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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도세 중과 시행과 보유세 강화 기조 등 다주택자에 대한 규제 강화 예고로 이미 시장에 매물이 늘고 있는 상황에서 잠겨있던 등록임대사업자의 물량까지 더해져 공급이 확대되면 집값을 잡을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다만 일각에선 저렴한 임대료로 주거 사다리 역할을 했던 등록임대 주택이 사라질 경우 세입자들의 주거 불안이 가중될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등록임대 양도세 특혜 폐지 시사
9일 이 대통령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X(구 트위터)를 통해 “같은 다주택인데 한때 등록임대였다는 이유로 영구적으로 특혜를 줄 필요가 있냐는 의견도 있다”며 “일정기간 처분기회는 주어야겠지만 임대기간 종료후 등록임대주택에 대한 각종 세제도 일반 임대주택과 동일해야 공평하겠지요?”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등록임대주택에 대한 양도세 중과 제외 특혜를 즉시 폐기시 부담이 너무 크므로 1년 등 일정 기간이 지난 후 없애거나, 1~2년에 걸쳐 점차적으로 폐지하는 방안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서 “의무임대기간과 일정한 양도세 중과 제외 기간이 지난 등록임대 다주택이 일반 다주택처럼 시장에 나오면 수십만호 공급 효과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은 전날에도 x를 통해 “임대용 주택을 건축했다면 몰라도, 임대사업자 등록만 하면 집을 얼마든지 사모을 수 있다는 것도 이상하다”며 “한 사람이 수백채씩 집을 사모으도록 허용하면 수만채 집을 지어 공급한들 부족할 수밖에 없지 않나. 건설임대 아닌 매입임대를 계속 허용할 지에 대한 의견을 묻는다”고 밝혔다.
◇등록임대주택 매물 유도로 공급효과
시장에서는 이를 등록임대사업자들에게 보낸 강력한 매각 압박으로 해석하고 있다. 한시적 유예 기간 내에 팔지 않으면 양도세 특혜를 박탈하겠다는 시그널을 통해, 단기간에 서울 내 다주택자 매물을 시장으로 끌어내 집값을 잡겠다는 복안으로 풀이된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서울 내 등록임대 주택은 약 28만호(2024년 말 기준)에 달하며, 이 중 아파트는 약 4만8000호다.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는 임대의무기한이 끝난 물량들이 시장에 나와 공급 부족 해소와 가격 안정 효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권대중 서강대 일반대학원 부동산학과 교수는 “등록임대 사업자 중 한두 가구가 아니라 50가구, 100가구를 가진 사업자들도 있다”며 “이미 시장에 매물이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임대의무기간이 종료된 물량이 추가로 나올 수 있다는 점은 공급확대 차원에서 분명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민간 등록임대사업자 제도는 지난 10여 년간 장려와 폐지, 부활을 반복하며 ‘누더기 정책’이 된 상태다. 2017년 문재인 정부는 전·월세 안정을 명분으로 제도를 도입했다. 임대료 상한을 5% 이내로 제한하고 최장 8년 임대를 놓는 대신 종합부동산세 합산 배제, 양도소득세 중과 배제 등의 혜택을 줬다. 하지만 2020년 집값 급등기에 투기 수단으로 지목되자 단기임대와 아파트 매입임대를 전면 폐지했다. 윤석열 정부 들어 비아파트 시장 정상화를 위해 지난해 6월 다시 6년 단기임대를 부활시켰다.
◇전셋값 상승으로 서민층 주거불안 우려도
채상욱 커넥티드그라운드 대표는 “비아파트 시장은 2022~2023년 전세사기 여파로 초토화되어 이미 완전한 ‘월세 시장’으로 재편됐다”며 “등록 임대사업자 제도는 이미 수명을 다했기에, 대통령의 구상대로 기존 주택을 사서 임대하는 방식보다는 직접 집을 짓는 ‘건설임대’ 위주로 판을 짜는 방향성 자체는 맞다”고 분석했다.
문제는 제도의 급격한 폐지가 가져올 임대차 시장의 혼란이다. 임대사업자가 전·월세 시장에서 주택 공급자 역할을 했던 만큼, 당장 내 집 마련을 할 수 없는 무주택 서민들의 주거 사다리를 걷어찰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등록임대 주택들은 그동안 ‘5% 증액 제한’ 룰을 지키며 주변 시세보다 훨씬 저렴하게 공급돼 왔다.
성창엽 대한주택임대인협회장은 “유경준 의원실 분석에 따르면 서울 등록임대주택의 전셋값은 일반 시세보다 약 30~40% 저렴했다”며 “제도가 폐지돼 말소된 주택들이 매물로 나오거나 일반 임대로 전환되면, 집주인들은 그동안 못 올린 임대료를 시세대로 받으려 하거나 실거주를 이유로 세입자를 내보낼 것”이라고 우려했다. 집값은 잡힐지 몰라도 전셋값 폭등이라는 부작용을 피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공공임대 물량이 부족한 상황에서 매입임대 사업자를 정리하면 비아파트 공급이 필요한 서민계층들의 주거 불안을 가져올 수 있다”고 말했다.
이광수 광수네복덕방 대표는 “시장의 건전한 공급자 역할을 하며 임대료 상한을 잘 지키는 임대사업자까지 투기꾼으로 몰아 퇴출하기보다, 이들을 선별해 보호하고 활용하는 연착륙 전략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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