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신차보다 중고차를 구매하는 청년들이 늘고 있다. 과거 무리하게 고가의 신차를 구매해 이른바 '카푸어'가 되기보단 자신의 경제 여건에 맞는 합리적 소비가 확대되고 있다는 것이다. 차량 가격뿐 아니라 보험료와 정비비 등 유지비 부담까지 커지면서 소비 패턴이 변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서울시에 따르면 2023년 신차를 등록한 20대 남성은 5만2866명이었지만 지난해에는 4만5957명으로 약 15% 감소했다. 같은 기간 30대 남성의 신차 등록자는 31만6548명에서 29만8695명으로 약 5% 줄어드는 데 그쳤다. 감소 폭만 놓고 보면 20대가 30대의 약 세 배에 달한다.
여성 소비자 역시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2023년 신차를 등록한 20대 여성은 2만7324명이었지만 지난해에는 19% 감소한 2만2918명에 그쳤다. 반면 30대 여성의 신차 등록자는 같은 기간 12만6488명에서 12만4440명으로 약 1% 감소하는 데 그쳤다. 감소율로만 보면 20대 여성의 하락 폭이 30대의 약 19배에 달한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의 배경으로 신차 가격 상승과 소득 증가 속도 간의 괴리를 지목한다. 신차 가격 상승 속도를 사회초년생의 초봉이 따라가지 못하면서 20대 사이에서 중고차 선호 현상이 더욱 뚜렷해졌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채용 사이트 링커리어가 공개한 '2025 대졸 초봉'에 따르면 4년제 대졸자 기준 초봉 평균은 약 3200만~3400만원 수준으로 나타났다. 중소기업의 경우 초봉이 3000만원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신차 가격은 꾸준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2024년 국내 신차 평균 가격은 전년 대비 2.3% 상승한 5050만원을 기록했다. 특히 소비자 선호도가 높은 SUV와 하이브리드 모델을 중심으로 가격 인상이 가팔라지면서 사회초년생이 신차 구매에 나서기에는 진입 장벽이 지나치게 높아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구로구에 거주하는 직장인 박가현 씨(29·여)는 "첫 차로 신차를 사는 게 로망이긴 했지만 차량 가격에 할부 이자와 보험료까지 계산해 보니 부담이 너무 컸다"며 "중고차를 알아보니 옵션이 거의 동일한 차를 훨씬 저렴하게 살 수 있어 결국 중고차를 선택해서 타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직장인 양세진 씨(29·남) 역시 "주변에 신차를 샀다가 유지비 때문에 후회하는 친구들을 많이 봤다"며 "아직 총각인 만큼 비싼 차는 필요 없다고 생각해서 상태 좋은 중고차를 사고 남은 돈으로 저축하고 여행에 쓰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어 "지금 만나는 여자친구와 결혼 얘기를 하고 있는 상황인데 그 친구와 결혼을 하게 되면 신차 구매를 고려해볼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신차 구매를 미루거나 대체 수단으로 중고차를 선택하는 20대가 늘면서 중고차 시장에서는 젊은 층의 존재감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 시장조사전문기업 엠브레인 딥데이터 분석에 따르면 최근 1년(2025년 12월 기준) 사이 중고차 거래 플랫폼 애플리케이션 설치자 수는 전 연령대에서 증가한 가운데, 20대의 증가세가 특히 두드러졌다. 20대 설치자 수는 전년 동기 대비 29% 급증하며 30~50대 등 기존 핵심 이용층의 증가 폭을 크게 웃돌았다.
중고차 구매 유형에서도 변화가 감지된다. 지난 6일 당근의 중고차 서비스 '당근중고차'가 공개한 지난달 거래 데이터에 따르면, 경차 평균 거래 가격은 약 476만원으로 전년 동기(387만원) 대비 23% 상승했다. 고물가와 경기 둔화 속에서 유지비가 저렴하고 각종 세제 혜택을 누릴 수 있는 경차의 경제적 이점이 20대를 포함한 이용자들 사이에서 매력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른 특징은 20대 소비자들이 단순히 '저렴한 차'를 찾기보다 주행거리와 관리 이력, 연비, 잔존가치까지 꼼꼼히 따지는 경향이 강해졌다는 점이다. 짧은 기간 이용 후 재판매를 염두에 두거나 사회적 인식보다 실질적인 효용을 중시하는 소비 패턴이 확산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 역시 이러한 흐름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신차 가격 인하 가능성이 크지 않은 데다 중고차 시장의 투명성과 거래 편의성이 지속적으로 개선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홍주 소비자학과 교수는 "20대의 자동차 소비는 더 이상 '첫 차는 신차'라는 공식에 얽매이지 않는다"며 "자신의 경제 사정과 라이프스타일에 맞춰 합리적인 선택을 하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으며 이러한 소비 인식 변화는 중고차 시장 확대를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Copyright ⓒ 르데스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