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빗썸, 비트코인 62조 오지급..."지분 규제보다 시스템·감독 매뉴얼 강화가 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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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빗썸, 비트코인 62조 오지급..."지분 규제보다 시스템·감독 매뉴얼 강화가 우선"

폴리뉴스 2026-02-10 17:26:02 신고

빗썸이 비트코인 오지급에 따른 피해 보상을 순차적으로 시작한다고 밝혔다. 사진은 9일 서울 강남구 빗썸 투자보호센터 모습. 사진=연합뉴스  
빗썸이 비트코인 오지급에 따른 피해 보상을 순차적으로 시작한다고 밝혔다. 사진은 9일 서울 강남구 빗썸 투자보호센터 모습. 사진=연합뉴스  

비트코인 62만 개, 약 62조원이 '없는 자산' 상태로 장부에 찍혔다.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빗썸에서 발생한 초유의 오지급 사고는 단순 전산 실수를 넘어 거래소 내부통제와 지배구조, 감독 체계 전반을 다시 묻는 사건으로 확산되고 있다.

사고 발생 나흘 만에 금융감독원은 현장 점검을 검사로 전환했고, 국회 정무위원회는 긴급 현안 질의를 열어 경영진과 대주주 책임까지 정조준했다.

가상자산 2단계 입법을 앞둔 시점에서 이번 사태가 거래소 대주주 지분 제한 논의로까지 확산되는 가운데,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사고의 본질을 지배구조 문제로 단정하기보다는 내부 승인 체계와 감독 매뉴얼의 실효성을 먼저 점검해야 한다는 신중론도 나온다. 과도한 제도 처방보다는 사고의 경중과 구조적 원인을 구분한 '비례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 빗썸 오지급 사태, 장부 정합성 관리 허점...내부통제 논의 확산

지난 6일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빗썸에서 이벤트 보상 입력 오류로 약 62만 개의 비트코인(BTC)이 이용자 계정에 잘못 지급됐다. 1인당 2000원~5만원 상당 보상이 예정돼 있었지만 입력 값이 틀어지며 당시 시세 기준 약 62조원 규모가 장부상 반영됐다. 실제 보유량이 약 4만2000여 개에 불과한 상황에서 실물 자산을 크게 초과한 수량이 찍히며 '유령 코인' 논란이 불거졌고, 일부 이용자 매도로 빗썸 내 비트코인 가격이 일시 급락하는 등 시장 혼란도 발생했다.

빗썸은 7일 "오지급 물량의 99.7%를 회수했다"고 밝혔지만 전산 장부와 실제 지갑 잔액 간 정합성 관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점이 드러나며 내부통제 부실 논란이 커졌다. 중앙화 거래소는 블록체인 이동 없이 장부상 잔고만 변경하는 구조인 만큼 장부 수량과 실물 자산을 상시 대조하는 통제 장치가 핵심인데, 빗썸은 하루 1차례 사후 점검에 의존해왔던 것으로 파악됐다. 실무자 1명의 입력으로 대규모 지급이 가능했고 다중 승인이나 사전 차단 장치도 작동하지 않았다.

금융당국은 이러한 장부거래 구조와 승인 체계 부재가 사고를 키운 핵심 요인으로 보고 있다. 일부 거래소가 분 단위 정합성 점검과 다중 승인 절차를 운영하는 것과 비교하면 내부통제 수준 격차가 뚜렷하다는 지적이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9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2026년 업무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9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2026년 업무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정무위 긴급 질의...지배구조·감독 책임 본격 점검

사고 발생 이후 정치권과 감독당국의 대응도 빠르게 격상됐다. 국회 정무위원회는 11일 오전 10시 국회에서 전체회의를 열고 빗썸과 금융당국을 상대로 긴급 현안 질의를 진행하기로 했다. 

