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GLP-1, 단순 체중감량뿐 아니라 합병증 개선 효과도"
최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김경민 용인세브란스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GLP-1 의약품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김 교수는 GLP-1 의약품의 장점을 절감하는 의료인 중 한 명으로 손꼽힌다. 김 교수는 인터뷰를 위해 만난 당일 오전에만 60명의 환자를 진료했다. 이 중 20명의 당뇨 및 순수 비만 환자에게 위고비를 처방했다고 김 교수는 밝혔다.
비만은 특정 기관 하나만을 나빠지게 하는 것이 아니라 △혈당 △심장 △혈관 △콩팥 △간 등 우리 몸 전신을 악화시킨다. 바로 비만이 만병의 근원이라고 불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지방이 증가하면 염증성 사이토카인이라는 나쁜 염증 물질이 생기고 면역력이 억제된다. 이는 코로나19 때 비만 환자들의 사망률과 감염 취약성이 높았던 것에서도 잘 드러난다.
이러한 비만에 대응하기 위해 피하주사(SC) 제형 비만치료제가 국내에 처음 모습을 드러낸지도 어느덧 8년이 지났다. 지난 2018년 3월 국내에 도입된 1일 1회 SC제형 비만치료제 '삭센다'(성분명 리라글루티드) 가장 먼저 포문을 열었다. 뒤를 이어 주 1회 SC제향 '위고비'(성분명 세마글루티드)가 2024년 10월 출시됐다.
비만치료제 시장은 특히 세마글루티드의 등장으로 개화됐다고 볼 수 있다. 세마글루티드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당뇨치료제 오젬픽으로 2017년 허가를 받았다. 이후 세마글루티드는 비만치료제 위고비로 2021년 허가받았다.
동일 성분의 알약 제형으로는 당뇨 적응증 대상 리벨서스를 2019년 허가받았다. 비만 적응증으로는 지난해 12월 위고비 필을 허가받았다. 아직 국내에 알약 제형 비만치료제 출시 시점은 확정되지 않았다.
이제는 체중조절을 위해 위고비를 투약한다는 이들을 주위에서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그만큼 임상 데이터가 축적됐다. 특히 세계보건기구(WHO)가 지난해 12월 성인 비만 치료에서 GLP-1 계열 치료제 사용을 권고하는 첫 지침을 발표했다. 이 내용이 시사하는 바는 적지 않다.
김 교수는 "비만을 치료한다는 것은 체중만 줄이는 것이 아니라 비만으로 인한 심혈관 질환이나 당뇨병 위험성, 지방간으로 인한 대사적 문제를 억제해야 한다"라며 "위고비와 같은 GLP-1 수용체 작용제(GLP-1 RA)는 단순히 식욕을 억제해 살을 빼는 약이 아니라 비만으로 인해 발생하는 심혈관·대사 질환의 위험을 낮추는 치료제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심장, 혈관, 췌장 등 여러 조직에 분포한 GLP-1 수용체에 직접 작용해 대사 상태를 개선한다"며 "체중이 빠지기 전부터도 빠르게 혈당이 개선된다. 이 같은 점을 WHO도 감안한 것"이라고 말했다.
◇"3개월에 10kg 빼고 약물중단하면 요요 현상 불가피"
노보노디스크의 세마글루티드나 일라이릴리의 GLP-1/위억제펩타이드(GIP) 이중작용제 터제파타이드 등 최근의 GLP-1 계열 치료제의 경우에도 환자에 따라 다르지만 15%에서 많게는 25% 사이의 체중 감량을 보인다. 외과적인 비만 수술이 평균적으로 20~30% 이상의 많은 체중감량을 보이는 것과 대비해서는 다소 낮다.
그는 "외과 수술과 직접적 비교는 어렵다"며 "단순 체중 감량 효과에서만 보면 외과적 수술이 월등하다. 하지만 전신 마취나 수술 후 발생할 수 있는 합병증 등 다양한 위험이 따르는 부분을 무시할 수 없다"며 "GLP-1 계열 치료제 또한 개별적인 반응 차이가 있지만 외과 수술만큼 강력한 감량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경우가 많은 약"이라고 말했다.
