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트리뷴=이서호 기자] 현대자동차가 '수입차의 무덤'이라 불리는 일본 시장에서 소형 전기차 '캐스퍼 일렉트릭(수출명 인스터)'를 앞세워 유의미한 성적표를 거뒀다.
일본 특유의 좁은 도로 환경과 실용주의 문화를 겨냥한 소형차 전략이 적중하며 현지 소비자들의 일상 속으로 빠르게 파고드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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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이후 최대 실적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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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일본자동차수입조합에 따르면 현대차는 지난 1월 일본 시장에서 전년 동기 대비 173.2% 급증한 판매 실적을 기록했다. 총 71대 판매했으며 인스터는 전체 판매량의 절반가량을 차지했다.
현대차는 인스터를 통해 지난달 일본 내 수입 소형차 카테고리에서 1위를 차지했다. 아바스와 피아트 등 쟁쟁한 유럽 소형차 브랜드들을 제친 결과다.
현대차는 2022년 일본 재진출 이후 3년 만인 지난해 연간 판매량 1,000대를 돌파하며 2007년 이후 최대 판매 기록을 세웠다.
인스터의 폭발적인 반응에 힘입어 올해 일본 내 인스터 공급 목표를 기존 780대에서 1,000대로 상향 조정했다. 일본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 유럽향 수출 물량 일부를 전환 배정할 정도로 일본 시장 공략에 사활을 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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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터가 성공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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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흥행 뒤에는 현대차의 정교한 현지화 마케팅이 있었다. 현대차는 온라인 중심 판매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일본 최대 편의점 브랜드 훼미리마트와 손을 잡았다.
관동 지방 10개 매장 주차장에 인스터를 배치해 고객들이 쇼핑 중 자연스럽게 차량을 시승할 수 있도록 유도했다. 편의점이 일상적인 생활 공간인 일본 문화의 특성을 정확히 파고든 전략이다.
또한 일본의 상징적인 장난감 문화인 ‘캡슐 토이’와 인스터를 연결한 콘셉트도 큰 호응을 얻었다.
작은 캡슐 안에서 무엇이 나올지 기대되는 즐거움을 작은 차체에 예상 밖의 공간감과 기능을 담은 인스터에 비유하며 일본 소비자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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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인정받은 상품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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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터의 선전은 단순히 마케팅의 결과만은 아니다. 인스터는 2025 월드카 어워즈에서 포르쉐 마칸 일렉트릭을 제치고 ‘세계 올해의 전기차’로 선정되며 상품성을 증명했다.
현대차는 아사히, 요미우리 등 현지 주요 매체를 통해 이 소식을 대대적으로 광고하며 차량의 신뢰도를 높였다.
일본 시장에 최적화된 설계도 강점이다. 좁은 골목 주행에 유리한 전폭(1,610mm)을 유지하면서도 1회 충전 시 최대 477km(일본 WLTC 기준)를 주행할 수 있는 성능을 갖췄다.
여기에 외부 전력 공급 시스템인 V2L과 전 좌석 풀 플랫 시트 등 일본 소비자가 선호하는 실용적 옵션을 모두 담았다. 특히 V2L은 지진이나 태풍이 잦은 일본에서 비상 전력원으로 활용할 수 있어 유용하다.
한편, 현대차는 2009년 일본 시장에서 철수한 뒤 2022년 전기차 판매로 재진출했다. 올해는 수소전기차 넥쏘 신형 모델을 상반기에 출시해 라인업을 강화할 계획이다.
이서호 기자 lsh@autotribun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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