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협, '배임죄 개선' 세미나…"형사·민사 책임 명확 재설정을"
(서울=연합뉴스) 임성호 기자 = 현행 배임죄가 모호한 구성 요건과 주요국에 비해 지나치게 무거운 처벌 규정 등으로 정상적인 경영 활동을 방해하고 있어 합리적인 개선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FKI)가 10일 서울 여의도 FKI타워 콘퍼런스센터에서 연 '배임죄 문제점과 개선방안' 세미나 주제 발표를 맡은 안태준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배임죄가 어떤 행위를 범죄로 규정하는지 규정이 모호해 형법상 죄형법정주의에 따른 명확성의 원칙과 예측 가능성을 저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안 교수는 "신의성실의 원칙 의무 위반이 곧 범죄가 될 여지가 있는 구조이기에 배임죄의 성립 범위를 예측하기 어렵다"며 "경영자들이 자신의 행위가 형법상 금지된 행위인지 사전에 알기 어려운 것도 이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안 교수는 또 배임죄가 실제 손해가 아닌 '손해 발생의 위험'을 끼친 점도 처벌할 수 있도록 해 실패할 가능성이 있는 경영 판단까지도 범죄로 몰아갈 소지가 있다고 짚었다.
결국 민간 영역의 계약 위반 등도 쉽게 처벌할 수 있게 된 '민사의 형사화'를 초래해 기업인들의 적극적인 경영 의지를 약화할 우려가 있다는 설명이다.
이런 규정은 배임죄 미수범을 처벌하지 않는 독일이나 배임죄 규정 자체가 없는 미국·영국 등 주요국에 비교해 지나치게 엄격하다는 것이 안 교수의 지적이다.
그는 배임죄가 경영에 미치는 부작용 최소화를 위해 경영진이 충분한 정보를 근거로 주의 의무를 다해 경영상 결정을 내린 경우 처벌하지 않는 '경영 판단 원칙'을 신설하거나 배임죄를 폐지하고 처벌이 필요한 유형만 따로 구체화해 입법하는 방안 등을 제시했다.
이어진 토론에서 홍영기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부원장은 "모호성을 이유로 법 자체를 폐지하기보다는, 구체적인 실무 규정을 마련해 개별 사안마다 이를 엄격히 적용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경영 판단 원칙을 배임죄의 위법성 조각 사유로 두면 기업경영 행위에 대한 가벌성(처벌 가능성)을 지금보다 크게 제한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류혁선 한국과학기술원(KAIST) 경영공학부 교수도 독일·일본의 배임죄는 '형법의 보충성 원칙'을 둬 형벌권이 민사적 통제 장치를 보완하는 최후의 수단으로 기능한다면서 한국의 배임죄도 형사와 민사 책임의 경계를 보다 명확히 재설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창범 한경협 상근부회장은 "지금은 인공지능(AI) 배터리, 바이오, 미래 모빌리티 등 미래 먹거리 선점을 위해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시점이나, 배임죄로 인해 기업인들이 모험적 결단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기업의 경영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혁신의 원천인 기업가정신을 높이기 위해 배임죄 제도의 합리적인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권칠승 더불어민주당 경제형벌·민사책임 합리화 TF 단장은 "경제계가 가장 강하게 요구하는 것이 경영 판단원칙의 명확화라는 점을 잘 알고 있으며 이 부분은 여야, 당정 간 사실상 이견이 없다"고 말했다.
s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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