론도 제기되고 있다.
앞서 민주당은 2차 종합특검 후보자로 전준철 변호사를 추천했다. 하지만 전 변호사가 과거 '불법 대북 송금 사건'에 연루된 쌍방울 변호를 맡았던 이력이 뒤늦게 알려지며 논란이 일었다. 급기야 이재명 대통령이 '당이 어떻게 이런 사람을 추천하느냐'는 취지로 격노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이에 친명계는 이 대통령에 대한 '배신', '모독'이라며 공세 수위를 끌어올렸고, 수세에 몰린 정 대표는 "대통령께 누를 끼쳐 드린 점에 대해 대단히 죄송하다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몸을 낮췄다.
검찰개혁 과정에서도 당정 불협화음이 불거졌다.
정 대표는 지난 5일 정책 의원총회에서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과 공소청 법안에 대한 당의 입장을 발표하면서 정부가 입법 예고한 법안의 주요 내용들도 모두 뒤집었다.
특히 이 대통령이 제안한 예외적 보완수사권 유지에 대해서도 수용 불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러자 청와대는 불쾌함을 숨기지 않았다.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은 지난 8일 열린 고위 당정협의회에서 검찰개혁 문제를 거론하며 "(당·청 논의) 과정이 서로 갈등으로 보이는 게 아쉽다"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고 전해진다.
한 참석자는 "(강 실장이 한 말은) 검찰의 보완수사권 문제와 관련해 대통령이 한 얘기가 있는데, 당이 무 자르듯이 그냥 안 된다고 한 것과 관련된 부분"이라고 전했다.
민주당 지도부를 향한 질책도 있었다.
김민석 총리는 이 자리에서 "국회의 입법 속도전이 필요하다. 정부의 기본정책을 위한 입법조차 제때 진행되지 못해 안타깝다"며 "당과 정부 모두 긴장하고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뒷받침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회 입법 속도가 늦다는 것은 이 대통령도 공개석상에서 여러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앞서 지난달 27일 국무회의에서 "지금 국회가 너무 느려서 일을 할 수가 없는 상태"라며 아쉬움을 드러낸 바 있다.
10일에도 이 대통령은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웬만하면 국회에 이런 얘기 안 드리려고 했는데 말씀을 드려야 할 것 같다"며 "현재와 같은 입법 속도로는 국제사회의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가 매우 어렵다"고 질타했다.
여기에다 지방선거 및 의원 재보선에서 전략공천 문제를 담당하는 전략공천관리위원장에 친문(문재인)계인 황희 의원이 선임되고 민주연구원 부원장에 친이낙연계 인사가 추천된 것을 두고도 청와대 내에서 불편한 기류가 흐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재명 발목잡기' 정청래 불신...'李 공소취소' 모임에 의원 70여명 참여…'반청' 결집?
'밀약 합당 파동' '종합특검 추천 문제' 등 정청래 대표의 마이웨이 행보에 '친명 반청' 진영은 매우 심각한 위기감을 갖고 있다. 정 대표에 대한 불신이 깊어지고 있다.
친명계는 이제 겨우 8개월째인 이재명 정부 집권 초반에 집권여당 민주당이 '이재명 정부 성공을 위한 원팀'으로서 제역할을 하기보다, 정 대표가 오히려 '이 대통령 발목잡기'를 하면서 차기 당권, 차기 대권에만 골몰하고 있다는 불만이 폭발되고 있다. 정청래 대표와 친청계의 '이재명 정부와 따로 가기' 흐름이 지나치다는 판단이 강해지고 있다.
이에 당내 '반청' 세력화가 본격화되는 모습이 감지된다. 이 대통령 사건의 공소취소와 국정조사를 추진하기 위한 더민주당 의원 모임에 70명 넘는 인원이 참여하는 것으로 10일 확인됐다.
대통령 정무특보인 조정식 의원을 비롯해 원내대표를 지낸 박홍근·박찬대 의원 등이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정청래 대표가 제안한 조국혁신당과의 합당에 강하게 반발하는 친명 핵심인 이언주·강득구·황명선 최고위원과 한준호 의원 등도 참여한다.
상임대표는 박성준 의원이, 공동대표는 김승원·윤건영 의원이 각각 맡는다. 모임을 제안한 친명 이건태 의원은 간사로 실무를 총괄할 예정이다.
당 일각에서는 합당 반대 최고위원들과 친명계 의원 다수가 한자리에 모인 것을 두고 사실상 반청(반정청래) 결집으로 해석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모임측은 반청 모임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의원모임 측은 "일부 언론에서 '사실상 반청 모임'이라고 보도했으나 이는 사실과 다르다"며 해당 보도에 유감을 표명했다.
이들은 "의원모임 구성과정에서 더불어민주당 전체 의원을 대상으로 친전과 문자 메시지를 통해 공개적으로 참여 신청을 받았다"며 "본 모임의 목적은 이재명 대통령 사건과 관련한 정치검찰의 조작기소 의혹에 대해 국정조사를 추진하고, 공소취소의 타당성을 검토하고 이를 추진하는 데 있다"고 강조했다.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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