GLP-1 약물의 개선 필요점으로 지적되는 근감소증 및 요요 현상에 대해서 김 교수는 "모든 비만 약제의 경우 치료 중단 후 요요 현상은 불가피한 현상"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그는 "환자들에게 GLP-1 치료가 비만으로 인한 다양한 대사적 문제와 심혈관 질환 위험을 개선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하고 가능하면 장기 유지를 권한다"며 "살이 빨리 빠지고 많이 빠진 만큼 요요 현상도 크게 올 수 있다. 그래서 환자들이 '3개월 동안 써서 10% 빼고 끊어야지' 같은 방식으로 접근한다면 크게 의미가 없는 약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까지 위고비 같은 치료제를 언제까지 써야 한다는 정해진 기간은 없다"며 "당뇨병 치료제처럼 평생 쓰는 약도 5년 연구 결과가 있다고 해서 5년만 쓰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환자가 특별한 부작용을 호소하지 않는 한 평생 써도 문제가 없다고 본다"며 "심혈관 질환이 있어 치료하고 있고 환자가 비용을 감당할 수 있다면 장기적으로 사용하라고 권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앞으로 경구제가 출시되면 편의성으로 인해 사용하고자 하는 환자 수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 하지만 주사제의 경우에도 장점은 있다"며 "실제로 사용해 보면 요일을 정해두고 주 1회 스스로 투여한다는 점에서 매일 약을 복용하는 것보다 편리해하는 환자들도 많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GLP-1 계열 치료제가 우울감·자살 충동과 연관성을 보인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그는 "비만 환자 중 신체적 조건, 사회적 환경 등으로 우울감을 느끼는 이들이 있을 수 있다"며 "감정상태가 불안정한 이들이나 식사를 통해 자기보상을 경험하는 이들에게는 식욕억제 정도를 점진적으로 이끌어갈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다만 "일부 연구에서는 GLP-1이 뇌의 보상 회로, 즉 즐거움이나 쾌감과 관련된 경로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보고가 있다. 하지만 GLP-1 약물 자체가 우울감을 강화시키는 것에 대해서 임상적으로 느껴지는 바는 없다"며 "현재까지 GLP-1 치료제와 자살 충동 사이의 명확한 인과관계는 입증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다중 기전 복합제가 모든 해결책 아냐"
최근에는 GLP-1 약물에 글루카곤, GIP, 아밀린 등을 붙인 다중 기전 복합제들을 통해 근손실, 요요현상 등을 줄이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국내 다양한 제약사들이 관련 복합제 연구개발(R&D)을 진행하고 있다.
김 교수는 "글루카곤이나 GIP 같은 이중 작용제들은 GLP-1 수용체 작용제에 붙였을 때 서로 시너지 효과를 내거나 작용을 보완해서 더 좋은 결과를 가져온다고 알려져 있다"며 "다만 복합제들의 작용 원리와 장기 사용 시 체중 감량 이상의 다양한 합병증 예방 효과에 대해서는 충분한 데이터가 나오기를 조금 더 기다려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환자들이 오해하는 부분도 있다. 그는 "복합제를 저용량으로 사용 시 GLP-1 단일 작용제 고용량보다 더 체중이 잘 빠진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는데 과학적인 근거가 없다"며 "환자들의 다양한 임상적 상황에 따라 그 효과는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단일제 사용이 더 효과적인 경우도 있고 복합제 성분이 필요한 경우도 있다"며 "환자의 비만 정도와 동반 합병증을 고려해서 약제의 선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GLP-1 자체는 굉장히 오랫동안 연구돼 왔다"며 "이미 당대사 심혈관, 신장, 지방간, 그리고 최근에는 인지 기능, 치매 영역까지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의료진 입장에서는 이미 충분히 좋은 약이 나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현재로서는 약의 기전적인 측면보다는 편의성 개선에 대한 바람이 있다"며 "예를 들어 한 달에 한 번 나아가 1년에 한 번 투약하는 형태가 나온다면 환자들의 편의성이 크게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또 "아직 우리나라에서 비만 치료제는 급여 적용이 되지 않는다. 향후 당뇨병 치료제로서 급여 적용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지만 순수 비만 환자에게는 부담이 큰 상황"이라며 "중증 비만 환자라면 급여화될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무분별하게 약이 사용되는 것은 주의해야할 대목이다. 김 교수는 "비만하지 않은데도 '살을 더 빼고 싶다'는 환자들도 있다"며 "정말 필요한 환자들 특히 중증도 이상의 고도 비만 환자들에게는 의료적으로 혜택받을 수 있도록 급여가 적용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Copyright ⓒ 이데일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