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이 질병이나 장애 없이 건강한 상태로 생활할 수 있는 기간을 의미하는 ‘건강수명’이 2022년 기준 69.89세로 집계됐다. 2013년 이후 약 9년 만에 다시 70세 아래로 떨어진 것이다.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이 국민건강보험공단과 질병관리청의 자료를 분석해 발간한 ‘2022년 건강수명 통계집’에 따르면, 한국인의 건강수명은 2020년 70.93세에서 2021년 70.10세, 2022년 69.89세로 2년 연속 감소세를 보였다.
기대수명은 83.6세… ‘아픈 기간’이 길어지고 있다
기대수명은 출생 시점을 기준으로 앞으로 평균적으로 생존할 것으로 예상되는 기간을 의미한다. 통계청이 가장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인의 기대수명은 2022년 기준 83.6세(남성 80.6세, 여성 86.6세)로 집계됐다.
기대수명은 전반적인 의료 수준과 생존율의 향상을 반영하는 지표로, 지난 수십 년간 꾸준히 증가해 왔다. 그러나 기대수명 증가가 곧 건강한 삶의 연장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점에서 건강수명과의 차이가 주목된다.
건강수명이란… ‘질병·장애로 건강이 손실된 기간’을 제외한 삶
건강수명은 기대수명에서 ‘건강 손실 기간’을 제외한 수치다. 건강 손실 기간이란 ▶고혈압·당뇨병·심혈관질환·암 등 만성 질환으로 치료를 받는 기간 ▶관절질환, 신경계 질환, 정신질환 등으로 일상 기능이 제한된 기간 ▶사고나 질병으로 인한 장애 상태로 생활하는 기간 등을 의미한다.
단순히 생존해 있는 기간이 아니라, 의료 이용 기록과 장애·질병 유병 데이터를 토대로 ‘완전히 건강하지 않은 상태로 살아가는 시간’을 통계적으로 추정해 제외한 뒤 산출한 지표다. 건강보험 청구 자료와 질병 치료 기간, 장애 유병률 등이 주요 산출 근거로 활용된다.
성별·지역·소득에 따라 격차 뚜렷
2022년 기준 건강수명은 남성 67.94세, 여성 71.69세다. 여성의 건강수명이 약 3.8년 더 길었다. 지역별로는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서울·경기·세종·제주 등 4곳을 제외한 13개 지역의 건강수명이 70세에 미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득 수준에 따른 차이도 확인됐다. 소득 상위 20%의 건강수명은 72.7세, 하위 20%는 64.3세로, 두 집단 간 격차는 8.4년에 달했다. 이 격차는 2012년 6.7년에서 점차 확대된 뒤, 최근 다시 유사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만성질환·생활습관 지표 악화
통계집에 포함된 건강 위험 요인 지표에서는 일부 생활습관 지표의 악화가 확인됐다. 2022년 기준 아침 식사 실천율은 46.8%로, 3년 전(51.4%)보다 낮아졌다. 비만율 역시 이전 조사 대비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건강수명 감소는 한국만의 현상은 아니다. 미국에서도 2021년 기준 건강수명이 64.4세로, 약 30년 전보다 감소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된 바 있다. 해외 언론은 만성질환 증가와 함께, 과거에는 치명적이었던 질환이 치료 기술 발달로 ‘만성 질환화’되면서 아픈 상태로 생존하는 기간이 길어진 점을 주요 배경으로 전했다.
정부 목표치와의 격차
현재 정부가 국민건강증진종합계획을 통해 제시한 2030년 건강수명 목표치는 73.3세다. 그러나 2022년 기준 실제 건강수명은 이 목표보다 3년 이상 낮은 수준으로 집계됐다. 이번 통계는 기대수명이 증가하는 상황에서도, 질병과 장애로 인해 건강하지 않은 상태로 살아가는 기간이 함께 늘어나고 있음을 수치로 보여주는 자료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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