여야는 이번 회의에서 이재원 빗썸 대표 등 현 경영진은 물론, 최대 주주 측 책임을 묻기 위해 이정훈 빗썸홀딩스 창업주의 출석도 요구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정무위는 단순 사고 경위를 넘어 빗썸의 지배구조와 의사결정 체계가 내부통제 실패로 이어졌는지, 감독당국의 사전 관리·감독이 적절했는지를 집중적으로 따질 계획이다.

금융당국의 대응도 수위를 높였다. 금융감독원은 사고 다음 날인 7일부터 현장 점검에 착수한 뒤 10일 이를 정식 검사로 전환했다. 현장 점검 개시 사흘 만에 검사로 격상된 것은 이례적이다. 검사 대상에는 장부 수량과 실제 보유 자산의 정합성 관리, 내부 승인 절차, 전산 시스템 설계 전반이 포함됐다.

이찬진 금감원장은 전날 기자 간담회에서 이번 사안을 "거래소 시스템의 구조적 문제"라고 규정하며 업계 전반으로 점검을 확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 2단계 입법 분수령 '대주주 지분 제한'...사고가 규제 명분으로 작용할까

이번 사태는 가상자산 시장 규율을 담을 2단계 입법(디지털자산기본법) 논의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거래소 대주주 지분율을 자본시장 대체거래소 수준인 15~20%로 제한하고,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전산 사고 발생 시 가상자산사업자에게 무과실 책임을 부과하는 방안도 논의 테이블에 올라 있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빗썸 사태를 계기로 지배구조를 분산하지 않으면 시스템 리스크를 막기 어렵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실제로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는 이번 사고를 장부 거래와 내부 통제 취약성이 드러난 사례로 규정하며 2단계 입법 논의에 속도를 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 전문가 "빗썸 사태, 대주주 지분과 무관...감독 매뉴얼과 내부통제 강화가 우선"

반면 업계는 내부통제 강화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지분 규제와 사고의 인과관계는 별도로 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지분 구조와 무관하게 금융권 전반에서 내부통제 사고가 반복되고 있는 만큼 성급한 규제 강화는 혁신과 경쟁력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가상자산 전문가인 강형구 한양대 교수는 이번 사태와 거래소 대주주 지분 제한 논의를 분리해 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강 교수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이번 사고는 실무자의 입력과 내부 승인·통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문제로 대주주 지분율과는 논리적으로 관계가 없다"며 "지분이 높을수록 자기 자본 손실로 이어지는 만큼 오히려 내부 통제에 더 민감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사고의 본질을 '승인 구조가 없는 시스템'에서 찾았다. 그는 "1인당 2000원 수준의 소액 지급과 수백억·수천억 원 규모 지급이 동일한 버튼으로 처리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문제"라며 "회사에 미치는 위험도에 따라 승인 권한이 단계적으로 올라가고, 일정 규모 이상은 시스템상으로 아예 실행되지 않도록 막는 장치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 교수는 과거 국내 한 대형 증권사에서 유사한 오지급 사고가 발생했던 전례를 언급하며 "이미 금융시장에서는 비슷한 사례를 통해 내부 승인 체계와 시스템 통제의 중요성이 확인된 바 있다"며 "그럼에도 동일한 유형의 사고가 반복됐다는 점은 개별 회사뿐 아니라 감독 체계 전반의 점검 필요성을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이번 사태를 '유령 코인' 논란으로 확대 해석하는 데 대해서는 "증표를 거래하는 구조에서는 무차입 공매도와 유사한 현상이 나타날 수 있지만 이번 사례는 특정 거래소 내부에서 짧게 발생한 플래시 크래시에 가까워 시장 전체 리스크로 보긴 어렵다"고 평가했다. 입법 방향과 관련해서도 "세부 승인 금액이나 직급별 권한을 법에 담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다"며 "원칙 중심의 법과 감독 당국의 매뉴얼·검사 기준을 통해 내부통제 실효성을 점검하는 방식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폴리뉴스 권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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