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어디에도 없는 단독·과잉 규제···효과 없고 비용만 초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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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어디에도 없는 단독·과잉 규제···효과 없고 비용만 초래"

이데일리 2026-02-10 15:43:32 신고

[이데일리 강민구 이소현 기자] 금융당국이 추진하는 디지털자산 거래소 대주주 지분 상한 규제(15~20%)를 두고, 인위적 소유 제한보다 자산·리스크의 투명한 공개를 강화하고 시장 메커니즘을 통해 자율적 개선을 유도해야 한다는 전문가 제언이 나왔다. 규제경제학 관점에서도 지분 상한의 효과는 불확실한 반면, 의사결정 지연과 투자 유인 약화 등 비용은 구조적으로 발생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최근 빗썸의 대규모 비트코인 오지급 사고와 지분 규제는 성격이 다른 사안인 만큼, 개별 사고를 소유구조 규제의 근거로 연결하는 ‘원인·결과 혼동’에 기반한 과잉 규제를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도 뒤따랐다.

이 같은 문제의식은 10일 이데일리가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주최한 ‘디지털자산거래소 소유규제에 대한 긴급 토론회’에서 집중적으로 제기됐다. 토론회는 지분 제한 규제가 입법에 반영될 경우 예상되는 시장 영향과 주요 쟁점, 대안적 규율 방안을 점검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데일리 이영훈 기자]10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디지털자산거래소 소유규제에 대한 긴급 토론회’가 열렸다.


지분 규제 겨냥한 ‘위험-수단’ 분석…“핵심 변수는 소유가 아니라 행위”

김종승 엑스크립톤 대표는 10일 ‘디지털자산거래소 소유규제에 대한 긴급 토론회’에서 위험-수단 매핑을 통한 규제 정합성 분석 결과를 발표하며 “거래소의 핵심 위험을 통제하는 변수는 ‘구조’가 아니라 ‘행위’에 있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거래소의 5대 핵심 위험으로 고객자산, 이해상충, 운영·보안, 자금세탁방지(AML)·준법, 경쟁을 제시한 뒤, 이들 위험의 기대손실을 좌우하는 직접 변수는 소유집중도가 아니라 접근권 통제, 피해의 내부화, 제재의 확실성, 사고 확률, 위기 대응 지연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지분 상한이 이 같은 직접 변수에 미치는 한계효과는 미미하거나 불확실하다”며 “일부 경로에서는 책임 소재를 희석해 오히려 위험을 증폭시키는 역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분석에서는 비용과 편익의 비대칭성도 두드러졌다. 지분 상한을 통해 위험이 줄어든다는 효과는 가설적이지만,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은 확정적이라는 것이다. 김 대표는 소유분산 강제가 위기 대응 과정에서 의사결정 지연을 초래하고, 장기 보안투자 유인을 약화시키며, 대리인 비용 전환과 자본비용 상승을 구조적으로 수반할 수 있다고 짚었다.

그는 “효과는 불확실한데 비용은 확실한, 전형적인 규제 실패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며 “정책 목표가 위험 통제라면 소유구조보다 행위 규율과 집행력 강화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이데일리 이영훈 기자]조재우 한성대 사회과학부 교수(왼쪽부터), 김종승 엑스크립톤 대표, 박혜진 서강대 AI·SW대학원 교수, 한서희 광장 변호사, 유정희 벤처기업협회 혁신정책본부장, 김효봉 태평양 변호사, 황석진 동국대 국제정보보호대학원 교수가 10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디지털자산 거래소 소유규제에 대한 긴급 토론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거래소를 금융 인프라로 볼 수 있나”…지분 규제, 글로벌 흐름과 엇박자 지적

디지털자산 거래소 대주주 지분 상한 규제를 두고 “디지털자산이 금융상품이 아니라면, 거래소에만 금융시장 인프라 수준의 규제를 덧씌우는 것은 동일 기능·동일 위험·동일 규제 원칙에 비춰 타당성이 약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해외 규제 흐름과도 거리가 멀어 우리나라만 ‘소유구조 제한’이라는 강한 처방을 추진하는 것 아니냐는 문제제기다.

한서희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는 10일 ‘디지털자산거래소 소유규제에 대한 긴급 토론회’에서 “금융회사 규제와 금융 거래 인프라 규제는 명확히 다르다는 전제를 놓고, 가상자산 거래소가 자본시장에서 말하는 거래 인프라와 동일한지를 먼저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해외 사례를 근거로 규제 방향이 맞지 않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한 변호사는 국제증권감독기구(IOSCO)가 2023년 11월 발간한 보고서에서 디지털자산 거래소를 금융시장 인프라로 보기는 어렵다는 취지의 결론을 제시한 점을 언급하며 “IOSCO는 가상자산 거래소가 기능적으로 브로커·딜러에 가깝고, 동일 기능·동일 위험·동일 규제 원칙에 따라 금융시장 인프라 규제를 적용할 대상이 아니라고 봤다”고 설명했다.

각국이 취하는 규율 방식도 ‘소유구조 제한’보다는 ‘행위 규율’ 중심이라는 점이 강조됐다. 일본은 가상자산 거래소 기능과 금융시장의 인프라 기능이 다르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고, 싱가포르는 지분 20% 이상 취득 시 사전 승인을 받도록 하는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두고 있을 뿐 소유 구조 자체를 제한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한 변호사는 “우리나라에서 논의되는 지분 제한 규제는 해외 흐름을 훨씬 뛰어넘는다”며 “소유 구조를 강제로 제한하는 논의는 전 세계 어디에서도 보편적으로 이뤄지지 않는데, 한국만 단독으로 가는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규제가 현실화될 경우 창업과 혁신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박혜진 서강대 AI·SW대학원 교수는 해외 혁신 기업들이 창업자의 비전과 장기 투자 전략을 유지하기 위해 소유권을 집중시키거나 차등의결권을 부여하는 흐름을 거론하며 “미국 코인베이스는 상장을 통해 창업자 지분이 자연스럽게 희석되고 기관 투자자 중심의 거버넌스를 구축했다”며 “강제 매각이 아니라 상장을 통해 투명한 관리·감독 체계로 들어오게 하는 것이 글로벌 표준”이라고 말했다.

최근 빗썸의 비트코인 오지급 사고를 지분 규제의 근거로 연결하는 데 대해서도 선을 그었다. 박 교수는 “빗썸 사태에서 신속한 보상과 수습이 가능했던 배경에는 대주주 중심 지배구조가 가진 ‘신속한 의사결정’이라는 장점이 작동했을 수 있다”며 “사고가 났을 때 소유권을 뺏는 방식보다 준비자산 공개, 이사회 강화, 내부통제 고도화 등 행위 기반의 핀셋 규제가 더 실효적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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