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의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지난해 12월 25일 쿠팡은 유출된 개인정보가 3000건으로 확인됐다는 자체 조사 결과를 기습 발표했다. 하지만 이후 경찰 조사에서는 유출 규모가 3000만건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나면서 사태 규모를 축소하려 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 6일에는 쿠팡이 기존 유출 정보 외에 16만개가 넘는 계정의 추가 유출 사실을 신고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의혹은 더욱 짙어지고 있다.
현재 쿠팡은 개인정보 유출 외에도 PB(자체브랜드) 상품 검색 순위 조작 의혹, 노동자 과로사와 불법 파견 논란, 내부거래 의혹 등에 대한 수사를 받고 있다.
하지만 미국 정계와 재계를 대상으로 전방위 로비를 통해 한국 정부의 규제를 '미국 기업 차별'로 프레임 전환하는데 주력하고 있다는 것이 현지 언론에도 보도되고 있다.
16만 5천개 계정 더 유출…'3천개' 쿠팡 발표 무색
경찰, '국회 위증' 쿠팡 로저스 대표 소환 조사
쿠팡은 지난 5일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개보위)에 16만 5455개 계정의 정보가 추가로 유출됐음을 확인했다고 신고했다. 유출된 정보는 해당 계정 회원들이 입력한 배송지 정보, 즉 '입력한 이름, 전화번호, 주소'로 알려졌다.
작년 11월 발생한 3370만개의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건과 관련해 추가로 유출된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이에 따라 지난해 12월 '셀프 조사 결과 발표' 논란을 빚은 쿠팡의 설명을 신뢰하기 어렵게 됐다. 쿠팡은 정보 유출자로 특정한 전직 직원이 해당 계정들의 기본적인 고객 정보에 접근하기는 했지만 정보를 저장한 계정은 약 3천개에 불과하다고 발표하며 사태를 축소하려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후 경찰 조사에서는 유출 규모가 3000만건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나면서 증거 인멸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현재 쿠팡은 개인정보 유출 외에도 PB(자체브랜드) 상품 검색 순위 조작 의혹, 노동자 과로사와 불법 파견 논란, 내부거래 의혹 등에 대한 수사를 받고 있다.
지난 6일에는 국회 위증 혐의로 고발된 해롤드 로저스 쿠팡 한국법인 임시 대표가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반부패수사대에 출석해 약 14시간 조사를 받았다.
로저스 대표는 지난해 12월 30∼31일 국회에서 열린 '쿠팡 사태 연석 청문회'에 출석해 허위 증언을 한 혐의(국회증언감정법상 위증)를 받는다.
그는 이 청문회에서 개인정보 유출 사건과 관련한 쿠팡의 '셀프 조사'가 국가정보원 지시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했으나 국정원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이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국정원 요청에 따라 로저스 대표를 포함한 쿠팡 전·현직 임원 7명을 국회증언감정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로저스 대표는 이 밖에도 산재 은폐 의혹으로 증거인멸 및 업무상 과실치사,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등 혐의로도 고발당한 상태다.
쿠팡 정보유출 피해자, 美서 집단소송…징벌적 손해배상 청구
쿠팡의 피해 소비자들이 6일(현지시간) 쿠팡의 미국 모회사를 상대로 미국 법원에서 징벌적 손해배상 청구하는 집단소송을 제기했다.
미 뉴욕 동부연방법원에 따르면 미국 시민권자인 이모 씨와 박모 씨를 대표 원고로 하는 쿠팡 정보유출 피해자들은 이날 쿠팡 모회사인 쿠팡아이엔씨(Inc)와 김범석 이사회 의장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이씨 등은 이날 법원에 제출한 소장에서 쿠팡Inc가 개인정보 보호 의무를 위반한 과실이 있으며, 이는 묵시적 계약 위반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적절한 보안 조치를 하지 않음으로써 부당이득을 올렸으며, 기만적 영업 행위를 금지한 뉴욕주 법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소송을 대리한 로펌 SJKP의 탈 허쉬버그 변호사는 "쿠팡Inc는 미국 상법에 의해 설립됐고 미국 시민은 물론 한국인을 포함해 쿠팡을 사용하는 모든 이에게 의무를 진다"라며 "미국 법정을 이용하는 것이 (쿠팡 측에) 어떤 잘못이 있었는지에 관한 더 나은 정보를 얻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라고 설명했다.
SJKP의 한국 협력사인 법무법인 대륜의 김국일 경영대표는 이날 회견에서 "쿠팡 사태의 본질은 3300만 명이 넘는 회원 정보가 유출됐다는 것이고, 이 문제에 대한 대응이 우선시 돼야 한다"며 "오늘 제기하는 집단소송은 피해 회원들이 가장 원하고, 또 가장 본질적인 소송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쿠팡, 케네디센터에 10만 달러 연방의원들에 20만 달러 전방위 로비
美언론 "미국인은 본 적도 없는 쿠팡, 워싱턴 정가 휘저어"
쿠팡이 미 정계와 재계에 로비를 통해 한국 정부의 규제를 피하려 한 정황도 드러나고 있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8일 쿠팡 사태를 집중 조명하면서 쿠팡이 워싱턴 정가를 상대로 벌인 전방위 로비 공세를 소개했다.
폴리티코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와 공화당 의원들이 쿠팡 사태를 '미국 기업 규제'라고 인식하고 있는 것은 쿠팡이 지난 5년 동안 공격적인 로비 활동을 펼쳤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매체에 따르면 쿠팡은 트럼프 대통령 지지 성향의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진영 인사들과 관계를 강화하는 데 공을 들여왔다.
쿠팡은 2021년 본사를 시애틀로 옮겨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했는데, 같은 해 쿠팡은 첫 로비 인사로 트럼프 1기 행정부 시절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부차관보를 지낸 알렉스 웡을 영입했다. 현재 연방준비제도(연준, Fed) 의장으로 지명된 케빈 워시 전 연준 이사를 이사회 멤버로 영입하고, 2023년에는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 백악관 선임비서관 출신인 롭 포터에게 미국 및 글로벌 사업 자문을 맡겼다.
또 2024년 설립된 쿠팡의 기업정치활동위원회는 트럼프 대통령이 개편을 벼른 워싱턴DC의 대표 공연장 케네디센터에 10만 달러(1억5천만원)를 기부했다.
2025년에는 공화당과 민주당 의원 및 선거캠프에 19만8천978달러(약 3억원)를 기부했다. 1만5천달러를 기부받은 공화당 제이슨 스미스 연방 하원의원은 무역 사안을 다루는 하원 세입위원회 위원장이다.
쿠팡이 신고한 로비 총액은 2024년 330만 달러(48억원)로 급증했다. 이는 그 전 2년간의 두배를 넘는 규모이며 2025년에는 227만 달러(33억원)를 썼다고 폴리티코는 전했다.
뿐만 아니라 트럼프 대통령 취임 당시 100만 달러(14억6천만원)를 기부하면서 창업주 김범석 회장이 취임식에 참석한 것으로 전해진다.
쿠팡에 자문 서비스를 제공했던 한 인사는 폴리티코에 "전방위 공세이고 매우 공격적"이라며 "워싱턴DC에서 오가는 논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모든 경로를 공략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계뿐만 아니라 재계를 대상으로 한 로비도 활발하게 이뤄졌다. 컴퓨터·통신산업협회(CCIA) 같은 미국 산업기술 로비단체와도 손을 잡았고 월마트와 포드 등이 회원사인 전미대외무역위원회(NFTC) 이사회에도 합류했다.
폴리티코는 쿠팡이 빅테크 기업들의 영향력을 통해서도 도움을 받아왔다면서 팔란티어 공동 창업자 조 론스데일이 지난달 22일 엑스에 쿠팡 미국 투자자들의 소송을 지지하고 한국 정부를 비판하는 게시물을 올렸다고 지적했다.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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